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5/3월] 여가나누기 – 젊음, 그리고 재충전을 위한 떠나기-여행

일터기사

[여가 나누기]

젊음, 그리고 재충전을 위한 떠나기- 여행
한라공조노동조합 노동안전국장/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편집위원장 황운하

어깨에 배낭하나 딸랑 매고 어디를 갈까? 고민하고 또 고민해 본다. 기차를 타는 것이 좋을까? 아니면 버스를 타는 것이 좋을까? 돈이 없어 비행기는 힘들고… 어디를 가야 할까?

방학이 시작되면 친구들과 배낭 하나 매고 전국을 돌아다니며 세상 사람들을 만나 살아가는 것을 직접 보고 느끼던 고등학교 시절이 있었다. 돈도 없고 가진 것도 없지만, 뻔뻔한 얼굴 하나 내밀고 처음 보는 지역에 아무 집이나 들어가서 저녁도 얻어먹고 지나가다 과수원을 만나면 서리도 하고 하면서 방학의 반을 여행으로 보내곤 했다. 힘들었지만 그래도 즐거웠고 여행비용을 만들기 위해 친구들과 주말이면 힘든 공사장에서 아르바이트도 해가면서 돈을 모아 방학이 되기만을 기다리던 시절. 여행 중에 너무 배가 고파 과수원 서리했다 주인아저씨에게 걸려 죽도록 맞고 배상하라는 아저씨의 손에 이끌려 파출소 앞까지 끌려 갔다가 줄행랑을 치던 기억까지 이제는 모두 추억이 되었지만, 그 때를 생각하면 요즘도 배낭 하나 딸랑 매고 멀리 떠나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하다. 고생스럽지만 인심 좋은 사람들이 아직까지 세상에 많다는 것도 알 수 있게 해주고, 척박한 인심의 도시와는 달리 몰래 배 하나 참외 하나 서리하는 것을 보고도 눈감아주던 시골의 인심을 느낄 수 있었던 ‘여행’들은 아직도 내 기억의 한구석에 남아 있다.

‘여행’하면 정말 여러 가지가 생각난다. 기차를 타고 강원도의 해안선을 구경하고 바닷바람까지 한 번에 맛볼 수 있는 기차여행에서, 목적지를 정하지 않고 터미널에서 아무 표나 구해 출발하는 버스여행, 자전거 하나와 배낭 하나로 떠나는 일명 하이킹, 고생을 사서한다는 맨발의 배낭여행까지. 우리를 둘러싼 주변을 마음껏 느끼고 활동할 수 있게 하는 것이 여행일 것이다. 돈이 부족해 멀리 가지는 못해도 인근의 사찰이나 바닷가로 떠나는 가족여행은 가족의 또다른 행복이며 즐거움이 아닐까. 바쁜 현대생활에 시간이 없어 요즘은 여행이 사치가 되어 가고 있지만 T.V 광고의 ‘열심히 일한 당신 떠나라’는 말처럼 마음의 여유를 만들어주고 재충전하기 위해서라도 모든 것을 잊어버리고 훌쩍 어디론가 여행을 가는 것도 인생의 즐거움이 아닐까. 매일 같이 출근해서 회사에서 하루를 다 보내고, 집에 돌아오면 잠들기 바쁘고, 주말이면 특근으로 생계를 유지해야 하는 것이 노동자의 삶이긴 하다. 하지만 그럼에도 한 번쯤은 가족과 함께 공장이 없는 멀고 조용한 곳으로 떠나 맑은 공기도 마셔보고 자연을 벗삼아 보자. 같이 살지만 때로는 얼굴 보기조차 힘든 가족들과 많은 이야길 나눌 수 있게 하는 여행은, 서로간의 어려움을 벗어낼 수 있지는 좋은 기회가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몇 천 만원에서 몇 억씩 써버리고 와서 눈살 찌푸리게 하는 해외 원정 여행이 아니더라도 가까운 곳에서 서로를 느끼고 이해할 수 있는 여행이 더 행복할 것 같다.

어디론가 떠나고 싶은 생각은 누구나 가지고 있다. 그러나 용기와 자신감이 없으면 떠나지 못하는 것이 여행일 것이다. 철부지 시절, 한 번은 동네 친구들을 구슬러 배낭에 쌀 한 바가지씩 둘러매고 아무 생각 없이 자전거 타고 출발한 여행을 했었는데, 전국을 순회했다면 뻥이 되겠지만 그래도 남쪽 지역을 거의 대부분 돌아볼 수는 있었다. 돈이 없어 가지고 온 쌀을 팔아가며 전전긍긍하다 결국 모든 것이 바닥나 집으로 돌아오면서 어른들에게 꾸지람 들을 것이 고민되어 아예 가출을 해버릴까 하는 생각도 했었다. 어쨌든 어른들의 허락을 받지 않고 시작한 여행이기에 가출이나 다름없어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한 채 배가 고파서 집으로 돌아온 기억들(그 당시 집에서 맞아죽는 줄 알았음. 어린친구들 절대 어른들 허락 없이는 여행 떠나지 마요!!). 그래도 그 당시의 배낭여행은 젊음의 힘, 그리고 세상에는 너무도 많고 다양한 사람들이 살고 있다는 것을 가르쳐주었다.

어린시절의 즐거움, 어른이 되어서는 재충전의 시간. 가족들의 돈독한 정을 다시 한 번 새록새록 느낄 수 있게 하는 여행. 조금 있다 다가올 새싹이 돋아나는 봄에 온 가족이 즐겁게 여행을 떠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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