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와 포커스]
정리/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집행위원 송홍석
직장인의 직무스트레스, 기업이 관리하면 좋아질까?
HR파트너스라는 어느 한 헤드헌팅업체(고급인력 구인구직업체)가 직장인 921명을 대상으로 직무스트레스에 관련된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하였다. 그 결과에 따르면 ‘직무스트레스로 인해 퇴사한 경험이 있다’는 응답자가 45%에 달하였고 그 비율은 여성(52%)이 남성(39%)보다, 직급이 낮을수록(사원47%, 과장45.3%, 부장40.7%) 높았다. 직무스트레스의 원인으로 ‘과도한 업무량과 막중한 책임감 30.4%, 미래에 대한 불확실한 비전 24.3%, 성과에 따라 이뤄지지 않는 연봉인상 11.9%, 상사와의 관계 10.3%, 조직에서 모호한 위치 9.0%, 동료 및 부하직원과의 관계 4.1%’ 등의 순으로 꼽았다. 그 업체의 책임자는 ‘기업도 직무스트레스에 대해 관심을 가져야 하며, 기업의 성장을 위해 전문적이고 체계적인 스트레스 관리제도가 도입돼야 한다’고 언급했다. 그러나 앞서 직무스트레스의 원인으로 지적했던 ‘과도한 노동강도’, ‘상시적인 구조조정의 위협’, ‘임금에 대한 불만족’ 등을 과연 기업 스스로 제거해낼 수 있을까? 오히려 핵심은 비껴간 채, 또 하나의 관리와 통제 대상이 되겠지.
산재사망 줄이기 위해선 불안정노동자층을 줄여야 한다
지난 2월 노동부는 2004년 산재통계를 발표하면서 4년만에 산재율이 감소(2000년 0.73%, 2003년 0.90%, 2004년 0.85%)했다고 발표하면서 “클린사업장 확대, 예방, 교육, 사업주 처벌강화가 주요하게 작용한 결과”라는 자화자찬식의 자체 분석을 내놓았다. 한편 업무상 사망률도 2003년 0.90%에서 2004년 0.85%로 감소하였으나, 선진국에 비하면 여전히 높고 특히 추락, 협착 등으로 인한 사고성 사망자는 오히려 늘어나 ‘사망재해 감소대책 전담팀’을 구성해 산재사망 감소를 위한 종합대책을 올 4월 중으로 마련하겠다고 발표했다.
올해는 노동계와 함께 사망재해를 줄이기 위해 뭔가 달라 보이는 듯한 대책을 내놓고 있는 듯하다. 그러나 일단 노동부가 신뢰성이 떨어지는 산재통계로 산재율 감소를 자화자찬하는 것은 부실하기 그지없는 현행 산재정책의 문제점이 합리화된다는 점에서 문제가 있다. 노동부의 발표에 따르면, 전체 재해자의 68%가 50명 미만 사업장에서 발생했고, 1천명 이상 사업장을 제외한 모든 규모에서는 재해가 감소했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작업장 안전시설이 열악하고 공상이나 산재은폐가 허다한 영세 미조직 사업장에서 산재율이 줄어 전체 산재율이 줄어들었다는 노동부의 발표는 모순적이며 믿기 힘들다. 반면에 산안 경험이 더 많은 대규모 사업장에서 오히려 산재율이 늘었다는 것은 산재율이 노동자 권리 찾기에 비례한다고 말해주는 것이지 않을까?
또한 사망재해 감소대책이 과연 전담팀과 그 정책 몇 가지로 해결될 문제인지 심히 우려스럽다. 추락, 협착, 전도 같은 재래형 사고로 인한 업무상 사망이 여전히 줄어들지 않고 오히려 늘어나고 있음은 무엇을 말해주는 것일까? 업무상 사고는 대부분 건설업(43%)과 제조업(25%)에서 발생하며, 이들 중 절반이 넘는 57%가 입사 1년 미만인 노동자였으며, 82%가 일에 익숙해지지도 않은 6개월 미만의 노동자인 것으로 나타났다. 1년 미만의 노동자에는 신입직원, 비정규직이 모두 포함된다. 상시적인 구조조정으로 비정규직 노동자가 늘어나고, 그들의 불안정성이 열악한 노동, 임금조건을 감내하게 만들고, 그것이 결국 업무상 사망사고를 초래하는 것이다. 별스러워 보이는 특단의 대책을 내놓아도 자본과 정부가 불안정 노동을 점점 더 양산해낸다면 그것은 눈속임에 불과한 것이다.
