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5/6월] 메이데이에 불참한 몸부림

일터기사

[문화마당]

메이데이에 불참한 몸부림
두원정공노동조합 율동패 몸부림 신정범

며칠을 잠을 못 자 잠깐 잠을 자려고 하는 순간에 큰놈이(아들) 핸드폰을 가져온다. 게임을 하려고 빌려간 핸드폰에서 자꾸 이상한 소리가 나 겁먹은 얼굴로 나를 보고 있다. 부재 중 전화와 수도권 율동패장단 회의가 있으니 꼭 참석 해달라는 어느 동지의 문자 메시지. 참석해야 하는지 고민이 되는 순간이다. 날짜가 다행히 처가쪽에 상을 당해 정읍에 갔다 오는 날 저녁이기에 아내한테 동의를 구해 참석하기로 했다.

어두운 텐트 안에서 낯선 얼굴들에게 내 소개를 하고 나서 자리에 앉는다. 지난 전국노동자 대회의 문선 내용과 평가, 그리고 노동절 문선 내용에 대해 서로 논의하고 토론하는데 나는 우리 율동패가 지난 노동절 문선에 참가하지 못했기에 아무 말도 못하고 듣기만 했다. 얼마 후 총연맹의 문화 담당자가 왔고 115주년 세계노동자의 날 기념행사 일정과 올 해 중앙문선의 세 가지 기조를 설명한다. 첫째 정부의 비정규직 개악안 폐기와 보호입법 쟁취, 둘째2005년 임단협에서 비정규직 사업을 위한 50억 기금 마련, 셋째 무상의료 무상교육. 이 세 가지 기조에 율동패를 구성해서 4.30과 5.1 양 이틀간 중앙문선을 한다는 것이다. 현장 율동패의 창작성 고려도, 내용적 동의도 없이 지침(안)에 근거해서 춤만 추라는 식이다. 답답하고 화가 날 지경이다. 수도권 현장 율동패의 목소리는 들어주지 않고, 이 세 가지 기조에서 벗어난 문선을 중앙무대에 올리면 조합원이 혼동하여 하나로 결집할 수 없다는 핑계 아닌 핑계를 댔다. 참가하고 싶으면 참가하고 기조에 반대하면 참가하지 말라는 식으로 대화가 이루어졌다.

지금 우리 내부의 모습은 과연 어떤지. 민주노총 10년의 역사에서 3번의 대대가 무산되고 무산된 다음 날에는 민주노총 홈페이지는 불이 날 정도다. 동지적 관점에서 토론하고 비판하고 비판받는 우리들의 좋은 역사는 휴지통에 처박혀 있고, 생각이 다르고 입장이 다르면 적으로 매도하고 있는 작금의 민주노총 자유 게시판에서 무엇이 혼동이고 혼란인지 참 한심한 마음뿐이다.

율동패의 문선내용은 총연맹의 집행부가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조합원 대중들이 평가하고 논의해야 하며, 잘못되었으면 비판하고 율동패는 이를 겸허하게 받아들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결국 노사정대화의 필요성을 주장하는 쪽과 사회적 합의주의 반대하고 실질적인 총파업을 조직하자는 양쪽의 입장 차이로 무대는 반쪽 짜리가 되어버렸다. 여기에 율동패원으로서 자기 사명을 다하지 못하는 죄책감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98년의 노사정 합의로 정권과 자본에게 유린당하고 있는 현장, 구조조정 싸움과 파견법으로 많은 동지들이 힘들게 싸우고 있는 지금의 모습(청주에서, 울산에서)에서 나는 자신이 갈 길을 분명히 제시하고 있다. 사회적 합의주의 반대 현장에서 실질적인 총파업을 조직해야 한다. 4.30과 5.1 중앙문선을 못 한다는 아쉬움을 넘어서 점점 더 잃어만 가는 노동운동의 계급성과 연대성을 복원해야 한다. 형식적인 집회의 동원과 연대사/투쟁사만 하고 사라지는 현재 우리 상층부의 모습에서, 이번 수도권 율동패장단 회의에서, 나는 큰 의미를 찾을 수가 있었다. 썰렁했던 전야제의 모습. 노동조합의 상징인 깃발은 어디서도 찾을 수가 없고 그 빈자리를 학생들이 차지했다. 얼마 전부터 노동자 대회에 학생들의 참석을 막았던 일과 상반된 일이다. 그런가 하면, 문화마당 안에 전경들이 떼를 이루어 순찰하는 모습이 나를 슬프게 한다.

차가운 아스팔트 위에서 모처럼 소주 한잔 마신다. 비록 한달 이라는 기간 이지만 같이 고민한 동지들과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집이 멀다는 핑계로 뒤풀이 제대로 한번같이 못하고 중간에 빠져 나왔기에 그동안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왜 우리가 이 자리에 모였고 아무도 없는 황량한 여의도 국회 앞에서 새벽까지 토론하고, 이후 일정을 논의 해야 하는지, 언론에서는 파견법 관련 비정규직 입법이 기간제부분 빼고는 어느 정도 돌출안이 나왔다고 떠들고 있을 때 오늘 나는 이 자리에서 무엇를 해야 하나 생각 한다.술 기운이 올라오기 전에 제안 하나 하고 싶었다. 저마다 가지고 있는 현장 율동패의 고민과 현장성을 같이 공유하고 노동자 투쟁의 구심에 서기 위해서는 우리 스스로가 우리 행동에 대해, 말에 대해 책임를 져야한다고 생각하며, 작년 노동자 대회 이후 다시 모인 이 자리에서 수도권 율동패의 정기적인 모임을 정례화하자 말하고 싶었다.

작년 전국노동자대회 이후부터 올해 5.1 절까지 수도권율동패 2-3개가 깨졌다. 아쉬움이 남는다. 입장과 생각의 차이로 율동패가 해산하는 것보다는 토론과 비판으로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데, 저 위에 있는 지도부는 그렇게 생각을 하지 않아 우리 스스로가 우리의 활동 폭을 제약하는 것은 아닌지 답답하다. 노동(조합)운동의 원칙이 퇴색되어 가고 있는 요즘, 14년 전 오늘 한 노동자가 의문의 죽음을 당했다. 전노협을 사수하고 연대투쟁을 실천하려던 그 동지 바로 박.창.수. 그의 이름을 생각하며 님을 위한 행진곡을 힘차고 당차게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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