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5/3월] “하청노동자도 똑같은 인간이고 노동자입니다.” -전국금속노조 대전충북지부 하이닉스/매그나칩사내하청지회

일터기사

[현장통신2]

“하청노동자도 똑같은 인간이고 노동자입니다.”
-전국금속노조 대전충북지부 하이닉스/매그나칩사내하청지회

전국금속노조 대전충북지부 사무장 임헌진

청주산업공단에는 하이닉스 반도체 공장, 매그나칩 반도체 공장이 있습니다. 그리고 현재 하이닉스와 매그나칩을 원청으로 둔 사내하청업체는 총 12개가 존재합니다. 원래 ‘노사협의회’라는 틀이 있어 하청업체사장과 근로자대표가 협의를 할 수 있게 되어 있긴 하나, 형식적일 뿐이었고 그 한계는 너무 분명했습니다. 2004년 10월 14일 하이닉스 반도체 사내하청업체 중 현대휴먼플러스라는 업체에서 청주공장 37명, 경기도 이천/영동/구미공장 67명, 총 104명에 대한 불법파견 진정을 넣어 불법파견으로 판정이 났습니다.

이를 계기로 하이닉스/매그나칩 사내하청지회 동지들은, 1년 전 온몸에 불을 붙이고 돌아가신 고 박일수 열사의 “하청노동자도 인간이다. 인간답게 살고 싶다.”는 외침과 같이 인간이기에 권리를 찾기 위한 노동조합을 지난 2004년 10월 22일 결성하였습니다. 그 후 하청노동자들의 처우개선에 대해 10번에 걸쳐 하이닉스/매그나칩 도급업체 사장단과 대화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교섭을 하였습니다. 그러나 도급업체 사장들은 대화를 통한 해결점 모색은 하지 않고, 2004년 말일로 하이닉스/매그나칩과의 도급계약 해지와 폐업을 밝히며 교섭 중단을 선언하였습니다. 따라서 하이닉스/매그나칩이 직접 나와 해결하라는 요구를 하였지만 교섭 대상이 아니라는 이유로 모든 대화를 거부하였습니다.

12월 25일. 모두가 즐거워하며 선물을 주고받는 성탄절에 저희 사내하청노동자도 하이닉스/매그나칩과 도급업체 사장으로부터 큰 선물을 하나 받았습니다. 바로 ‘직장폐쇄’라는 선물이었습니다. 모두 잠든 시간인 새벽 4시 급조한 ‘직장폐쇄’였습니다. 10년, 15년 일하면서 정들었던 직장에도 이제 못 들어가는 처지가 된 것입니다. 하이닉스의 경영 정상화를 위해 고통 분담을 함께하고 정규직노동자의 40%도 안 되는 월급 받으며 비인간적인 대우로 일 해온 것도 억울한데, 하청노동자에서도 쫓겨나는 비참한 신세가 되었습니다. 사측은 정문에 휴전선처럼 철조망을 치고 전국에서 용역 500여명을 불러 모아 우리의 출입을 폭력적으로 막았습니다. 그리고 며칠 뒤 12월 31일 차가운 길거리로 내쫓는 집단 정리해고를 실시하였습니다. 그동안 저희 하청노동자들은 도급회사가 7번 바뀌었어도 자동적인 고용승계가 이루어졌는데, 노동조합을 만들었다는 단 한 가지 이유로 집단 정리해고를 한 것입니다. 이러한 탄압과 함께 “보름만 가족과 함께 여행을 다녀와라! 여행 경비도 다 대주고 그 기간동안 임금도 주고 할 테니 갔다 와서 같이 일하자.” “노조 탈퇴해라! 그럼 신규업체에 받아주고 임금도 15% 올려주겠다.”는 협박과 회유를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 조합원들은 하나의 이탈 없이 투쟁을 진행하였습니다.

이러한 투쟁 속에서 2005년 1월 17일 불법파견 결과를 발표한다던 노동부는 14일 저녁 5시 30분경 갑자기 불법 파견에 대해 ‘일부 제외한 합법 도급을 인정한다’는 판정 결과를 발표하였습니다. 노동자를 대변해야 하는 노동부가 또 다시 하청지회 조합원들의 가슴에 비수를 꽂는 것을 보고 참으로 분노가 하늘로 치솟았습니다. 그런데 더욱 더 억울한 것은 불법파견 결과와 발표 날짜에 대해 하이닉스와 매그나칩 관리자들이 미리 알고, 우리 전체 조합원에 대한 회유를 했다는 것입니다. 노동자를 위하는 것이 노동부가 존재 의미이자 노동부의 할 일이라 여겨왔는데, 노동부는 노동자의 눈과 귀를 무시한 채, 권력 및 악질 자본과 결탁하여 노동자를 대량 학살하기 위한 칼을 마구 휘두르고 있습니다. 이에 맞서 하이닉스/매그나칩 사내하청지회는 본사 중앙 투쟁에 집중하고, 노동부와 회사의 유착관계 및 불법파견 판정의 편파성 등에 관련하여 총연맹 중앙차원에서 민주노동당, 민변 등과 진상조사단을 구성하여 기자회견 발표 후 노동부에 재진정을 하였습니다.

앞으로도 금속노조 대전/충북지부지역 연대 총파업투쟁으로 하이닉스와 매그나칩을 교섭 자리에 끌어낼 수 있는 다양한 투쟁을 배치하면서 끈질기고 강력한 투쟁을 전개할 것입니다. 또한 청주 제일의 기업인 하이닉스와 매그나칩의 부도덕성을 알리는 촛불 문화제를 매주 수요일 청주 시내에서 진행하여 지역 여론전을 진행할 것입니다. 이러한 의지에도 불구하고, 투쟁의 장기화로 인한 조합원동지들의 가정 생활고 등이 가장 불안한 요소로 대두되고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하지만 조합에서는 금전적 협조가 현실상 불가능하기에 뜨거운 동지애로 각출 결의하여 내 옆의 동지를 믿고 함께 끝까지 투쟁할 것입니다.

하청노동자도 똑같은 인간이고 노동자입니다. 고용안정과 노동조합 인정에 대한 보장을 받을 수 있도록 많은 협조와 이해, 그리고 노동자로서 최소한의 요구를 회사가 수용하도록 힘찬 연대와 지지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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