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6/1-2월/신년] ‘해방’을 움켜쥐고 또 한 걸음

일터기사

[신년글]

‘해방’을 움켜쥐고 또 한 걸음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소장 이훈구

단결과 투쟁으로 저항했던 2005년이 역사의 한 페이지가 되었습니다. 그러나 쓰윽 눈길 한 번 주고 마는 이미 지나간 버린 술안주꺼리가 아닙니다. 2006년에도 온몸으로 호흡하고 되살려야 할 불씨가 꿈틀대는 투쟁의 역사입니다. 특히 비정규 노동자 관련 개악시도와 노동3권조차 무력화시키려는 소위 로드맵 공세로 이어질 자본과 정권의 폭력에 맞섰던 처절한 2005년 투쟁의 기억이 2006년에는 더욱 더 많은 이들의 가슴과 발걸음으로 이어지리라 믿습니다. 노동(조합)운동을 자본의 이윤 틀 내에 가둬두려고 신자유주의 유연생산체제의 법제도적 완비를 획책하려는 짓거리는 폭력 그 자체입니다.

본디 자본이 득세한 이후부터 세상은 사람 알기를 업수이 여겨 늘 하수상하였습니다. 작금의 현실은 일하며 살아가는 모든 이들이 ‘괜찮은 자본세상, 무한착취가 자유로운 세상’을 만들기 위한 수단으로 취급되는 정도가 더욱 악독해져만 가고 있습니다. 일하는 모든 이들이 자본과 정치꾼들의 ‘상생과 화합’이라는 허구적 이데올로기에 희롱당하고 있고, 무력전쟁을 불사하는 자본의 야만과 폭력은 노동과정과 일상을 이윤의 먹이로 삼은 지 이미 오래입니다. 일하는 이들을 다치게 하고, 병들게 하며, 죽게 만드는 살인적 노동강도와 정치적, 사회적, 문화적, 경제적 빈곤은 자본세상에서 면허를 득한 일상화된 폭력입니다.

일하는 모든 이들의 생존 자체를 송두리째 흔드는 자본의 이윤을 향한 광란의 ‘무한질주’는 반드시 막아야 할 터입니다. ‘인간답게 살고 싶다’는 전태일 열사의 외침은 청계천의 상징물이 아니라 ‘전체 노동자’의 몸과 맘으로 부활시켜야 합니다. 모질디 모진 세상을 탓하거나 순응해서는 세상과 일상의 주인으로 거듭날 수 없습니다. 노동자가 기계가 아니라 사람으로 살기 위해서 말입니다. 해방을 향한 우리네 몸뚱아리와 맘, 그리고 일상은 우리의 것이지 않습니까.

노동자계급운동 주체들이 현장주체들과 연루정도가 일천하고, 노동해방의 구체적 기획은 대중적 실천적으로 복원해야 할 긴급임무입니다. 일상의 힘으로 자리 잡아야 할 비판과 자기비판은 현실에서 자꾸 엇나가고 있으며, 전망을 움켜쥘 주체들이 고립되어버린 실패한 정치기획의 기억에 갇혀있습니다. 노동자계급운동에 계급주체들이 없는 것이 문제라는 제기로부터 자유로운 이들은 없지 싶습니다. 자본의 힘에 억압되고 교란되는 연대와 해방의 전망은 슬로건의 정치를 넘어설 기획과 행동의 통일, 이념과 일상의 통일, 조직과 개인의 통일 등을 이룰 구체적인 해법 찾기에 나서야 할 때입니다. ‘혁신’을 위한 유력한 길입니다.

각각의 의연한 저항만으로는 자본에 맞서기에는 충분치 않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럼에도 함께하는 저항 속에서 해방의 희망을 찾습니다. 해방은 강박과 억압이 아닙니다. 해방은 일상 매사의 잣대여야 합니다. 해방은 쟁취해주는 것이 아니라 쟁취하는 것입니다. 해방은 논쟁꺼리가 아니라 노동자계급의 일부이자 전부로 살고자하는 이들의 몸짓과 맘짓 속에 살아있어야 합니다. 때문에 모자람에 대해 실천적인 드러내기와 움켜쥐기가 필요합니다. 노동자계급운동의 주체들과 호흡하고 신뢰를 축적해나기 위한 하나하나의 소중한 노력들로부터 시작했으면 합니다.

2005년에 시작했던 하이텍알씨디코리아 노동조합의 여성노동자 정신질환 해결을 위한 투쟁은 해를 넘겨 200여일을 훌쩍 넘는 노숙투쟁으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노동해방의 그 날까지 뚜벅뚜벅 전진해야 ‘해결’할 투쟁이라 여깁니다. 목전에 있는 비정규 노동자 관련 개악시도와 노사관계 선진화 방안 법제도화 공세는 살인적 노동강도의 강화로 이어질 것이 불을 보듯 분명합니다. 막아야 합니다. 강화될 노동강도가 야기할 골병과 죽음을 관리하고 통제하고자 첨병노릇을 하고 있는 근로복지공단의 소위 3대 개악지침을 깨부숴야 합니다. 노무현 정권의 신자유주의 공세를 거꾸러트려야 합니다. 공대위의 힘만으로는 턱없이 부족합니다. 2006년에는 하이텍 공대위 투쟁을 전국적으로 확대하기 위해 실천과제를 틀어쥐고 노동자의 몸과 일상을 중심으로 현장을 바꿔봅시다. 주간연속 2교대를 통한 심야노동 철폐, 50분 일하고 10분 쉬고 작업 중 여유 확대로 노동강도 저하, 유해요인에 대한 작업중지권 복원, 치료받을 권리를 침해하는 3대 개악지침 폐기 등이 그것입니다. 이를 현장, 지역, 전국에서 실천한 주체들을 올곧게 세워내는 것으로부터 현장을 살맛나는 일터로 만들 노동해방의 힘을 모읍시다.

무릇 저항하는 모든 이들이 그러하듯이,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주체들도 그동안 노동자계급으로부터 자양분을 받아 열심히 살아왔지만, 턱없이 부족합니다. 늘 해방의 이념과 목표 그리고 위기대응을 실천적으로 전개할 동맹의 동지관계를 만들기 위한 공동행동의 노력을 동지들과 함께 옹골차게 한 발 한 발 전진해 나가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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