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5/8월/특집1] 근로복지공단의 반노동자적 작품, 근거 없는 줄줄이 불승인 -산재승인과정에서의 불승인 사례

일터기사

[특집1]

근로복지공단의 반노동자적 작품, 근거 없는 줄줄이 불승인
– 산재승인과정에서의 불승인 사례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조직위원 김정수

사례1:
근골격계질환으로 산재 신청을 하였으나 현장조사, 특진 없이 자문의 소견만으로 불승인 처분을 내린 사례

서울 소재 모 출판업체에서 5년간 단행본 책자를 출간하는 업무를 하는 고OO씨. 목과 어깨 부위의 통증을 느껴 자비로 치료를 해오던 중 효과가 없어 모 대학병원에서 경추 추간판탈출증 진단을 받아 요양신청서를 제출하였다. 그러나 근로복지공단 서울 북부지사는 현장조사를 실시하지 않고, 특진 과정도 없이 “주5일제 근무를 실시하는 사업장이므로 장시간 노동을 하지 않았다”는 자문의 소견을 근거로 불승인 조치하였다. 재해노동자 및 노동안전보건단체에서 지사를 방문하여 농성하면서 항의하자, “진단명을 추가하여 최초요양신청을 하면 전향적으로 검토해 보겠다”, “조사과정에서 당사자, 단체에서 추천하는 전문가를 포함시키겠다”고 약속하였다. 하지만 며칠 후 지사에서는 당사자에게 전혀 알리지 않고 비밀리에, 일방적이고 형식적으로 현장조사를 진행하였다.

사례2:
재해조사 과정에서 회사의 의견을 일방적으로 수용하여 사실과 다른 정보를 수집하고 이를 바탕으로 불승인 처분을 내린 사례

경기도 소재 모 버스회사에서 10년간 운전기사로 일하던 김OO씨. 2일 근무에 1일 휴무, 하루 평균 근무시간 18시간, 한 달 평균 근무시간 323시간. 버스 운행 도중 손님과 심하게 다툰 이후 구토가 발생하여, 운행 중이던 버스를 경찰서 앞에 세우고 도움을 요청해 병원 응급실을 방문하였고, 뇌경색 진단을 받아 요양신청서를 제출하였다. 근로복지공단에서는 과로가 축적될 만한 계속적인 연장근무나 작업내용의 가중이 없고, 재해일과 이전에 손님과의 다툼이 근거자료가 미약해 모호하고, 다툼이 있었다 하더라도 업무 중에 흔히 일어날 수 있는 일이기 때문에 직업병이 아닌 자연발생적으로 생긴 질병이라는 자문의 소견을 근거로 불승인 조치하였다. 관련 자료 확인 과정에서 근무년수를 2년으로 본 점, 출퇴근 시간, 휴식시간, 점심시간 등을 회사의 진술만 받아들여 잘못 계산한 점, 손님과의 다툼이 흔히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는 점 등을 들어 지사장 면담 통해 재심의를 요청하였다. 재심의가 받아들여져 열린 자문의협의회에서 다수의 자문의가 관련성을 인정하여 산재 승인 결정되었다.

사례3:
재해 발생 이후 장시간이 지난 후 이루어진 문답과정에서 착오로 발생한 사소한 실수를 근거로 불승인 처분을 내린 사례

울산 소재 모 중공업에서 12년간 도장공으로 일하던 배OO씨는 그라인딩 작업 도중 좌측 팔꿈치를 장비에 심하게 찍혔다. 다음 날 정형외과에 방문하여 좌측 팔꿈치 부위의 골절 및 인대, 근육 파열 등으로 수술을 시행한 후 요양신청서를 제출하였다. 근로복지공단 울산지사는 최초요양신청시 본인진술서에 나와 있는 사고 발생시간과 근로복지공단 방문 문답과정에서 진술한 사고 발생시간이 다르고(실사고 시간과 2시간 정도 차이가 남), 자문의사에게 자문을 의뢰한 결과 “급성재해가 아닌 진구성 골절(과거에 발생한 골절)소견으로 사고 내용과 무관하다”는 의학적 소견이 있었다며 불승인 조치하였다. 사고가 발생한 지 49일이 경과하여 이루어진 문답조사과정에서 사고 발생 시간을 2시간 가량 다르게 진술한 것을 불승인의 중요한 근거로 삼은 것이다. 또한 재해노동자는 왼손잡이로 수술을 요하는 정도의 골절이 있었다면 상식적으로 그라인딩 작업을 할 수 없었을 것이다. 본인 진술이 번복된 사유를 포함하여 심사청구하였다.

사례4:
불승인 판정에 대한 행정정보공개요청을 거부한 사례

울산 소재 모 섬유업체에서 5년간 원사봉(3.5Kg-7Kg)을 교체하는 업무를 하던 신OO씨. 원사봉을 드는 과정에서 발생한 팔꿈치 통증으로 치료를 받던 중 외상과염 진단을 받고 요양신청서를 제출하였다. 근로복지공단 울산지사에서는 질병의 경과가 급성적이고 작업내용이 무리한 힘을 사용하면서 나쁜 작업자세가 반복된다고 볼 수 없다며 불승인 조치하였다. 재해노동자 외에 업체 내에서 팔꿈치에 이상이 있어 공상으로 치료받은 동료가 3명에 이르고 이에 대해 본인이 진술을 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이에 대한 고려 없이 업무와 관련 없다는 판단을 내린 것이다. 또한 재해노동자가 불승인 통보를 받고 울산지사를 방문하여 본인의 자료를 사본으로 받았는데 자료 중 사고조사복명서가 누락되어 이를 요청하였으나 울산지사에서는 “사고조사복명서는 공개하지 않는다”며 공개를 거부하였다. 울산지사는 사측 진술자가 자료공개를 원치 않는다는 이유로 자료 공개를 거부하였고 심지어 “사고조사복명서가 있다는 얘기를 누구한테서 듣고 왔냐?”며 사실을 확인하려 하였는데, 이는 명백히 법적으로 보장된 재해노동자의 이의제기권을 침해하는 것이다.

작년 말 노동부와 근로복지공단은 <근골격계 인정기준>과 <요양업무처리지침>을 내놓았다. 그것은 산재에 대한 인정도 치료도 어렵게 만드는 제도로, 현재 많은 노동자들이 새로 바뀐 제도로 인해 더욱 절망적인 상황에 직면하였다. 산재승인과정에서 자문의 판단의 결정력을 강화시키는 규정을 적용하여 ‘자문의와 주치의의 판단이 다를 경우 실시하게끔 되어 있는’ 특진 과정 없이 불승인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노동조합이 없는 사업장 소속 노동자, 혹은 영세 비정규직 노동자가 산재요양을 신청하는 경우에는 아예 현장조사 과정도 없이 불승인하는 사례가 늘고 있고, 현장조사를 실시하는 경우도 매우 형식적이거나 회사측의 의견만 일방적으로 반영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요양승인까지의 결정기한이 길어져 재해노동자들의 육체적, 심적인 부담도 훨씬 가중되었고, 문답조사과정에서 정확한 사실을 기억하고 있지 못한 경우는 산재에 대한 불승인으로 이어지고 있다. 더욱이 법적으로 보장되어 있는 불승인에 대한 행정정보공개요청을 거부하는 근로복지공단의 작태는 근로복지공단의 반노동자적 행태가 어디까지 왔는지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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