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6/10월/현장의 목소리] 산업재해노동자협의회

일터기사


산업재해노동자협의회

“어느 해보다 요양자 조직화에 주력”

취재/정리 : 조윤미, 송홍석

사무실에 들어서자 한켠에서는 자활공동체 회원들이 인쇄물을 받아 발송 작업이 한창이었고, 회장, 사무국장, 사무차장 등 상근자 세분이 1박2일의 노안활동가 전진대회를 마치고 피곤한 모습이 역력했지만 반갑게 맞아주셨고, 푸짐한 밥상에 맛난 저녁식사를 함께 하고 취재를 시작하였다.

문: 한노보연 ‘일터’에서는 현장과 단체의 어려움에 대해서 알아보자는 취지에서 현장의 목소리를 기획하였습니다. 산재노협의 회원분포와 운영체계, 주요활동은 어떤 것인가?

– 50여명의 정회원과 20여명의 후원회원 등 100여명 정도의 회원이 있다. 정 회원은 대부분 6-7급 이상의 중증장애 산재노동자로서 대부분이 직장을 갖지 못하고 있고, 장애연금으로 살아가시는 분들이 대부분이다. 간간히 우유배달, 신문배달 등으로 생계를 보탠다. 현장에 복귀하는 인원은 10명이내의 소수에 불과하다.
– 2년전까지는 회장이 상근자회의를 소집하는 수직적 운영구조를 가지고 있었는데, 작년부터 네명의 상근자(회장과 상담부장, 사무국장, 사무차장)가 각각 역할중심으로 운영되는 수평적 집행위 체계로 가고 있다. 즉, 회장은 조직사업을, 상담부장은 주로 산재상담의 역할을, 사무차장은 교육선전의 역할을, 사무국장은 대외연대의 역할과 매주 1회 소집되는 집행위원회의 집장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사업은 병원방문, 상담, 교육선전, 조직사업 등으로 역분되어 있으나 병원방문이나 조직사업의 경우는 서로가 같이 하고 있다.

문 : 산재노협이 만들어진 것은 87년으로 알고 있는데?

– 병원노동자들을 주축으로 87년에 산재노동자 조직화를 위해 건설되었고 90년 산재노협의 이름으로 발족되었다. 대공장노조가 있는 곳은 노조 자체에서 조직화가 되지만 비정규·영세·중소 사업장의 경우에는 자체 조직화가 어려우므로 산재노협이 주력하는 곳이 되었다.

문 : 올해 총회에서 논의된 활동기조와 사업방향에 대해 설명을 부탁드리면?

– 첫째, 산재보험제도 개악에 대한 대응과 둘째, 요양자 조직화 사업화에 역점을 두고 있다. 작년의 경우 연대사업(하이텍공대위투쟁)에 치우치는 측면이 많아 힘들고 어려운 지점이 있었다. 조직사업과 연대사업의 균형감각을 맞추기가 어렵다. 요양자 조직화사업은 병원방문을 하면서 등산이나 놀이 등의 프로그램으로 요양자들과 친해지는 계기를 만들고, 교육사업과 같은 지속적인 교양사업으로 묶어세우는 과정이다. 이전 선배때부터 쭉 지속해오던 상담 사업이나 병원방문 사업과 같은 활동들이 다 요양자 조직화를 위한 사업이었으나 올해부터는 상근자들이 병원방문 사업을 보다 강화하여 긴밀한 유대관계를 맺고, 이를 바탕으로 교육선전 사업을 꾸준히 해나가려 한다.
요양자 조직화 과정에서 아쉬운 점은 요양종결 이후에는 연락이 뜸해지거나 안오는 경우가 많아 종결이후 지속적인 조직화사업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자활공동체도 이러한 고민에서 나온 것이다. 그래서 조직화 방법을 새롭게 하려고 한다. 병원방문 교육사업이 그것이다.

그래서 올해 보다 역점을 두고 있는 병원방문(교육) 사업에 대해 좀 더 물어보았다.

문 : 그렇다면 병원 방문은 어떻게 하고 있나?

– 상근자들마다 특정병원을 정해놓고, 정해진 요일에 방문한다. 각자 맡은 병원이 있어 책임감을 느끼며 일한다. 우리의 방문을 기다리는 요양자들이 많이 있어 그럴 때는 활동하는 즐거움을 느낀다.

문 : 병원 방문은 어떻게 진행되나?

– 처음에는 지속적인 대화로 경계를 풀어가는 것이 중요하다. 일단 선전물을 한 달 동안 나누어주면서 관심은 있으나 불만 있고 마당발인 사람을 설득하여 그것을 계기로 병원전체를 조직화하기도 한다.

