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5/5월] 전국경찰청고용직공무원노조 직권면직 철회 투쟁 129일

일터기사

[현장통신]

전국경찰청고용직공무원노조 직권면직 철회 투쟁 129일
경찰청고용직공무원노조 사무국장 장희정

민주노동당에서 처음 시작한 전국경찰청고용직공무원노조의 농성투쟁을 지금은 시설노조 사무실로 이동하여 129일째 이어가고 있다. 거의 전원이 여성노동자인 우리는 각급 지구대(구 파출소)와 경찰서 등에서 경리, 문서정리, 타이핑, 청소, 심지어는 밥 짓기, 빨래 등의 경노무에 종사하고 있었으며, 대부분의 경우 경찰이 해야 할 업무까지 맡고 있었다. 그런데 경찰청은 2003년 말 496명, 2004년 말 586명의 고용직공무원 노동자를 이미 직권면직시키고 올해 말 89명을 추가로 직권면직시킬 예정이다.

우리 노조는 2004년 5월 대전에서 처음 비대위를 구성하여 노조결성을 준비하면서, 경찰청의 직권면직이 본격화된 2004년 7월 출범되었으며, 이후 전국순회간담회를 개최하면서 정부(경찰청)와의 싸움을 준비하였고, 지금까지 지속적인 투쟁을 전개하고 있다. 그러나 노조의 대화 요구와 투쟁에도 불구하고 경찰청과 정부는 묵살과 탄압으로만 일관했다. 2004년 12월 중순부터 농성투쟁을 전개해오다가, 농성 70여 일만에 겨우 성사된 경무기획국장과의 면담에서 <직권면직 철회>와 <기능직 전환>, <노동조합 인정>이라는 노조의 요구 중 아무 것도 들어줄 수 없다는 답변만을 들었을 뿐이었다. 경찰청은 노조를 인정하지 않고 그저 ‘고용직해고자모임’이라는 명칭을 사용했으며, ‘사기업 취업 알선’이니 ‘일용직 취업 협조’ 등을 대책이라고 내놓았을 뿐이다.

경찰청은 국가공무원법을 들어 “직제개편 등의 사유에 따라 직권에 의한 면직이 가능하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 그러나 경찰 직제개편이 이루어진 89년 이후에도 고용직공무원 채용은 계속되어 왔으므로 지금의 직권면직 상황은 직제개편에 따른 조치라 볼 수 없다. 더군다나 고용직의 면직이 이루어진 이후에도 고용직의 업무는 일용직 등 비정규직의 형태로 계속 이루어지고 있어 고용직들이 하는 업무가 필요 없게 된 것도 아니다. 경찰청은 1998년의 경우 경찰 926명 증원, 고용직 818명 감원, 2002년에는 경찰 773명 증원, 고용직 717명 감원하는 등 고용직만 구조조정 해왔다. 고용직을 직권면직하고 그 자리에 비정규직을 확대해 온 것이다. 게다가 지난 89년에는 지방자치단체 소속 방범대원 등 남성이 주를 이루는 국가직 고용직공무원들을 기능직으로 전환한 경우도 있으나 여성노동자가 주를 이루고 있는 경찰직 공무원만이 기능직 전환에서 배제되고 있다.

현재 경찰은 거의 모든 조합원들에 대한 담당 정보형사 배치 및 미행, 모든 집회 봉쇄와 차단, 가족을 통한 협박과 회유 등 반인권적 탄압을 자행하고 있다. 3월 4일, 조합원 40여명은 흰 소복을 입고 정부청사 앞에서 노조 탄압에 항의하고 경찰청장과의 면담을 요청하며 기습 시위를 벌여 전원 연행되기도 했다. 또 노조 위원장을 비롯한 간부 3명이 3월 21일 오전 경찰청 앞 CCTV타워를 점거하고 20여 미터 상공에서 고공농성을 진행했다. 직권면직 철회와 기능직으로의 직제전환을 요구하며 허준영 경찰청장과의 면담을 요청했으며, 경찰청으로부터 경찰청장 면담 진행 약속이 있은 후 거의 12시간만에 지상으로 내려왔다. 그러나 이후 경찰청에서는 그 어떤 구체적인 일정도 통보하고 있지 않다.

우리는 “노조설립을 인정하지 않은 것은 부당하다”며 서울남부지방노동사무소를 상대로 소송을 하고 있다. 이 소송에서 서울행정법원 행정14부(부장판사 신동승)은 재판부 직권으로 위헌법률 심판을 제청한 상태이다. 우리는 노조설립과 직권면직 거부를 통해 노동자로 누리지 못했던 권리와 자존심을 회복하려고 한다.

우리가 최근 일일주점을 계획하면서 일일이 손으로 만들었던 초대장의 문구가 아직도 머리에서 떠나지 않는다. “이 땅의 노동자들이 얼마나 힘들게 살고 있고, 어렵게 싸우고 있는지 경찰서에서 근무한 10년보다 길거리에서의 120여일이 세상을, 사회를 더욱 잘 알게 해 줬다는 생각이 듭니다…” 우리가 노동자임을 모르고 지내던 시간은 이제 잊어버리고 한 사람의 노동자로서 자신의 권리는 누가 대신 찾아주는 것이 아니라 내 손으로 찾는 것임을, 자존심이란 한 개인으로서 세상에 나아가 더욱 당당한 삶을 살 수 있는 원동력이 될 것임을 매 순간 가슴으로 느끼며 이 싸움을 꼭 승리로 마무리하고 싶다.

어렵다고만 생각했던 정부(경찰청)와의 싸움이지만, 힘차고 당차게 최선의 노력으로 싸움을 지속하고 있습니다. 여러분들의 적극적인 관심과 지지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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