[05/3월] 근골격계 요양 노동자 잇달아 자살 외

일터기사

[뉴스와 포커스]

정리/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편집위원 송홍석
/대우조선 현장중심의민주노동자투쟁위원회 정용만

근골격계 요양 노동자 잇달아 자살

새해 벽두부터 근골격계 직업병으로 요양 중이던 노동자가 잇달아 자살하였다. 지난 1월 21일 스스로 목숨을 끊은 금호타이어 고 표재옥조합원(견인차 운전원)은 작년 10월 어깨부위에 이어 올해 1월 목부위의 근골격계 직업병으로 2차례 수술을 받았으며, 이후 심리적인 불안감과 함께 정년을 얼마 남겨두지 않은 상황에서 가장으로서 책임감을 느꼈으며, 치료가 종결된 이후 복귀에 대한 걱정을 가족들에게 털어놓기도 했다. 역시 같은 날 자살한 대우조선 고 김남식 조합원(용접공)은 97년 허리디스크로 요양치료 후 복귀하여 공로상을 받을 정도로 성실히 근무하다 다시 허리통증이 재발되어 2000년 재요양을 신청했지만 불승인을 거듭하다가 2005년 1월 고법에서 승소하였다. 그 기간 중 정신적 불안감과 심각한 우울증을 앓았으며, 정신분열증까지 진행되어 산재치료를 받아온 것으로 확인됐다. 그리고 그 날 고성 어느 모텔에서 음독자살하였다. 최근 각 사업장에서 발생하고 있는 산재환자들의 죽음은 육체적 고통도 문제지만, 정신적 고통에서 비롯되고 있다. 산재요양 중인 대부분의 노동자들이 우울증, 불안장애 등에 시달리고 있다는 사실은 최근 근로복지공단 자료에 의해서도 확인되고 있다. 그러한 정신적 고통은 수술 후 후유증이나 치료해도 잘 낫지 않는 몸 상태에 대한 불안심리 때문이기도 하지만, 오랜 병원생활에서 나타나는 가족과의 관계, 주위의 시선, 회사와의 관계, 개선되지 않은 현장으로의 복귀 등에서 오는 불안감에서 비롯되고 있다. 자본과 정부는 산재환자들의 불안심리를 해소하기보다는 자극하는 정책으로 일관하고 있으며, ‘근골격계 처리지침’, ‘적정요양기간 설정’ 등을 통해서 산재환자들을 벼랑 끝으로 내몰고 있다. 의사들은 “산재환자들의 심리상태가 안정돼야 치료효과도 높일 수 있다”고 말한다. 산재환자들을 나이롱환자로 매도하면서 임금을 깎아야 한다고 주장하고, 개인병원 환자들을 종합병원으로 전원할 것을 강요하는 등 심리적 불안상태를 조장하는 한, 치료에 전념할 수는 없다. 산재환자들의 죽음은 자살이 아닌 타살이다.

노동부, 근골격계질환 인정기준 노사정 협의기구 제안 거부

지난해 12월, 최근 근골격계 직업병 집단요양을 의도적으로 가로막고 있는 ‘근골격계 직업병 인정기준 처리지침’을 폐지하고, ‘근골격계부담작업 범위고시 폐지’를 위한 민주노총의 상경투쟁이 있었고, 그 때 제안한 노사정 협의기구에 대해 노동부가 사실상 거부입장을 밝혔다. 민주노총에 보낸 공문을 통해 구체적 답변 없이 “제도 개선시 민주노총의 의견을 수렴하겠다”라고만 밝힌 것이다. 충분히 예견된 바이지만, 이렇듯 근골격계 집단요양 투쟁을 무력화시키겠다는 정부와 자본의 의도는 단지 ‘촉구’나 ‘협의기구 제안’이 아닌 현장의 대동단결 투쟁으로 저지시켜야 함을 그들 스스로가 우리에게 일러주는 것이다.

근로복지공단, 환자의 고통과 주치의 소견 무시한 산재요양 불승인 또 내려

지난 96년 산재를 당한 이모 노동자가 지난 1월 근로복지공단 인천북부지사에 허리디스크로 재요양을 신청했으나, 수술이 아니면 치료효과가 기대되지 않는다는 자문의의 일방적 소견에 따라 재요양 불승인 판정을 받았다. 이모 노동자는 지난 96년 재해를 당해 허리디스크 등으로 요양한 후 98년 치료를 끝냈으나, 이후 요통이 재발되어 지난 1월 재요양을 신청했다. 주치의 소견에는 “현재의 작업이 질환을 더욱 악화시킬 수 있어 재요양이 필요하며, 물리치료 등의 보존적 치료를 먼저 시도해 본 후 호전이 없으면 수술을 시행할 필요가 있다”고 했으나, 공단 인천북부지사는 “수술이 아닌 물리치료 등의 보전치료로 인한 치료효과가 기대되지 않는다는 자문의의 의학적 소견에 의거, 불승인을 결정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공단의 이와 같은 결정은 특진도 실시하지 않은 채, 환자의 고통과 주치의의 소견을 한낱 서류 한장정도로 취급하여 너무나 쉽게 결정된 것이기에 분노하지 않을 수 없다. 산재보험법 시행규칙 제15조를 보면 “재요양을 함으로써 치료효과가 기대될 수 있다는 의학적 소견이 있는 경우 재요양을 인정해야 하고, 재요양 여부를 결정하기 곤란한 경우에는 특진을 실시해야 함”이라고 규정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공단은 수술적 치료만을 강조한 자문의의 일방적 소견에 기대어 불승인 결정을 내린 것이다.

기존 퇴행성 질환 있어도 작업 중 사고로 악화될 땐 업무상 재해

서울행정법원은 1월 18일 작업 중 사고로 디스크가 나타났지만 “기존에 있던 퇴행성 질환이 나타난 것”이라는 이유로 근로복지공단으로부터 업무상 재해로 인정받지 못한 이모 노동자에 대해 업무상 재해로 인정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이전에는 허리 통증을 호소하지 않고 정상적으로 근무해왔으며, 사고 당시 척추뼈 끝부분 일부가 골절될 정도로 상당한 충격을 받은 점 등을 감안하면 기존 퇴행성 질환을 갖고 있었다 하더라도 작업 중 사고 때문에 허리 디스크가 나타났거나 악화된 것으로 보이므로 업무상 재해로 인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모 노동자는 2003년 7월 작업장에서 미장작업을 하다 1.5m높이의 발판에서 떨어져 척추돌기가 골절되어 업무상 재해를 인정받았으나, 지난해 2월 병원에서 디스크 진단을 받은 것에 대해서는 “기존 퇴행성 질환이 나타난 것”이라는 이유로 업무상 재해를 인정받지 못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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