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5/4월/특집5] 제대로 된 치료와 재활, 복귀는 어떻게 가능한가?!

일터기사

[특집5]

제대로 된 치료와 재활, 복귀는 어떻게 가능한가?!
전국금속산업노동조합연맹 윤종선

‘오늘 일하다가 사고를 당하여 다칠지도 모른다’, ‘갑자기 쓰러져 목숨을 잃을 지도 모른다’ 아마도 이런 생각을 하면서 아침에 출근하는 노동자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전혀 그렇지 않다. 지역과 업종을 불문하고 크고 작은 산재사고는 계속하여 발생하고 있고, 대부분의 노동자들은 고용 불안, 과도한 노동, 사측의 탄압과 악랄한 노무관리에 시달리고 있다. 크고 작은 사고성 재해, 산재사망 중대재해, 근골격계 및 뇌심혈관계 직업병, 산재노동자의 정신질환 및 자살에 이르기까지 노동자의 건강과 생명은 벼랑 끝으로 내몰리고 있다. 그런 상황 속에서 일하다가 다치고 병든 노동자에 대한 치료, 현장으로의 복귀, 복귀 후 적응 등에 문제가 없는가?라는 물음에 대해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 산재노동자들의 제1소망은 당연하게도 ‘원상태로의 건강회복’일 것이다. 그로부터 ‘원상태로의 현장 복귀와 노동’일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산재노동자의 충분한 치료와 재활, 복귀는 원활하게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다. 많은 산재노동자들이 치료 및 요양 과정, 재활서비스, 현장으로의 복귀 과정에 대한 정당한 권리를 침해당하며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현장에서 발생하는 산업재해가 사업주에 의하여 은폐되는 사례가 비일비재하다. 산재은폐는 노동자의 안전과 건강을 도외시하는 사업주의 부도덕한 의식과 태도, 거기에다가 형식적인 노동부의 관리감독에서 기인한다. 산재은폐는 산재를 당한 노동자의 치료받을 수 있는 권리를 원천적으로 봉쇄함과 아울러 산재를 유발한 근본적인 현장의 구조적인 원인을 감추게 된다. 그 결과는 산재발생 원인분석으로부터 위험요인에 대한 제거, 현장개선으로부터 재발방지 대책마련으로 나가는 것을 차단하며 재해의 반복적인 발생으로 이어지게 되는 것이다.

2002년 이후, 금속노동자들을 포함하여 전체 노동계가 근골격계 직업병의 심각함을 주장하며 근골격계 직업병자의 치료 보장을 포함하여 그 근본적인 대책의 마련과 사회적인 해결을 요구하였다. 그러나 근골격계 직업병을 집단적으로 유발시키고 있는 작업환경 및 전체적인 노동의 조건들에 대한 변화나 개선은 커녕, 오히려 당장 질환으로 인한 고통을 호소하며 직업병 인정과 치료 보장을 요구하는 노동자들의 목소리를 묵살, 탄압하기 시작했다. 근골격계 직업병 인정기준 처리지침의 제정 및 시행, 근로복지공단 관리규정의 개정 등을 통하여 오히려 산재노동자의 치료받을 권리를 박탈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런 가운데 근골격계를 포함하여 직업병에 대한 산재승인은 심의 기한이 더욱 오래 걸리고, 더욱 까다롭게 되었다. 그 결과로 일하다가 골병 든 노동자는 산업재해로 인정받지 못한 채 치료와 보상의 권리마저도 원천적으로 차단당한 채 고통 속에 신음하고 있다.

그런가 하면, 어렵사리 산재승인을 받아 치료를 시작한 산재노동자 역시 열악한 치료 및 요양의 조건과 과정, 가족과 동료의 곱지 않은 시선, 경제적 어려움, 좀처럼 회복되지 않는 몸 상태, 근로복지공단의 통제와 강제 치료종결, 회사측의 탄압 등의 장벽에 부딪히고 있다. 또한, 재활서비스 부재와 현장 복귀의 어려움, 바뀌지 않는 현장의 작업환경과 노동조건은 산재노동자들에게 이중 삼중의 고통을 안겨 주고 있는 현실이다.

한사람의 노동자가 건강을 잃는다는 것은 당사자에게 더할 수 없는 육체적․정신적 고통을 안겨주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동시에 한 가정의 단란함과 사회적인 관계까지도 파괴시키는 엄청난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 그러함에도 산업재해의 현실이 감춰지고, 치료와 재활, 복귀의 권리가 보장되지 않는 현실은 노동자 건강권 쟁취 투쟁의 현주소이자 우리의 모두의 과제이다.
현재 우리가 맞닥뜨리고 있는 현실은 노동자의 건강과 목숨을 담보로 하여 끊임없이 이윤추구에 열을 올리는 자본의 탐욕 결과이다. 또한 국민의 안전과 생명을 최우선으로 한 자기책무를 방기하며 이 땅 사업주들의 이해와 입장만을 대변하는 정부가 불러온 처참한 결과이다. 노동자의 안전과 건강까지도 자본과 권력의 관리/통제 하에 묶어두려는 술책은 이제 전면화되어 오히려 역공의 양상을 띄고 있다.

이런 처참한 상황에 이르기까지에는 나아가, 그 극복을 위해서는 우리 모두의 반성이 전제되어야 한다. 산재노동자에 대한 권리 침탈과 탄압은 현장의 수많은 노동자들에 대하여 찍소리내지 말고 숨죽인 채 죽도록 일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자본과 권력의 노동유연화 정책과 일상적인 구조조정, 살인적인 노동강도를 아무런 저항 없이 수용할 것을 강제하는 폭력이다.

그동안의 노동자 건강권에 대한 접근과 투쟁 과정에 대한 획기적인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 각 단위별, 지역별 산재노동자의 권리 보장을 위한 대응 체계의 구축이 시급히 필요하다. 그로부터 현장에서 일하다가 다치고 병들고, 죽어 가는 노동자의 정당한 권리를 방어하고 나아가 건강권을 쟁취하기 위한 노력과 투쟁이 전면화되어야 한다. 그럴 때만이 자본과 정부가 오직 생산성과 이윤을 위하여 내놓으라 하는 노동자의 건강과 목숨을 사수할 수 있으며 나아가 신자유주의 구조조정에 파열구를 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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