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5/3월] 비정규직 신물 난다. 투쟁으로 철폐하자!-서울지역 통신산업 비정규직노동조합

일터기사

[현장통신1]

비정규직 신물 난다. 투쟁으로 철폐하자!
-서울지역 통신산업 비정규직노동조합

서울지역 통신산업 비정규직노동조합 조원식

한통계약직 동지들의 영웅적 투쟁은 천삼백만 노동형제의 가슴에 비정규직 문제를 각인시켰다. 그로부터 3년이 흐르고, KT에서는 다시 비정규직의 투쟁이 불타오르고 있다.

KT는 민영화 이후 정규직에 대한 무자비한 해고와, 정리해고의 또 다른 이름인 명예퇴직으로 현장을 무자비하게 짓밟고 있다. 정규직노동자들이 떠난 자리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채우고 있다. 그것도 직고용의 계약직이 아니라 중간착취의 새끼자본가들이 사장입네 소장입네 하고 있는 도급회사의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전국에 걸쳐 만 명 이상 고용되어 있는 것이다.(정확한 인원조차 파악하지 못할 정도로 많은 도급노동자들이 있다.) 이렇게 일용직, 3개월/6개월 단위로 고용된 도급노동자들이 주로 하는 일은 오토바이를 타고 전봇대를 오르며, 전화와 인터넷을 가설/수리하는 업무이다.

KT는 업무의 상당부분을 도급으로 넘겨 놓고 부풀대로 부푼 배를 두드리며 즐거워하고 있다. 우선 도급회사의 단가를 사정없이 깎으면서 이윤을 보고 있고, 만일 비정규직의 저항 조짐이 보이면 도급업체를 날려버리고, 정규직에겐 알아서 기지 않으면 도급을 더 확대할 것이라 협박하며 현장을 통제하고 있다. 더욱이 올해 KT는 전화나 인터넷 가입자 수대로 단가를 매기는 회선단가제를 도입하였다. 작년까지는 건수당 돈을 받는 것이라, 도급회사는 많은 비정규직 노동자를 고용했지만, 이젠 1년간의 지급액수가 정해지고 금액도 이전보다 30%이상 줄게된 것이다. 이로 인해 올해 들어 수많은 비정규직 도급노동자들이 거리로 내몰렸고, 용케 살아남은 노동자들은 이전보다 많게는 50% 가까이 임금이 깎인 상황이다. 이것은 도급단가가 떨어진 것을 고스란히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전가하여 자신들의 이윤을 보전하려는 도급회사의 횡포 때문이다. 여기에 더해 KT는 도급노동자들이 맡던 인터넷 가설 업무를 정규직 노동자들에게 할당하기까지 하였다. 이를 통해 도급회사에 지급되는 돈도 줄이고 정규직노동자들도 더욱 효과적으로 착취하게 된 것이다. 정규직 노동자들은 강화된 노동강도와 익숙지 않은 일로 불만이 쌓일 대로 쌓였지만 ,해고의 칼날을 피하기 위해 숨죽이고 있다.

서울지역 통신산업 비정규직노동조합은 도급회사로부터 전원 계약해지 통보를 받은 관악전화국을 중심으로 건설되었다. 하나의 도급회사 노조로는 KT의 중층화된 착취구조를 깰 수 없기에 같은 처지에서 일하고 있는 서울지역 통신산업의 비정규직 노동자 전부를 대상으로 노동조합을 건설한 것이다. 노동조합을 설립하고 도급회사의 계약해지에 맞서 싸우자 KT는 바로 해당 도급회사를 버리고 다른 도급회사와 계약을 함으로써, 이제 법적인 대상마저 희미해지게 만들었다. 그러나 우리는 안다. 대부분의 업무지시와 도급노동자들에 대한 교육 등을 실질적으로 맡아온 KT가 우리의 실제 사용주이며, 도급회사는 중간에서 우리의 돈을 훔쳐 먹는 작은 도둑놈에 불과하다는 것을 말이다.

하여 우리는 KT와 도급회사 모두를 상대로 결사투쟁에 돌입하였다. 노동조합이 투쟁을 시작하자 KT는 모든 전화국에 집회신고를 내고, 각 도급회사에 우리의 조합원이 있는지 파악하라는 지시를 내리는 등 투쟁이 확대되는 것을 막기 위해 혈안이 되어있다. 하지만 이에 굴하지 않고 서울지역의 모든 전화국에 근무하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만나기 위해 우리는 매일 아침 출근투쟁을 진행하고 있다. 고용불안과 임금체불, 근기법위반, 부당노동행위 등 KT와 도급업체에 의해 자행되는 문제들을 폭로하고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노동조합으로 조직하기 위한 활동이 당분간 노동조합의 최우선 목표이다. 이와 함께 전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모든 투쟁들에 힘찬 연대를 할 것이다. 우리의 투쟁이 승리하기 위해서, 정규직/비정규직 할 것 없이 노동자의 삶을 파탄내는 비정규직을 철폐하고 인간다운 삶을 쟁취하기 위해서는 전체 노동자들의 단결과 연대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그간의 투쟁을 통해 뼈저리게 느끼고 있기 때문이다.

이제 완전한 승리가 아니라면 투쟁을 멈추지 않을 것이다. 벼랑 끝에서 노예처럼 살아온 비정규직의 삶, 이젠 지겹다. 우리의 투쟁이 멈추는 순간은 비정규직이 끝장나는 순간이든지 우리의 명이 다하는 순간이든지 둘 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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