문 : 병원 방문시 어려운 점은?

– 산재처리를 해주겠다는 브로커들이 병원에 많이 오기 때문에 우리들도 처음에는 브로커로 오인하여 조직화에 어려움이 있기도 하다. 그래서 선전물과 산재보험수첩을 가지고 병실을 일일이 찾아다니며 말을 건네면서 상담을 하는데, 그것도 일시적인 상담으로 끝나버리는 경우가 많아 연속성을 찾기가 쉽지 않다.
– 이러한 단절성을 극복하고 지속적인 만남을 유지하기 위해 계획된 것이 병원방문 교육선전사업이었다. 정기적으로 교육일정을 잡아 한강성심병원과 광명성애병원에서 교육사업을 진행하였다. 한강성심병원은 교육장소를 제공해줄 병원노조가 없어서 교육을 진행하기가 너무 어렵다. 안정적인 교육 공간의 확보가 관건적이다. 반면 광명성애병원은 노조와 연대하여 교육사업이 가능하다.

문 : 병원 방문 교육은 언제부터 시작하였나?

– 작년부터 시작하였고, 올 상반기엔 2차례 정도 진행하였다. 한강성심병원은 요양자모임 이 조직되어 있고, 1-2주에 한번씩 가볍게 만나 사는 얘기들을 주고 받으며, 한달에 한번 있는 월례모임 때는 산재문제와 관련한 특정주제로 간담회나 토론회를 진행한다.
광명성애병원은 족구모임이 자발적으로 진행되고 있었는데 거기에 결합하여 요양자 모임을 준비하였다. 광명성애병원은 요양자만 300-400명 정도 됐었고 대부분이 장기 요양자들이라 요양자 조직화 사업이 잘 되고 있었는데, 아 글쎄, 작년 하반기부터 상당수의 요양자들이 강제종결 당하기 시작하면서 요양자모임이 상당한 타격을 입은 상태이다. 무슨 말인고 하면, 손가락 하나가 절단된 요양자의 경우 치료-재활-재수술까지 꼬박 1년이 걸린다고 한다(의사말이). 그런데 ‘찾아가는 서비스’가 시행되면서부터 공단이 주치의 소견을 받아 단축승인함으로써 5-6개월만에 강제요양종결시키고 있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이렇게 강제종결되어 요양자들이 떠나면서 지속적인 요양자모임을 꾸리기가 어려운 실정이다.

문 : 요양자가 궁금해 하거나 어려워하거나 필요로 하는 부분은?

– 노무사나 변호사를 소개하는 업무는 하지 않았는데 그런 것도 필요한 때가 온 것 같다. 보상과 산재, 급여에 민감하다. 화상환자가 많은 한강성심병원 같은 경우는 본인부담금이 수천만원이 되기도 하기 때문에 비급여문제는 심각하다.
요양연기를 안해주고 강제종결시키는 불만도 많다. 요양연기 안해주면 직장에선 이미 해고된거나 다름없어 집에서 놀 수 밖에 없고, 집에서 2-3개월 놀다 다시 재요양되어 병원에 돌아오면 처음 치료받기 전이나 똑같은 몸상태가 되어 있어 요양기간은 점점 더 길어지는 것이다. 치료기간단축에 대한 불안감이 클 수 밖에 없다.

문 : 상담은 어떻게 들어오나?

– 인터넷이나 알음알음으로 들어오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 병원상담 때 선전물이나 병원상담을 통해서 들어오는 경우가 많다.

문 : 상담과 병원방문이외의 조직화 사업은?

– 안산이나 인천 등에서 산재노동자 모임을 꾸리기 위해 노력중이며, 의료연대노조 등의 병원노조와 함께 요양자들을 조직하고 연대하는 것도 이제 계획하고 시도해야 하는 수준이다.

문 : 자활 공동체 사업은 요양종결후 조직화에 아주 유용한 사례라고 생각하는데?

– 자활공동체를 시작한지는 10년 정도 되는데 처음에는 산재노협 안에서 시작했다가 작년부터 독립하여 운영하고 있다. 총 8명이 함께 일하고 있으며, 작업은 인쇄물 발송작업을 하고 있고 노조나 단체, 연맹의 일감을 받아서 하고 있다. 인쇄물이 오는 시간에 맞춰 발송하기 위해서는 야간작업이나 새벽작업도 많이 하고 있다.

