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와 포커스]
정리/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선전위원장 송홍석
경제5단체, ‘건강검진시 노동자대표 입회조항’ 폐지해달라
산업안전보건법에는 건강검진 실시에 노동자의 참여기회를 보장하고 검진기관에 대한 노조의 알 권리를 보장하고 있다. 그러나 지난 4월 경제5단체는 정부에 모두 60건의 규제 완화를 요구한 바 있는데 이 중 산업안전규제와 관련해 “건강검진시 근로자대표 입회조항(산업안전보건법 제43조)을 폐지해 달라”는 내용을 포함시켰다. 경제5단체는 “근로자대표가 요구할 경우 사업주는 무조건 근로자대표를 입회시켜야 하나, 건강진단의 경우 전문의학분야로서 근로자대표 입회 필요성은 매우 낮다”고 그 이유를 밝혔다. 건강검진은 적절한 작업배치로 노동재해를 사전에 예방하고, 유해환경에 의한 질병을 조기에 발견하고, 적절한 사후관리를 하기 위한 것이다. 그러나 사업주는 건강검진을 튼튼한 노동자만을 골라내는데 악용하거나, 검진기관과 야합하여 검진결과를 축소/왜곡하기 위해 활용한다. 따라서 제대로 된 건강검진을 위해서는 사업주와 검진기관이 농간을 부리지 않도록 오히려 노동자들이 더욱 더 철저하게 준비하고, 참여하여야 할 것이다.
경총, 산재보험제도 개악에 주력하겠다
경총 내 기업안전보건위원회는 지난 5월 3차 정기총회를 열고 올해 주요사업으로 △요양급여와 휴업급여의 지급시기 제한 명시화, △휴업급여수준 하향조정, △산재보험과 국민연금의 중복 급여 중단, △근골격계 질환 인정기준 업무지침 강화 대책, △사업주의 산재심사청구권(근로복지공단의 산재 승인에 대해 사업주가 이의를 제기할 수 있는 권리)신설 등을 상정하고, 전반적인 산재보험제도의 개악에 힘쓰겠다는 의지를 피력하였다. 이는 근골격계직업병 은폐를 당당히 법제화하고, 혹 근골격계직업병 환자가 발생하더라도 제대로 치료되건 말건, 재발이 되건 말건 무조건 요양 종결시키겠다는 것이다. 노동부가 ‘산재보험제도 발전위’를 통해 내년 입법을 준비 중인 산재보험 개정안과 일맥상통하고 있는 재계의 행보에 노동계의 전면적인 대응이 필요한 시점이다.
산안법 개정안 입법예고: 사망재해 처벌강화, 100인 이상 사업장 산보위 설치 의무화
노동자의 사망재해에 대한 처벌강화와 산업안전보건위원회 설치 의무 사업장 확대를 주 내용으로 하는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이 6월 11일 입법예고 되었다. 이 입법예고안에 의하면 사업주의 안전/보건조치 소홀로 노동자가 사망한 경우 산안법 상 처벌수준이 현행 ‘5년 이하 징역, 5천만원 이하 벌금’에서 ‘10년 이하 징역, 5억원 이하 벌금’으로 강화되고, 현행 1천인 미만 사업장에 대해서는 산보위를 노사협의회로 대체할 수 있었으나 개정안에는 100인 이상이면 산보위를 별도로 설치토록 강제했다. 또한 노동부는 “신규도입 기계/기구 및 원재료에 대해서는 산안보건위원회 심의를 받도록 해 신규기계 조작/취급 미숙으로 인한 산업재해를 사전에 예방할 수 있도록 했다”고 밝혔다.
공단, 사무직 노동자의 근골격계직업병 판정은 그까이 거 뭐 대~충!
