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5/7월] 인생이 궁금하신가요? 그럼 점을 보세요.

일터기사

[세상사는 이야기]

인생이 궁금하신가요? 그럼 점을 보세요.
군산 노동자의 집 여은정

몇 년 전 여성 단체를 그만 두고 쉬는 동안 공동체 마을에 갔다가 삭발을 한 적이 있다. 그곳에 있는 구성원들 모두가 빡빡머리라서 이상하단 생각은 하나도 안 했다. 문제는 집으로 돌아와서였다. 시골에서 잠시 전주 집에 놀러 오신 아빠는 더운데 무슨 모자를 다 쓰고 있냐고 말할 뿐 딸의 변화를 눈치 채지 못했다. 그런데 어찌 엄마 눈을 속이랴. 엄마는 바로 나를 끌고는 안방으로 들어가서는 무슨 일이냐고 물었다. 나는 그냥 한 번 삭발을 해보고 싶었다고 말하고는 씩 웃었다. 한숨을 푹 쉬는 엄마.
“그러게, 그 말이 맞는갑다. 며칠 전 니 이모가 친구랑 왔는데 그 사람이 팔자를 좀 본다길래 물어봤더니 그러더라. 그 딸은 고집이 세서 그냥 자기 살대로 살게 내버려 둬야지 그렇지 않으면 수녀나 중이 될 팔자라고.”
“오호? 진짜? 그 사람 진짜 잘 맞추네. 내 미래는 어떻대?”
호기심이 동한 나는 쓸쓸해하는 엄마에게 반짝반짝 빛나는 눈으로 물었지만 특별히 기억나는 건 없다.

사주팔자! 나는 사주를 좀 믿는다.
처음 사주를 본 건 대학 떨어지고 얹혀살던 큰외삼촌한테서다. 총명했던 외삼촌은 어릴 적 자주 아팠는데 어찌어찌 동네 어르신으로부터 사주와 작명법을 배워서 가끔 친인척들의 사주나 작명을 해주셨다. 당시 대학 떨어지고 풀이 죽어 있던 내게, 내 인생 어디로 가야할 지는 가장 큰 고민이었다. 답답한 마음에 외삼촌께 사주를 봐달라고 했고 외삼촌이 나에게 해주신 말은 외유내강형의 성격이라 사람을 많이 돕고, 재운이 많아 먹을 걱정은 안 해도 되고 결혼은 늦게 하는 게 좋다는, 상당히 위로는 되지만 너무나 평범해서 그 당시 나로서는 좀 시시한 인생이었다. 아무튼 그 때 사주를 보고나서 나는 전문대의 취업이 잘 되는 임상병리과로 진로를 정했다.
내 인생 그렇게 해서 꼬였다. 사주에 그런 것은 안 나와 있나 보다.
과 선택에는 문제가 없었으나 나는 학생운동 한답시고 과와는 거리가 먼, 병원을 지극히도 싫어하는 인간이 되어 있었다.

그리고 두 번째 사주를 본 건 여성 단체에 있을 때다.
당시 여성 단체 월례모임을 할 때 연초에 토정비결을 봐주는 사람이 왔다. 그 분은 운동을 했던 지역의 선밴데, 어릴 때부터 절에서 자라 풍수지리와 사주에 능통하다고 했다. 당시 사회운동 1년차이던 나는 뭐가 그리 서러웠는지 선배가 내 사주를 풀어주는 동안 갑자기 눈물이 나기 시작했다. 계집여가 세 개가 있다면서~~~ 당시 나는 많은 여성들한테 치이고 있었다.
“니가 아직 뭘 몰라서 그래”, “니가 일한만큼 돈이 나오는 거야(프로젝트)”, “넌 왜 그러니?”
상처가 되는 말 속에 버티던 나는 봇물처럼 터져 나오는 눈물을 주체할 수가 없었다.
그래도 나는 물었다. “제가 지금 잘 살고 있나요?”
마음에 담는 말이 병이 된다고, 흘려보낼 건 보내라고, 그것만 잘 하면 모든 일이 다 잘 될 거라고 선배는 말했다.

그리고 다시 나는 얼마 전 인터넷 무료 사주를 봤다.
열정적인 당신은 성질만 좀 죽이면 좋다는… 천성운인지 뭔지 타고난 재물복이 있단다.
사람을 돕고 사는 사람이고, 방랑자 기질이 좀 있고, 재물복 얘기가 계속 나오는 걸 보면 굶어죽진 않겠다.

사람들이 점을 보는 이유는 아마도 자기 행동의 합리화일 것이다. 자기점검이라고나 할까?
어찌됐든 그 이모 친구 덕에 나는 일정정도 집안에서 자유로워졌다.
그러기에 나는 말한다. “활동가여, 점쟁이를 매수하라!”

3일터기사

댓글

댓글은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정보통신 운영규정을 따릅니다.

댓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