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5/9월] 죽음의 공장지대, 여수·광양산업단지 외

일터기사

[뉴스와 포커스]

정리/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선전위원장 송홍석

노동부의 ‘찾아가는 서비스’, 빛 좋은 개살구 서비스 되어서는 안돼

노동부와 근로복지공단은 그동안의 행정사무 중심의 산재보상업무를 현장을 중심으로 한 전문성을 갖춘 기능별 팀제를 도입하는 자칭 ‘찾아가는 서비스’를 8월 8일부터 공단 지역본부부터 시범실시하고 10월부터 전 지사로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노동부는 이를 위해 산재보상업무를 3개의 팀(재해조사/현장서비스/급여지급팀)으로 재편하여, 최초재해 발생시 사업장을 방문, 사업주와 근로자에 대한 재해조사를 강화해 업무상재해 여부를 신속, 공정하게 판단하고 요양 승인된 환자에 대해서는 현장서비스팀을 통해 산재근로자를 직접 상담해 질병상태, 치료기간 등에 따라 의료상담 및 재활/직장복귀 지원 서비스를 한다고 소개했다.
역시나 겉모양은 그럴듯해 보인다. 그러나 ‘찾아가는 서비스’가 궁극적으로 노동자에게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운영될 지는 두고 봐야 알 일이다. 아니, 지금까지 자본가의 입장에 선 채 산재노동자를 외면해왔던 노동부와 공단의 행태를 보았을 때, ‘빛 좋은 개살구’일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된다. 사용자의 입장만을 대변하는 현장조사, 하면 뭐하나! 하이텍알씨디코리아 노동자들이 보면 박장대소할 일이다. ‘강제 요양기간 설정’, ‘강제 요양종결’ 등으로 제대로 치료받을 권리조차 침해하고 있는 노동부와 공단의 태도변화가 없는 한 말이다.

자율안전관리업체로 선정된 건설업체 일부, 산재은폐 다발사업장 포함돼

지난 7월 노동부는 최근 3년간 산재율이 건설업 평균재해율 이하인 72개 건설업체를 자율안전관리업체로 선정하였다고 발표하였다. 이들 업체는 향후 1년간 신규 건설공사에 대해 산업안전공단이 실시하는 ‘유해/위험방지계획서의 심사와 이행검사를 면제’받게 된다. 이와 동시에 노동부는 최근 1-2년간 산재율이 건설업 평균이하인 업체에 대해서도 ‘유해위험방지계획에 대한 이행점검 횟수를 줄이는 내용’의 산업안전보건법 시행규칙도 개정, 8월 1일부터 시행에 들어간다고 밝혔다(노동부 홈페이지 보도자료 참고). ‘유해/위험방지계획서’란 공사 착공 전에 추락/붕괴 등 공사 중 예상되는 위험요소에 대한 대책 등을 수립하고 그 적정성을 평가하는 사전안전평가제도로 재해위험이 높은 공사에 대해 제출/심사받고 산업안전공단으로부터 이행여부도 확인받는 건설노동자의 건강에 관한 중요한 제도이다.
건설업현장은 한 번 사고가 나면 사망 등의 중대사고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고, 중층 하도급구조로 산재은폐가 다발하는 사업장으로 잘 알려져 있다(04년 전체 산재율은 0.85%이나 04년 공식적 통계로 잡히는 건설업 평균 산재율은 0.51%밖에 안 된다). 따라서 건설업종은 보다 철저한 안전관리가 필요한 사업장인데도 노동부는 단순히 평균 재해율보다 통계적으로 낮다고 해서 노동자 안전에 대한 면죄부를 주고 있다. 노동자의 목숨 가지고 장난치는가? 노동자의 목숨이 달린 문제를 가지고 그들에게 포상을 준다는 게 말이 되는가? 더군다나 자율안전관리업체로 선정된 대형건설업체 중 일부는 지난 6월 노동부에서 산재은폐사업장으로 공표한 사업장(두산중공업, 삼성중공업, 대림산업 등)도 버젓이 있다. 기가 막힐 노릇이다. 산재은폐 주범 사업장을 산재율이 낮다고 포상을 내리다니.

