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5/4월] 민주노조 건설, 아니 자본에 맞선 싸움을 하기 위해 -경기일반노조 신세계이마트분회

일터기사

[현장통신]

민주노조 건설, 아니 자본에 맞선 싸움을 하기 위해
– 경기일반노조 신세계이마트분회

경기지역 일반노동조합 신세계이마트분회 해고조합원 이종란

2004년 2월경 50여명의 계산원(캐셔)들 전원이 청소를 거부하는 집단행동이 있었다. 계산원들에게 계산업무 이외의 일을 시키는 것은 상식 이하의 일이었고, 계산원 전원이 귓속말로 전한 “청소하지 말자”는 말은 단체행동으로 이어졌다. 이는 회사를 긴장시켰다. 회사에서 주동자로 낙인찍힌 최옥화(현재 신세계이마트 수지분회 분회장)씨가 이 일로 점장에게 불려갔고, 돌아오는 말은 “스트레스는 남편한테 가서 풀어라.” “생각이 불순한 사람”이라는 어처구니없는 이야기였다.

최옥화씨를 비롯한 계산원들은 비록 회사 직영사원이나 1년 계약직으로 고용이 불안정한 상태였다. 회사로부터 낙인찍힌 것에 대한 대가는 재고용 탈락일 것이라는 불안함, 그리고 열악한 근무조건개선에 대한 진지한 고민 끝에 민주노총 경기지역일반노동조합에 상담을 의뢰했다. 그리고 이것이 계기가 되어 2004년 3월에 경기지역일반노동조합에 가입했다. 그 이후 비밀스럽게 조합원을 꾸준히 늘려 2004년 12월 21일, 23명의 계산원들이 모여 ‘신세계이마트분회’ 창립총회를 가졌다. 계산원들의 요구는 소박했다. 한 달 급여가 70여 만원 정도 되는데 이것을 조금 더 올려달라는 것과, 상시 필요한 계산업무를 계약직이 아닌 정규직으로 전환할 것, 회사에서는 폐지되었다고 주장하는 생리휴가의 복원, 일방적인 연장강요관행 철폐, 주5일 근무제 도입 혹은 최소한 토요일 일요일 중 하루는 주휴일로 잡아줄 것, 그리고 인간적 대우 등이었다.

그러나 노조 창립총회를 마치고 회사에 공식적으로 노조설립을 통보하자마자 신세계이마트는 노골적으로 본색을 드러냈다. 노조가입 첫날 분회장을 비롯한 몇몇 조합원들은 새벽 한 시 반에 경찰의 신변보호요청으로 집에 귀가할 수 있었다. 둘째날은 수지점에서 전국에 있는 점장들과 본사 임직원들이 모여 대책회의를 시시각각 열었고, 또 계산원들과 1:1면담을 진행했다. 고 이병철 회장의 유언이 “노조는 절대 안 된다”였고, 신세계의 경영 최우선방침은 무노조경영이라고 공언하면서… 이는 자신들 스스로 (주)신세계가 삼성재벌임을 천명하는 것이었다. 조합 설립 후 며칠만에 많은 부당노동행위가 자행되었다. 휴무인 조합원들의 집에 수지점 관리자와 본사직원들이 찾아와서 노조탈퇴를 종용하며 선물공세를 퍼부었다. 이상한 전화와 문자가 쇄도했고, 친인척이 어떻게 알았는지 ‘노조를 탈퇴했으면 좋겠다’고 설득하기도 하였다. 심지어는 딸아이에게 낯선 사람이 찾아와서 이름을 묻고 가는 일까지 벌어졌다. 대부분 가정주부로서 가장 감당하기 힘든 일이었다.

2004년 12월 21일부터 지금까지 노조는 십여 차례가 넘게 공문과 호소문으로 단체교섭에 임할 것을 요구했으나 회사는 단 한 차례도 교섭에 응하지 않았다. 연말연시의 바쁜 상황을 핑계대었으나 그 바쁜 와중에 수지점에 모인 수십 명의 본사 임직원은 계산원들에게 일도 시키지 않으면서 강제면담을 실시했고, 숫자를 헤아리기 힘든 보안요원들이 복도, 화장실, 락카실까지 쫓아오며 모든 행동을 감시하고 통제했다. 한 보완요원은, “자기들도 벌써 5일째 집에 하루도 들어가지 못했다”고 고백했다. 신세계이마트 판매본부장은 은밀하게 진행된 개별면담 자리에서 최옥화 분회장에게 노조탈퇴 각서를 강제로 쓰게 했고, 다른 조합원들에게는 탈퇴자 연명부 및 퇴직원을 받아오게 시켰다. 또한 마음이 여린 조합원들에게는 천문학적인 액수의 손해배상청구, 점포폐쇄 등의 말로 현혹하여 탈퇴를 종용하였다. 회사는 매장 내 고객조차 두려워하지 않았다. 마감조 출근 전 아이 기저귀를 사기 위해 매장으로 들어가려 했던 고경희 조합원은 매장 입구에서 수십 명의 보안에게 둘러싸여 매장으로 들어가지도 못해 대성통곡하는 일이 벌어지기도 하였다.

주도면밀한 탈퇴공작, 회유, 협박, 감금, 미행, 감시통제의 상황에서 다수의 조합원들이 버티지 못하고 탈퇴를 했다. 이 모든 것을 견디고 남은 조합원 전원에게는 한 명은 해고, 남은 3명에게는 ‘3개월 정직과 사업장 출입금지’라는 징계를 내렸다. 뿐만 아니라 회사는 출입금지등의 가처분신청을 하였고, 업무방해죄, 명예훼손죄 등으로 조합원 전원을 고소하였다.

우리는 노조탄압을 받기 시작한 작년 12월 말부터 지금까지 1인 시위, 집회, 선전전 등을 통해 무노조경영 철폐, 민주노조 사수, 부당징계 철회의 요구를 계속하고 있다. 또, 전국일반노조, 민주노동당, 다함께, 불안정노동철폐연대동지들이 연대에 힘입어 전국 70여 개 점포 중 다수의 점포에서 전국공동행동도 함께 하였다. 앞으로도 민주노조가 건설되고 신세계 자본이 무릎 꿇을 그 날까지 최선을 다해 투쟁할 것이다.

자본은 감정이 없어서 자본이 세운 이윤추구라는 목표를 향해 빈틈없이 나아간다. 인간의 양심과 의지를 꺾으려는 것. 삼성의 친족회사 신세계 자본이 보여준 모습은 민주노조 건설을 위해, 아니 자본에 맞선 싸움을 하기 위해 우리가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 철저하게 가르쳐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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