문 : 자활공동체의 운영은 어떻게 하는지

-현재는 임금도 최저생계비 수준이지만 공동체 적립금을 쌓아가고 확장하는 것이 관건이다. 함께 일하고 먹고 나누는 공간으로의 의미도 있지만, 서로의 집도 방문하면서 가족들과도 함께 지내다보니 생활공동체의 역할까지도 하고 있다. 소외되는 산재노동자에게 쉼터와 교육, 공동체의 통합적 역할을 하는 공간이 절실히 필요하다.

문 : 산재노협의 현재 당면한 문제는 무엇인가?

– 현재 사무국 재정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고, 정책/교육/선전에 대한 전문적 실무역량이 부족한 어려움이 있다. 내년도에 재정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조직활동의 심각한 위축을 가져올 수 있기 때문에 어떤식으로든 해결해야 한다.
상근활동가 재생산이 안 되는 것도 문제이다.

문 : 상근동지들의 어려운 점은 무엇인가?

– 상담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전문기관을 찾아다니는 수밖에 없어서 하나의 상담도 일일이 발로 뛰어다녀야 하는 것이 애로사항이다. 후원단체(산보학연)등이 병원방문 상담사업을 함께 하며 전문적 실무역량에 상당한 역할을 하고 있었는데 후원단체가 약해지면서 할 일은 많으나 상근역량은 줄어들어 실무역량에 상당한 한계를 보이고 있는 상태이다.
선전의 문제 역시 마찬가지이다. 성명서나 병원방문선전물에 대한 기획과 실무를 상근자 1인이 담당하기에는 버겁다. 실무역량도 부족하다. 병원선전물 하나 만들더라도 포토샵이 잘 안되니까 혼자 만드는게 쉽지 않다. 인천, 대구, 서울 산재노협이 공동선전물을 준비하는 것으로 실무역량의 부족함을 메우기도 한다.

문 : 신규회원 조직화나 기존 회원들을 위한 내부조직화 사업은?

– 신입회원 조직화는 상담이나 병원방문, 타단체소개로 오는 경우가 있는데 주로는 상담과 병원방문 등 요양자 조직화사업을 통해 신규회원으로 조직화하고 있다. 기존 회원들간에는서로 집에도 놀러가고 등산 등 친목적인 관계는 끈끈하다. 그런 점이 산재노협에서 활동하면서 겪는 어려움을 극복하게 해주는 큰 힘이 된다.

문 : 노사정위 앞 농성에 산재노협 동지들도 적극 결합하셨는데, 산재보험 제도개혁 투쟁에 대한 입장은?

– 개혁은 더 나아진다는 의미인데, 개혁이 많은 부분을 줄여서 재정적으로 구조조정하자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 산재보험재정에 건강을 맞추라는 논리인데, 우리는 건강에 보험금을 맞춰야 한다고 생각한다. 재활 치료가 온전히 되어야 하는데 오히려 후퇴하고 있으므로 산재보험제도는 그야말로 개악이다.
이번 투쟁을 준비하기에 앞서 민주노총 소속 조합원들에게 먼저 조직화가 되어야 했다. 그러려면 민노총 조합원들이 ‘이건 내 문제다’ 라고 생각하게 하고 동의를 얻어낼 수 있는 내용으로 조직화가 들어갔어야 했는데 그 과정이 생략되었고, 어거지로 대충 하다보니 이도저도 안된 상태이다. 대응자체가 무기력했다. 노사정위안이 국회에 입법될 상황도 심각하거니와 그간 우리의 투쟁이 성과로 남는 게 거의 없다는 것도 심각한 상황이다.

문 : 대중들이 내 문제로 받아안기 위한 치밀한 선전과 조직화란 무엇을 말하는 것인가?

– 단순한 선전물 배포가 중요한 것이 아니다. 산하 연맹조직마다 현장에 직접 내려가 설득하고 동의를 구하는 과정이 부재해서 지금의 이런 큰 구멍을 드러난 것이다.
그리고 민주노총이 논의 테이블에서 배제된 것에 대해서 몇차례의 형식적인 항의집회만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무엇이 문제인지 현장에 내려가 현장과 만나 조직화 들어갔어야 했다.

문 : 민주노총 산재보험 개혁안이 현장과 소통하지 못한 문제가 있었다는데?

– 민노총 개혁안에 대해 현장에서 어느 정도 동의가 되고 있는지, 그 동의수준이 드러나고 있지 않고 있는 것이 더 큰 문제이다. 이런 상황이라면 입법 예고가 되어서 만일 민노당 안이 통과 되더라도 우리의 노력으로 이룬 것이 아니다.

문 : 노사정위 공익안의 문제점은 무엇인가?

