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6/10월/이러쿵저러쿵] 사진찍기의 즐거움

일터기사


사진찍기의 즐거움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부산회원 김지정

사진 찍기는 요즘 나의 일상사의 작은 즐거움 중의 하나가 되었다.
기념할 만한 날이나 기억하고 싶은 순간, 누군가에게 알려할 상황이 발생하거나 울적한 기분이 들면 어김없이 카메라를 챙기게 된다.
사물이나 세상을 볼 때도 내 눈에 보이는 이 모습을 사각 프레임 속에 어떻게 담아낼까, 무엇을 중심에 두어야 내용이 제대로 전달이 될까라는 생각으로 다시 한번 바라보곤 한다.

요즘은 1인 1디카 시대로 자신만의 독특한 개성을 사진을 통해 표현한다. 모든 계급의 자기 표현이 동일시 되던 시대는 그 순간의 기록으로 사진을 찍었는데 요즘은 각자의 다양한 개성을 드러내기 위한 수단으로 카메라가 유용하게 사용된다. 디지털 카메라나 휴대폰카메라는 거의 대부분의 사람들이 가지고 있다.
한껏 멋을 잡은 포즈나 또는 자신들의 소소한 일상들을 카메라에 담아 개인 홈피나 블러그에 올리기도 한다.
이렇게 사진은 개인이나 한 사회의 역사라는 거대한 표현을 사용하지 않더라도 일상의 소소한 기록이다. 이 기록은 과거의 우리 모습과 현재의 우리 모습을 되돌아 보게 만들고, 이러한 모습과 상황들을 알리게 만든다.

사진은 그림과 달리 찍은 순간의 생생한 기쁨과 즐거움, 살아있는 현장감을 느낄 수 있으며
경험하지 못한 상황을 여러사람과 공유할 수도 있으며, 세월이 지난 후엔 당시의 기쁨이나 슬픔 등과 같은 경험을 회상하고 기억할 수 있게 한다.
이러한 개인적인 즐거움 외에도 한 장의 사진이 주는 힘은 여러 시사잡지나 전쟁 사진 등을 통해 익히 알고 있을 것이다.
어떠한 장문의 글보다도 힘이 있을 때가 많음을…
내가 사진에 끌리는 이유도 여기 있다.

언젠가 병원 부서 사람들에게 보여준 내가 찍은 여러 사진들 중에 집회사진들이 있었다
전경들의 모습 뿐만 아니라 복면을 한 시위대의 모습도 사진에 담겨 있었는데 이 사진을 본 병원 동료들의 반응은 단편적이었다. 격렬하게 싸우는 장면만을 보고 그 상황을 판단할려고 하였다. 내가 보여주고자 하는 것만 명확하고 분명히 잘라서 보여줄 수 있기 때문에 사진은 다분히 강압적인 매체일 수 있다는 생각을 하였다. 이는 명확한 의사 표현의 수단이 되기도 하지만 작은 사각의 공간 안에 내가 보여주고 싶은 것만 채울 수 있기 때문에 보는 이에게는 선택의 여지를 없게 한다. 왜곡이 없다면 대부분은 내가 보여주는 그대로를 받아들이게 된다.
집회사진을 통해서 뭐 자본주의의 모순을 보였주겠다는 등의 큰 목적을 가지고 찍은 것은 아니다. 단지 나의 일상의 한 부분이었기에 찍었고 보여줬을 뿐이었는데 그 찍힌 내용에 따라 타인에게 굉장한 직설적이고 때로는 강압적으로 다가간다는 것을 알게 되었을때 사진 찍기와 보여주기의 어려움을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아직 나의 사진 찍기는 나의 자족에 머물러 있다.
나의 일상과 주변의 삶들을 여과없이 담아내고 싶은데 사진을 찍기 시작한 몇 달간, 내가 찍은 사진들을 모아놓고 보면 일관되게 뭔가를 찍고 있다는 말을 자주 듣는다. 그 일관된 무엇을 나도 아직은 정확히 표현하지는 못하겠다.
결국 사진에서도 드러나는 나도 모르는 나를 배재할 수 없는 모양이다.
하지만 아직은 어떤 사진을 찍는다기 보다는 사진을 찍는 행위 자체가 주는 기쁨이 더 크다. 프레임 속에 담긴 세상을 보면 약간의 흥분도 느껴진다.
카메라를 들고 있는 그 순간은 최고의 접점에서 셔텨를 눌러야 하며, 사진이 찍히는 그 순간과 그 상황을 대하는 나는 굉장히 치열해지기 때문이다.

이제는 사진찍기의 즐거움을 넘어 난 ‘뭘 찍고 있을까’와 함께 ‘어디에 쓸 것인가’에 대한 고민도 슬슬 해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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