시중 유통 중인 금속용 절삭유에서 맹독성 발암물질 검출

민노당 단병호 의원은 7월 25일 ‘자원순환사회연대’와 공동 기자회견을 열어 아파트, 상가 등의 민간부문 폐변압기의 절연유와 그 폐절연유를 재생처리하여 만든 금속가공용 절삭유(윤활유)에서 대표적 잔류성 유기오염물질인 폴리염화비페닐(PCBs:피시비)이 검출되었다고 밝혔다. 피시비는 ‘잔류성 유기오염물질 관리에 관한 스톡홀름협약’이 발암, 생식기 장애 유발 등의 맹독성을 지닌 대표적 관리대상으로 지정한 물질이다. 그런데 문제는 단의원실의 발표에 의하면, 폐절연유 재생처리업체들이 폐절연유를 불법으로 사들여 재생처리, 절삭유를 생산하고 있어 피시비 오염 절삭유가 전국적으로 유통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단의원실에서 시중에 유통 중인 금속용 절삭유 2개 표본을 수거해 분석한 결과, 모두 피시비에 오염된 사실을 확인했다고 한다. 이에 대해 환경부는 전국에서 절삭유 표본 9가지를 입수해 피시비 오염조사를 벌이고 있다고 한다.

산재, 원청 사용자성 인정한 판결 나와

산재를 당한 노동자에 대한 책임소재가 이를 직접 감독한 원청에게 있다는 판결이 나와 주목된다. 대구의 모 대학건물 신축공사에 G사의 하도급업체 소속의 하청노동자로 일했던 서모씨는 2002년 4월 거푸집 설치작업을 하다 거푸집이 무너지면서 6-7m아래로 추락해 부상한 뒤 안전배려 의무를 위반했다며 원청인 G사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냈다. 이 소송에서 대구지법 재판부는 “하도급업체 직원에게 구체적으로 지휘/감독한 원청업체는 사용자 지위가 인정되기 때문에 서씨에게 1억6천 만원을 지급하라”고 원고승소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원청인 G사가 하청노동자 서씨의 직접 고용주가 아니라는 이유로 사고책임을 인정하지 못한다고 주장하나 양자간에 직접적인 고용계약이 없더라도 작업현장에서 구체적으로 지휘/감독한 사실이 있으므로 원고에 대한 사용자 지위가 인정되며 따라서 안전의무위반 과실도 인정된다”고 밝혔다.

[포커스1]

죽음의 공장지대, 여수·광양산업단지
민주노총 광주전남지역본부 노동안전보건부장 문길주

‘검은 눈동자와 하얀 이’만 보이는 1만여 명의 외계인들이 일하는 곳이 여수/광양산업단지다. 허름한 복장을 갖추고 셧다운 투입되는 노동자들은 대부분 비정규직이다. 이들은 작업물량이 많은 시기에 집중적으로 투입되며 저임금과 고용불안 속에 장시간 고강도 노동을 하고 있다. 그런데 최근 이들 산업단지에 이름 모를 유해한 물질들로 인해 백혈병이나 폐암이 발생해 노동자들의 목숨을 앗아가는 일이 발생되고 있다. 시설/보수작업에 투입된 여수/광양산단 건설노동자들이 백혈병과 폐암 판정을 받은 것이다. 또한 올들어 안전시설 미비로 인해 6명의 노동자가 작업현장에서 추락사하거나 질식사하는 등 여수/광양산업단지는 이제 죽음의 산업단지로 변해가고 있다.