– 가장 큰 문제는 사업주에게 이의신청권을 주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산재신청과 승인이 너무 어려워진다. 치료권 역시 제한하고 있다. 이렇게 되면 민간사보험으로 가자는 얘기 아니냐? 이는 노동자의 무과실주의인 산재보험의 공공성에 반하는 개악안이다. 또 있다. 노조전임자 보험료를 노조가 부담하라는 것이다. 이 문제가 간과되어서 안되는 이유는 단순히 자본이 보험료를 몇푼 안내겠다는 것이 아니라, 노사관계로드맵과 동일선상에서 하나의 노동조합활동에 대한 탄압으로 봐야 한다.

문 : 당장 개악이 진행되고 있는 시점에서 무엇을 할 것인가? 개악을 어떻게 막을 것인가? 개악저지를 위한 실천과제는 무엇인가?

– 민주노총이 움직이지 않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1인시위를 할 예정이며, 개악 합의안 발표시 전국 집중투쟁을 계획하고 있다. 무슨 투쟁이든지 현재처럼 조직화의 문제가 해결이 안된 상태에서 민주노총 상부에서 현장까지 피드백이 되지 않는 동맥경화가 나타나는데 이것은 발로 현장을 뛰는 것이 답이다.

문 : 산재노협 내에서의 산재보험제도 개악투쟁을 평가한다면?

– 올해 산재노협이 산재보험제도 개악저지투쟁에 올인하다시피 하고 있는데, 산재보험개혁투쟁의 주체에 요양자나 산재노동자가 나서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고 있어 핵심을 빠뜨리지 않았나 정말 반성이 된다. 요양자를 조직하고 토론하는 문제가 가장 중요한 자신의 조직적 과제 아니겠는가. 산재노동자들의 치료권이 박탈되고, 급여제한으로 생존권까지 위태로울 수 있다는 것을 알려내야 한다. 병원 교육속에서 산재보험제도 개악을 알려내긴 했지만 미흡하였다, 이 투쟁을 통해서 산재노동자의 조직화까지 연결하는 것이 우리의 과제이다.

문 : 지난 1년간의 사업과 투쟁을 돌아본다면?

– 지난 투쟁 중에서 이상관투쟁, 대우조선투쟁, 하이텍투쟁 등이 떠오르는데, 이상관투쟁, 하이텍투쟁의 경우는 조직의 사활을 걸고 한 투쟁이었다. 큰 투쟁과 연대하는 것도 중요하고 내부 조직사업과제를 잡는 것도 중요하다. 내부 조직화사업을 추스르기 위해 상근자내에서 조직, 교육선전, 상담, 대외투쟁사업 등으로 역할분담하는 것으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문 : 마지막으로 산재노협 전망과 노안투쟁에 대해서

– 산재노협은 산재노동자들이 자발적으로 만들었고, 산재문제에 대해 우리만 알고 끝나서는 안되기 때문에 널리 알리고 함께 위해 산재노협을 만들었다. 상담시 주로 미조직영세사업장 노동자들이므로 많이들 반가워하고 상담에 적극적이며 상담만으로도 고마워한다. 공단이 자세히 잘 알려주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산재노협의 역할이 있다. 우리가 먼저 배우고, 알려주고, 산재노동자들과 함께 하는 것이 산재노협의 존재하는 이유이자 임무라고 생각한다.

– 산재노협이 노동안전보건투쟁의 주체로 성실히 활동해왔고, 재해노동자의 조직화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고 생각한다. 어떠한 어려움에도 굴하지 않고 꾸준히 민주운동진영에 남아서 노동안전보건운동의 정도를 걸어왔다고 생각한다.

– 앞으로의 과제는 현장회원을 만들어야 겠다는 것이다. 고민하고 있고, 중소사업장과 연대하는 것이 과제이다. 비정규중소영세사업장의 재해노동자가 대부분이므로 재활복귀가 체계적으로 될 수 있도록 교육선전하고 투쟁하고, 커다란 조직보다 내실있는 조직을 만들어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안정적 교육공간의 확보도 중요한 문제이다.
더불어 재정이 안정화되고 내부활동가 재생산이 굉장히 중요한 문제이다.

취재를 끝내고 70-80년대 구로공단 노동자들의 고된 하루를 닭똥집에 소주 한잔으로 달랬을 그 거리에 있는, 이제는 벤쳐사업과 화이트칼라들로 북적대는 호프집에서 산재노협 주방장 아저씨의 신나는 요리강좌를 들으며 마저 못한 이야기들을 나누었다.
미조직 중소영세사업장 산재노동자들을 사정없이 조직하고, 언제나 그들의 든든한 희망터가 되어줄 산재노협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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