이주노동자 노말헥산 중독, 계속되는 투쟁
지난 1월 12일 경기도 화성시의 LCD/DVD 부품업체인 주)동화디지털의 검사실에서 일하던 타이 노동자 5명이 ‘노말헥산’에 중독되어, 작년부터 ‘다발성 신경장애(앉은뱅이병)’ 증상을 보였다는 사실이 언론에 보도되었다. 이에 이주노동자단체, 노동보건단체, 민주노총 및 민주노동당은 ‘이주노동자 노말헥산 중독 진상 규명과 노동기본권 쟁취를 위한 공대위’(이하 공대위)를 구성하고 집단적인 대응을 하고 있다. 21일 진상규명과 노동부장관 사과, 실질적 산재보상 및 반인권적 강제 단속과 추방 중단을 요구하며 기자회견을 진행하였고 모의실험을 통해 기준치의 4.5배가 넘음을 밝혔다. 또한 지난 2월 27일에는 종묘에서 대중집회를 열어 강제추방 중단 및 노동기본권과 노동건강권 보장을 요구하였다.
한편 노동부는 13일 노말헥산 사용 사업장 367곳에 대한 특별점검 조치를 발표하고, 14일 대검 공안부의 집중 단속 지시를 내리는 등 이례적으로 발 빠른 행보를 취했다. ‘외국인 고용 유해물질 취급사업장’ 5천여 개 중 취급량을 고려한 1,254개 사업장에 대한 특별점검이 병행실시 되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일부 신원이 밝혀진 이주노동자에 대한 강제출국 조처가 이루어졌다. 한편, 최근에는 “불법체류자에 대해 지속적이고 일관된 강력한 단속과 엄정한 처벌을 지속할 것”임을 재삼 밝혔다. 노말헥산 중독 문제의 범위를 보상과 치료로만 국한시키고, 이주노동자 정책은 일관된 탄압의 방향을 가고 있는 것이다.
이후 공대위는 정부의 이주노동자 정책을 비판하고, 재방방지를 위한 토론회를 개최하고 노말헥산 사태의 근본적 해결을 위해 합법화를 요구하는 한편, 단속추방을 중단시키기 위한 지속적인 활동을 모색할 예정이다.
[포커스]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김형렬
지난 3월 2일 열린우리당 장복심, 유시민의원 등에 의해 ‘국민의료비 심사일원화를 위한 입법공청회’가 열릴 예정이었으나, 여러 노동, 사회단체의 반발로 무산되었다.
이 입법예고안의 골자는 현재 산재보험과 자동차보험은 산재환자들의 도덕적 해이가 심각하고 나이롱환자(부재환자)가 많아 입원기간과 전체 치료기간이 길고 진료비도 많이 발생하여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으므로, 심사일원화를 통해 진료비 심사를 철저히 하고, 건강보험의 심사평가원 통합을 통해 적정심사로 의료비를 절감하자는 것이다. 또한 그 결과 보험료를 낮출 수 있고, 치료기간을 짧게 해서 근로손실을 줄여 생산성을 높이고, 부당한 입원을 줄여 병상회전율을 높여 병원수익을 높이고, 조직통합에 따라 산재나 자보의 심사인력을 감축하여 인건비 절감이 가능하다는 주장도 하고 있다. 우리가 눈여겨 볼만한 주장도 있는데, 그동안 산재보험공대위가 계속 주장해오던 ‘선보상후정산제도(산재여부를 결정한 후에 치료를 시작해주는 것이 아니라, 우선 치료하고 보상해준 후 산재여부를 밝히는 제도)’를 도입하겠다는 것이다. 이에 근로복지공단은 산재보험의 특수성, 실제 의료비 절감효과가 미비할 것이라는 주장을 들어 이에 반대하고 있고, 산재보험공대위는 선보상후정산제도의 긍정성에도 불구하고 요양기간 강제단축의 가능성이 존재하고, 건강보험과의 급여격차 문제, 직업병인정의 원인주의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점 등을 들어 상기 안에 대한 재검토의 입장을 가지고 있다.
이번 입법예고안으로 선보상 후정산이 가능한가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의견이 많다. 관련성이 명확하다고 판단되는 산재의 경우 가능할 수 있지만, 현재 문제되고 있는 근골격계 질환, 정신질환 등은 논란의 지점을 승전에서 승인여부 결정 뒤로 옮겨 놓는 것에 불과하다. 건강보험과 급여항목의 차이, 급여항목 내에서 본인부담의 차이, 휴업급여, 장해급여의 차이 등이 존재하는 상황에서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인정되지 못하는 직업병의 경우 엄청난 본인 부담을 안게 되어 결국 치료를 못하거나, 아예 시작도 못하게 될 가능성이 있다. 현재 심사일원화를 이룬 대부분의 다른 나라들이 이들 사회보험간의 격차가 크지 않음을 통해 판단해 볼 수 있다. 또한 재활 및 복귀에 관한 급여 및 내용마련이 선행되어야 하며, 현재 논란이 되는 요양기간의 문제는 그 다음의 문제라는 의견이 설득력이 얻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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