한 사무직 여성노동자가 업무관련성을 인정 여부와 자문의 심사에 문제를 제기하며 지난 6월 1일 공단에서 점거농성을 하였다. 그녀는 지난 5년간 출판사에서 ‘1인 출판’ 방식으로 한 달에 두 권 꼴로 책을 만들어내며 일하다가 목디스크를 얻어 산재신청을 하였으나, 공단은 업무관련성이 없다며 불승인하였기 때문이다. 출판업무 특성상 작업 중 자리를 비울 수 없고, 집중해서 처리해야 할 일들이 많기 때문에 하루 8시간 이상 같은 자세로 시선을 한 곳에 고정시켜 고개를 숙이고 일할 때가 많았다고 한다. 그런 그녀가 불승인 받게 된 과정을 보면 공단의 산재처리과정이 얼마나 노동자 기만적인지를 알 수 있다. 공단은 그녀의 업무내용과 작업환경을 파악하기 위한 ‘문답서’가 사무직 노동환경은 배제한 제조업 중심으로 구성되어 있음에도 이 문답서를 근거로 산재판정을 하였으며, 근무시간 관련하여서도 실근무시간(주6일 근무)은 제대로 확인도 하지 않은 채 회사규정에 의한 주5일 근무를 기준으로 산재불승인을 내린 것이다. 주치의 소견과 노동자의 실제 노동환경은 무시하고 자문의사의 소견만으로 판정을 내린 공단의 무성의하고 한심한 작태는 언제쯤 끝날까?
[포커스]
전국철도노동조합 노동안전보건차장 이김태영
법과 규정을 준수하면서 일하는 것이 투쟁의 한 형태인 이상한 나라가 대한민국이다. 규정은 있고 노동자를 보호하기 위한 법이 존재하지만 이것은 그야말로 법이다. 법보다 가까운 것이 주먹이라고, 법과 규정보다 더 가까운 것이 승진과 승급에 대한 차별이고 성과급을 차등 지급하는 것이고 회사가 망한다는 협박이다.
철도 역사 100년이 이러했다. 수천의 노동자가 일터에서 열차에 치이고, 떨어지고, 감전되고 질병으로 사망하였지만 현장은 바뀌지 않았다. 여전히 규정보다는 열차를 빨리 출발시키는 것이 더 중요하고, 안전한 것보다는 시간 내에 최대한 많은 일을 하는 것이 제1의 원칙이었다.
특히 입환담당역무원(일명 수송원)은 더욱 그렇다. 이들은 열차를 떼었다 붙였다 하는 것이 주 업무이다. 이들에게 달리는 열차에 뛰어타고 뛰어내리는 것은 어느 정도 경력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증표였다. 혼자서 작업을 하는 것은 능력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었다. 주어진 시간 내에 얼마나 빨리 열차를 개통시키는가 하는 것이 최고의 목적이었다.
동료가 달리는 열차에 매달려가다 떨어져 사망해도, 뛰어타다 미끄러져서 사망해도, 열차 사이에서 작업하다 끼어 사망해도 그들은 묵묵히 뛰어타고 뛰어내렸다. 달리는 열차에서.
이를 이용하고 정부와 한국철도공사는 인력을 지속적으로 줄여왔다. 3명이 한 조가 되어 일하도록 했던 형식상의 규정도 없애버렸다. 아무리 일이 많아도 현장노동자들이 목숨을 담보로 다 처리하기 때문이다. 현장에서 작업을 마치는 데 40분이 걸린다고 해도 위에서는 그 일을 20분에 하라고 해도 그 안에 처리하는 형편이었다.
최근 입환담당역무원을 중심으로 관행을 깨기 위한 규정준수작업 실행 선언이 있었다. 물론 100여년의 역사를 가진 관행을 하루아침에 깨지는 못할 것이다. 하지만, 현장노동자 스스로가 관행을 깨기 위한 지루하고 힘든 과정을 당당히 가겠다고 선언한 이상, 언젠가는 잘못된 관행이 현장에서 사라질 것은 분명하다.
열차의 안전과 노동자의 안전 모두를 보장하게 할 규정준수작업 실행에 많은 관심과 격려를 부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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