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5/3월] 블로그의 힘!

일터기사

[문화마당]

블로그의 힘!
진보네트워크센터 활동가 달군

우리에겐 문화가 없다. 좌파 문화, 운동권문화, 노동자 문화… 라고 할 만한 것이 있을까?
노동자라고, 활동가라고, 좌파적 신념을 가졌다고 민중가요만 듣는 것도 아니고, 춤출 때 문선만 하는 것은 아니다. 노동자도 대중가요 부르고, 유행하는 춤도 추고, 드라마도 보고, 영화도 본다. 그것이 옳다 그르다를 이야기하자는 것이 아니라. 저항세력의, 저항세력으로서의 문화라는 것이 각 저항자 개인의 삶에 반영되고, 또 그 개인의 삶이 문화로 화하는 과정이 없다는 게 문제라는 생각이 든다. 다른 세상을 바라는 사람들, 세상을 바꾸자는 사람들의 실제 삶의 면면부터 “달라야” 다른 세계는 가능하지 않을까? 그런데 우리에게는 그것이 없다.

이 점은 온라인에서도 마찬가지다. 인터넷을 대안적 소통의 장이라고 생각한다 해도, 우리는 온라인 소통의 중요성을 아직도 “일방향성”에서만 바라보고 있다. 즉 비용이 싼 선전도구, 종이 값 걱정 없이 성명서를 낼 수 있는 도구로 사용하는 것에서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게시판에서 게시판으로 집회소식, 투쟁속보들을 일방적으로 퍼 나르거나 일반 대중들은 알아듣지도 못하는 현학적인 말로 사상투쟁이라는 것을 하거나… 하는 것이 이쪽의 문화라면 문화였다. 이러한 노력들이 가치 없고 필요하지 않다고 단정할 수 없지만, 이런 식으로 일방적인 선전도구로만 인터넷을 내버려두기에는 너무 아까운 일이라는 것은 확실하다. 인터넷은 즉각적이고 동시다발적이고 다방향적인 소통이 가능하게 한다. 그렇지만 우리는 그런 순기능들을 활용하지 못하고 있고, 반자본적인 혹은 비자본적인 영역으로 인터넷을 하고 있지 못하다. 진보넷은 ‘블로그’라는 기제를 통해서 문화의 형성을 제안하고 싶었다. 그것이 무엇이 될 지는 모르지만, 모여서 소통하는 속에서 그것들은 형성될 것이라고 낙관하고 있었다. 물론 처음에 블로그를 만들자 했을 때는 기획자인 나조차 블로그를 써본 일이 없었고 블로그가 뭔지도 몰랐기 때문에, “블로그는 1인 미디어다”라는 등의 언론의 화려한 말에 현혹되어 낙관에 부풀어 있었는지도 모른다.

블로그를 오픈한 지 벌써 8개월이 다 되어간다. 거창한 포부들은 어떻게 되었나 다시 돌아보니, 그것은 현재 진행형이다. 그렇지만 한 8개월 쓰고 보니 블로그는 그냥 개인이 자신의 하루하루 생각과 일상을 정리하기 쉽게 하는 도구일 뿐이다. 블로그를 공격적으로 이용해서 자신의 생각을 알려나가고 토론하고 계몽하는 기지로 이용하는 사람도 물론 있지만, 진보 블로그건 아니건 블로거들 대다수는 자신의 일상을 기록해나간다. 혹은 일상의 생각들과 주장들을. 그런데 이 반쯤 펼쳐진 일기장들이 모여 있고, 돌아다니며 읽을 수 있고, 연결될 수 있으니 재미있는 현상들이 생긴다. 활동에 지친 사회단체 활동가들, 노조 전임자들, 노동자들, 학생들이 자기이야기를 할 공간을 찾아 하나하나 조용조용 기록해놓은 것들을 보면 서로 힘을 얻게 된다. 실제로 블로그 덕분에 뭔가 치유되는 기분을 느낀다는 분도 있었다. 나의 경우는 내 블로그에 글을 쓰는 것도 좋지만, 다른 블로그들을 읽고 다니는 것이 너무 즐겁다. 다양한 사람들의 생각과 감성은 나에게 어떤 영감을 주거나, 공감을 느끼게 해서 지지받는 느낌이 들게 한다. 또 기사나 속보에서 보던 어떤 강렬한 문체의 투쟁소식보다 실제 투쟁현장에 있는 노동자의 일상적인 일기가 우리의 마음을 더 다잡게 만든다.

처음에는 블로그가 일상적이고 부드러운 선전도구라는 점에서 가능성을 봤던 것일지도 모른다. 지금은, 그것은 별로 중요하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단지 블로거(블로그를 운영하는 사람)들이 서로를 거울삼아 활동할 힘을 얻고 활력을 찾는다면 그것으로도 너무나 훌륭한 힘이 아닐까 싶다.

처음에 기대한 진보블로그는 “광장”이었다. 사람들이 떠들고 오가고 만나고 부딪치고 때론 싸우고 하는 시끌시끌한 광장. 말들과 생각들, 그리고 행동들이 교차하는 곳. 그리고 그것들이 하나의 에너지가 되어, 힘이 되어 그 영역을 온-오프로 확장해나가는 곳.
지금 진보 블로그는 조용조용 그 힘을 만들어 나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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