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사는 이야기]
군산 노동자의 집 여은정
작년에 이어 지금 군산은 시끌벅적하다.
하늘엔 폭격기가(매향리에 있던 미군 폭격장을 직도로 이전하려 하고 있다), 땅엔 핵쓰레기장이(군산시에서는 경제적 이익이 있다며 핵폐기장 유치를 위해 온 힘을 다하고 있다). 바다엔 새만금을 막아 온 갯벌이 죽어가고 있다.
인구 27만의 항구 도시 군산에 처음 왔을 때의 느낌이 선명하다.
회색빛 하늘 탓이었는지 도심 곳곳에 남아 있는 일제식 건물들 때문이었는지, 낡고 작은 도시는 마치 시간이 멈춰 버린 세트장 같은 분위기가 물씬 풍겼다.
이런 도시에 적응 할 수 있을지 좀 걱정이 됐다.
아니나 다를까 2000년 대명동 성매매 업소 화재사건에 이어, 2002년 개복동 성매매 업소 화재 사건 이후 대책위 활동을 하면서 이 지역의 특성을 조금은 알게 됐다.
산업단지, 항구도시이기에 정착민보다는 유동 인구가 많고, 성매매 업을 중심으로 한 유흥업소가 발달해 있고 바닷가 특유의 음식문화가 있어 기본 반찬에 생선이 2~3가지는 나온다. 하지만 교육과 의료 여건이 좋지 않아 인근의 도시에서 출퇴근 하는 사람이 많다.
그러다보니 사는 곳에 대한 애정이나 관심이 별로 없고 변화에 대한 열망도 적은 편이다.
핵폐기장 싸움을 시작하면서 군산시에서 나온 시정 홍보에 대한 팜플렛을 유심히 본 적이 있다.
군산시는 전략적으로 ‘생태관광도시’를 꿈꾼다고 선언하고 있지만 핵폐기장 유치와 새만금 갯벌 메우기에 적극 찬성하는 것을 보면 결코 그들이 바라는 것이 생태관광도시가 아님을 알 수 있다.
핵폐기장이 들어와야 지역경제가 살고, 유동인구가 아닌 정착민이 늘어난다니 지역 갈등을 조장하는 반대 세력은 자중하란다.
지역 주민인 나로서는 이해가 안 되는 군산시의 논리에 동의할 수 없어 싸움을 하고 있긴 하지만 진정 지역주민운동으로 핵 반대 싸움이 나아가길 바란다.
자기가 사는 터전에 대한 진지한 고민과 실천이 없다면 자본에 포섭되는 것은 순식간의 일이다.
핵폐기장이 들어와서 일자리가 늘고, 관광객이 늘었다는 TV 속 광고가 반복된다. 새빨간 거짓말도 계속 들으면 진짜 같다.
10여년 전 동양화학이라는 공장이 들어온 공업단지의 한 마을은 이미 공기와 땅이 오염되어 위험하니 이주하라는 명령을 받았다. 그러나 그 이주비는 군산시도 동양화학에서도 주지 않는다.
가난해서 갈 데 없는 사람들이 거기서 계속 농사지으며 살고 있다.
소음피해로 고통 받고 있는 미군기지 주변 마을도, 새만금 갯벌을 메워 고기가 예전만큼 잡히지 않아 떠날 수밖에 없는 어민도, 모두 국가의 산업과 정책의 피해자다.
돈 없어 이주 하지 못하는 가난한 사람들의 땅이 되지 않기 위해서라도 우리는 지금 싸워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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