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6/3월] 보건의료노조 부천세종병원지부 투쟁

일터기사

세종병원지부 부지부장 봉윤숙

사람들 사이에 섬이 있다
그 곳에 가고 싶다

정현종 시인의 짧은 시다. 사람들 사이에 떠 있는 그 섬으로 가보자.

사람에게 가장 중요한 곳은 심장이다. 심장병 전문 병원 부천 세종병원은 2005년 8월 노동조합에 단체협약 일방해지를 통보했다. 전국 보건의료노조 세종병원지부는 2005년 6월부터 임금인상 및 단체협약 갱신 안을 가지고 15차례 교섭을 진행해 왔다. 병원측의 교섭해태로 2006년 1월 2일 조정 신청, 1월 16일 조정 중지, 17일 쟁의발생 신고를 거쳐 1월 18일 김상현 지부장 삭발 및 단식을 시작으로 19일 노조간부, 23일 전 조합원으로 확대해 현재 파업 40일을 맞고 있다.

너무나도 소박한 노동조합의 요구 사항은 다음과 같다. 8인 병실을 6인실로 하자는 것과 협소한 주차 공간을 확충하자는 것, 단체협약 일방해지 철회, 산별에서 합의한 임금인상 5%, 그리고 다른 병원만큼의 연·월차, 생휴 보장과 노동조합의 조합활동, 홍보활동 등을 요구하고 있다. 또한 부당 해고 구제신청에서 복직 판결을 받은 서선례 조합원의 원직 복직도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병원 측은 2006년 1월 20일, 노조간부 파업 하루만에 전 조합원 35명에 대해 공격적인 직장폐쇄를 단행했다. 그리고 용역경비를 1월 18일에 5명, 25일에 30명, 최근에 3명을 추가 채용했다(총 38명). 용역경비들은 여성이 대부분인 조합원들의 합법적인 파업 농성장(8평정도 되는) 출입구를 24시간 넓은 어깨로 막고 있다. 1월 21일에는 3~4시간동안 화장실도 가지 못하게 하는 인권유린을 자행했고, “화장실도 한 군데만 다녀라”, “점심식사도 농성장에서 하지 마라”, “물도 사 먹어라”, “직원들 근무지에 가지 마라”는 등, 일상생활조차 심각하게 유린하고 있다.

2월 9일에는 보건의료노조 집중 투쟁 집회가 예정되어 있었다. 사전에 평화적으로 집회만 할 것이라고 누차 통보했음에도 병원 측은 외래 진료를 일찍 마감하고 용역 35명과 병원측 간부들을 대동해 모든 출입구를 막았다. 그리고 그것도 모자라 현관 앞에 콘테이너를 설치하는 등, 집회를 원천봉쇄하기에 이르렀다. 이런 상황에서 충돌은 불가피해졌고 출동한 경찰은 노사문제니 알아서 하라는 식의 구경꾼에 불과했다. 이 날 대전 선병원 여성 지부장이 다리가 골절되는 끔찍한 부상을 당했다.

2월 16일, 민주노총 경기본부 주최의 집중 투쟁 날에도 병원 측은 2월 9일과 비슷한 상황을 연출했다. 응급실 문을 아예 차단하고 앰브런스로 바리게이트를 치는 병원 종사자로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만행을 저질렀다. 용역(38명), 병원 간부들, 심지어 근무를 끝내고 나가는 간호사들, 근무 중인 직원들, 그것도 모자라 병원 직원이 아닌 영안실 종사자와 주차관리 요원들까지 구사대로 동원했다. 이 과정에서 카메라로 촬영을 하던 동지가 용역 대여섯 명에게 집단 폭행을 당해 코뼈가 부러지는 부상을 당했다. 출동한 경찰을 대동해 응급실로 이송하려 했으나 피를 질질 흘리는 동지를 진료 거부하는 바람에 다른 병원으로 후송하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현재 병원 측은 지부장과 노조간부들에게는 해고에 상당하는 취업규칙을 내세워 인사위원회 마지막 통고인 2차 출석통지서를 보내왔다. 전 조합원들에게는 폭력행위등처벌에 관한 법률위반(출입금지 가처분)신청을 낸 상태이며, 업무방해 등에 관해서도 경찰서에서 출석 통지서가 온 상태다.

그러나 세종병원 조합원들은 파업 40여 일을 넘긴 현재까지 한 치의 흐트러짐도 없이 가열 차게 투쟁하고 있다. 농성장은 현관 로비가 아닌 원무과 뒤쪽 조그만 복도다. 파업 조합원 수는 30명이나 500명이 하는 것처럼, 좁지만 포용하는 넓은 마음으로, 온갖 폭언과 폭행으로 온 몸이 멍들어도 노동조합 사수만이 우리의 살길이라는 명제 하나 만으로 오늘도 식은 밥을 먹으며 농성장을 지키고 있다.

요즘의 시대적 상황을 본다면 아무래도 노동조합이 수세에 몰리는 것은 사실이다. 아무리 시대적 흐름이 그렇다고 해도 여성 조합원이 용역들에게 폭행을 당해 바닥에 내동댕이쳐지고 출동한 경찰들이 있는 자리에서 폭언과 폭행이 난무하는 이러한 사태를 보면서 이 시대는 과연 어떤 해답을 줄 수 있을지 되묻고 싶다.

사람들 사이에 둥둥 떠 있는 섬, 내가 가고 싶어 하고, 네가 가고 싶어 하고, 또한 우리 모두가 가고 싶어 하는 바로 그 섬에 우리 세종병원 조합원들의 희망의 섬이 있다. 그 곳에 나도 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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