그런데 최근 발생한 2건의 백혈병 조사과정에서 산업안전보건법에 명시된 (특수)건강검진과 작업환경측정을 비정규 건설노동자들은 전혀 받지 못했다는 것이 드러났다. 15-20년간 장기간 일하면서 각종 유해물질에 노출되지만 대부분의 비정규 건설노동자들은 자신의 건강을 체크하지 못한 채 살아가고 있었던 것이다. 비정규 건설노동자라면 누구라도 백혈병, 폐암 등의 직업병에 걸릴 수 있다는 것이다. 조속한 시일 내에 근본적인 직업병 방지대책을 세우지 않는다면 더욱 많은 노동자가 죽어갈 것이다.

우리는 요구한다. 더 많은 여수/광양산단 건설노동자가 죽어나가기 전에.
건강검진, 작업환경측정을 포함한 산안법 적용을 현실화하라! 유해작업에 대한 도급제한 및 안전시설 강화를 포함한 산업안전보건관리체계 방안을 마련하라! 원청 사업주 책임을 강화하고 노동자에 대한 이중착취구조인 중층적 하도급을 폐지하라! 노동강도 강화의 근본적 원인인 차별적인 저임금구조 철폐하라!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이러한 정책적 대안을 마련하기 위한 건설노동자 및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단결’일 것이다.
끝으로 지난 7월16일 M&H사 독가스 누출로 인해 72명의 노동자의 쾌유를 빌며, 동부건설노조 백혈병으로 돌아가신 고 박동규 동지의 명복을 빕니다.

[포커스2]

산재요양 의료기관 지정기준 대폭 강화
– ‘실질적’인 양질의 의료서비스가 우선돼야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선전위원장 송홍석

7월 25일부터는 산재환자들이 요양할 수 있는 의료기관의 지정기준이 대폭 강화된다고 한다. 근로복지공단은 배포한 보도자료에서 “05년 6월 30일 기준 6개월 이상 요양환자(33,689명)의 약 30%(10,022명)가 의원급 의료기관에서 장기 요양함으로써 양질의 의료서비스를 받지 못하고 있으니, 산재환자들에게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하고, 산재환자의 조속한 사회복귀를 도모하기 위해 산재보험 요양병원 지정시 전문성, 의료시설, 의료서비스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산재요양 의료기관 지정 관리방안’을 마련한다”고 밝혔다. 주요 지정기준을 보면 의학적 전문성(50점), 편의성(35점), 의료서비스(15점) 등으로 의원급의 경우 80% 이상의 점수를 얻어야 하며, 병원급의 경우 진료비 전자청구 등의 전산시스템을 갖추어야 한다고 한다. 방용석 이사장은 “의료기관에 대한 지정/관리 체계화로 양질의 의료서비스 제공이 가능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공단이 언급한 것처럼 현재 산재환자들에게 양질의 의료서비스가 제공되지 못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리고 이것은 산재환자들이 제대로 치료받지 못한 채 현장에 복귀하게 되는 원인 중의 하나이다. 그러나 공단의 ‘단순’하기 그지없는 산재요양 의료기관 평가시스템(지금도 대부분의 산재환자들은 해당 ‘전문의’에게 자신의 몸을 맡기고 있다)으로는 산재노동자가 양질의 의료서비스를 제공받기란 여전히 요원하다고 판단된다. 산재환자들에게 정작 필요한 양질의 의료서비스란 병원으로부터 나이롱환자 취급당하며 방치되는 게 아니라 제대로 된 치료․재활 프로그램으로 보호되는 것이며, 비급여항목 때문에 정작 필요한 치료를 못받는 현실을 바꾸는 것(보장성 강화)이며, 우리나라의 공공병원의 얼굴인 서울대학병원부터 산재지정병원으로 의무화하는 것이다. 공단이 “양질의 의료서비스, 그까이 거 뭐, 대충”과 같은 사고방식이 아니라면 이런 다분히 형식적이고 주먹구구식의 대책으로 그런 자신감을 보이진 않았을 것이다. 공단이 진실로 산재요양 의료기관으로 하여금 산재환자에게 실질적으로 보탬이 되는 양질의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도록 유도하기 위해서는 보다 철저한 준비가 필요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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