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가나누기]
한라공조 노동조합/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황운하
‘한산(閑山)섬 달 밝은 밤의 수루(戍樓)에 혼자 안자 큰 칼 옆에 차고 기픈 시름 하는 적의어듸셔 일성호가(一聲胡歌)는 남의 애를 긋나니’라는 이순신 장군의 시가 있다. 전장에서 그의 애끓는 심정을 표현한 이 시는 학창시절에 누구나 한 번쯤은 접했보았을 것이다. 현재 독도문제로 한일간의 분쟁이 최고조인 시기에, 일본의 침탈로 인한 옛 선조들의 고통을 다시 한 번 느낄 수 있는 시가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이순신 장군이나 독도문제를 쓰려고 하는 것은 아니다. 실은 이 시에서도 나오는 ‘큰 칼’에 대한 이야기를 하기 위해서 먼저 시를 한 수 써 보았다. 큰 칼. 단순히 옛 장수들의 무기에 불과하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사실 검은 오랜 시간동안 심신을 수련하고 예와 도를 닦는데 사용하던 물품이다. 현재 남한에서의 검도는 신라시대의 본국검법으로부터 시작되는 전통의 검도이다. 검, 몸, 마음이 일체가 되어 상대방을 단 한칼에 제압하는 것이 검도이다. 하지만 상대방을 제압하기에 앞서 우선 예와 도를 최우선으로 하기에, 핵가족화로 인해 예의범절이 낙후되고 있는 현 시기에 꼭 추천하고 싶은 운동이다. 나 자신도 10년 정도 검도를 하면서 그 매력에 완전 빠져 운동을 하지 않으며 몸이 끈질끈질 할 정도이고 운동량도 어떠한 운동보다 뒤지지 않는다.
초등학교 시절, 학내 유일한 운동부였던 검도부는 전국대회를 석권할 정도의 실력으로 유명했다. 그래서 검도는 체육시간이면 쉽게 접할 수 있었고 검도부 입관은 누구에게나 열려 있었다. 그러나 어린시절 머리에 충격을 많이 받으면 ‘돌머리’가 된다는 낭설 때문에 쉽게 검도를 하려고 하지 않았고 나 역시도 잠시 검도부에 몸담았다가 포기했었다.(그렇다고 공부를 잘했느냐는 질문에는 역시나 지지리도 못했음을 말씀드립니다.) 군대제대 후 건강도 지키고 혈기왕성한 체력을 감당할만 한 것을 찾다가 다시 검도를 선택하게 되었다. 어린시절에는 ‘돌머리’가 되는 것이 싫어서 포기했던 검도를 다시 시작한 것은 -더 이상 공부 안 해도 된다는 것이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기는 했지만- 어린시절에 느끼지 못했던 새로운 운동의 신비감을 체육관 입구에서부터 느꼈기 때문이다.
검도는 처음 3개월이 고비이다. 3개월을 참지 못하는 이유는 아마도 다른 운동에 비해 많은 단순 반복운동과 늘지 않는 실력 때문일 것이다. 매일 똑같은 머리치기, 손목치기, 허리치기가 운동의 전부인 초급자들은 운동이 금방 식상하게 느껴지고, 쉽게 늘지 않는 것에 대하여 좌절하다 결국 포기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 시기만 넘기면 투기운동으로 전환하여 ‘호구’라는 보호 장구를 착용하고 경기를 하기 때문에 검도의 매력에 빠질 수 있게 된다. 다른 운동도 마찬가지이지만 검도 또한 스포츠를 즐기는 수준으로 활용한다면 스트레스 해소에는 이를 능가할 운동이 없을 것 같다. 검도는 매일 호구를 착용하고 경기를 하기에 상대방과 서로의 실력을 겨룰 수도 있고, 해서는 안 될 행동이지만 약간은 강하게 타격하여 내 자신의 스트레스를 죽도로 날려 버릴 수 있기에 스트레스 해소 운동으로는 그만일 것이다.
나 자신도 검도를 하면서 포기하고 싶은 생각이 자주 들었지만 운동의 매력은 10년이 넘어서야 알 수 있다는 76세의 선생님의 말씀을 듣고 나서부터는 절대 포기하지 않고 있다. 또한 선수는 아니지만 지역검도대회와 전국대회에 참가하여 수많은 사람들과 이야기도 나누고 운동실력을 겨루기도 한다. 투기운동 중에서 유일하게 대회를 치루는 운동이 바로 검도인데, 젊은 선수들 중심의 엘리트 스포츠인 다른 투기운동의 대회와 달리, 검도는 4,50대도 대회에 참가할 정도로 대중화되어 있다. 운동이 과격해 보여 40대가 넘어가면 쉽게 검도를 선택하지 못하지만, 한 번 해보고 나면 ‘나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을 수 있다. 또한 초보단계에서는 체력을 증가시키는 운동이 대부분이라서 일정정도 시기가 되면 스피드는 젊은 친구들에게 뒤질지도 모르지만 기술과 힘은 절대 뒤지지 않는다. 앞에서 잠시 소개한 대전의 모체육관의 선생님의 경우 76세의 나이에도 5kg이 넘는 호구를 착용하고 젊은 선수들과 동등하게 운동을 하신다. 이처럼 검도는 나이를 막론하고 누구나 할 수 있는 운동이어서 한 번 검도의 매력에 빠진 검도인들은 쉽게 포기하지 못한다.
젊은 시절 검도관에서 집사람을 만나 2년여의 열애 끝에 결혼도 하게 되었고, 이제는 초등학교에 입학한 어린 자식과 함께 검도를 하고 있다. 아내와 자식, 그리고 부모님과 함께 즐길 수 있는 운동이 검도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가족 모두의 즐거움이 될 수 있는 스포츠는 너무도 많다. 노동자들의 부족한 여가시간을 활용하기에는 어려운 점도 많지만, 그래도 스포츠, 여행, 등산, 인라인 스케이트 등 가족과 함께 시간을 낼 수 있는 모든 여가활동은 노동자들의 부족한 여가시간을 보다 즐겁게 만들어 줄 수 있을 것이고, 짧은 시간이나마 가족과 보내며 행복이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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