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6/4월/특집2] 자동차산업에 있어서의 심야노동의 해외현황

일터기사


자동차산업에 있어서의 심야노동의 해외현황

김경근 / 한국노동이론정책연구소

심야노동철폐를 위한 운동에 관심을 가지게 된다면 아마도 자연스럽게 다른 나라의 상황이 궁금해질 것이다. 다른 나라의 노동자들은 어떤 교대제 방식을 가지고 있는지, 그들은 우리처럼 심야에도 일하고, 1년 내내 일하고, 하루 10시간씩 일하는지 궁금할 것이다. 외국의 사례들이 반드시 따라야할 규칙은 아닐지라도, 다양한 사례들과 현황에 대해 알게 되는 것은 아무래도 우리들의 시야를 좀 더 넓게 해줄 것이다.

이 글에서는 세계 여러 나라들의 교대제 현황과 심야 노동의 여부 그리고 노동시간이 어느 정도인지에 대해 간략히 알아보고자 한다. 논의의 대상은 금속 산업 중에서도 자동차산업으로 국한할 것이다.


1. 노동시간에 대해서

먼저 노동시간에 대해 알아보자. 우리나라에서뿐만 아니라 세계 여러 나라에서 노동시간과 교대제는 밀접한 관련을 가지고 있다. 한국과 다른 나라들의 차이가 있다면, 한국과 일본에서 심야노동 철폐가 노동시간 단축으로 이어진다면, 유럽에서는 심야노동의 부활이 노동시간 단축과 교환되었다는 점 정도일 것이다.

한국의 노동시간의 특징은 무엇보다도 다른 나라들에 비해 압도적으로 길다는데 있다. 한국은 OECD 국가들 중에서 가장 길 뿐만 아니라 이른바 후진국으로 불리는 제3세계 국가들보다도 장시간이다. 2001년 기준으로 전체 취업자의 노동시간을 비교해볼 때 한국은 2,447시간을 기록했는데 노르웨이 1,360시간, 독일 1,451시간, 스위스 1,541시간, 프랑스 1,564시간, 영국 1,711시간, 일본 1,809시간, 미국 1,821시간을 기록하고 있다. 심지어 멕시코가 1,864시간이고 체코가 2,000시간이다. 현대자동차 울산공장의 경우 2002년 기준으로 2,750시간의 노동을 하고 있다. 2,750시간이라는 수치가 의미하는 바를 이해하기 위해 간단한 계산을 해보자. 현대자동차 노동자들이 통상적으로 휴식시간을 제외하고 하루 10시간 노동을 하고 있는 점을 감안할 때, 이는 275일을 일하는 것이 된다. 이것은 일하지 않는 날이 90일(365-275)이라는 것으로, 연간 주말일수인 104일(52 X 2)보다 더 적은 것이다. 즉 휴가를 단 하루도 안 간다고 칠 때에도, 하루 10시간씩 주말에 연간 14일을 더 노동하는 것이다.


2. 각국의 노동시간 단축과정

주요 자동차 산업 국가들의 노동시간 단축 과정에 대해 간략히 알아보자. 독일과 프랑스의 경우 국가 전체적으로 살펴볼 것이고, 영국과 일본, 이탈리아의 경우에는 대표적인 기업의 단축 과정을 살펴보겠다.

(표1) 독일의 노동시간 단축과정의 특징은 첫째. 노동시간 단축 때마다 임금 인상을 통해 실질임금을 보장해주었다는 점과 둘째. 노동시간 단축의 대가로 노동시간의 유연화가 증가한다는 점이다. 예컨대 1995년부터는 경우에 따라 한주에 40시간까지 일할 수 있는데, 1년 기준으로 주당 35시간을 충족시키면 된다.

(표2) 프랑스에서는 2000년부터 주 35시간제가 실시되었다. 노동시간 단축에서 임금문제는 노사간 교섭에 따라 정하도록 되어있다. 그러나 실제 노사교섭에서 노동시간 단축과 함께 임금삭감이 이루어진 곳은 거의 없다. 대신 임금이 동결되거나 상대적으로 낮은 인상이 병행되었다.

(표3) 영국의 특징은 예전부터 유럽에서 유일하게 주야 2교대제가 존재한다는 점이다. 그러나 영국 자동차 산업에서의 잔업은 유급 휴가로 보상받는다.

(표4) 일본 도요타의 경우 주간 2교대제뿐만 아니라 공장별로 심야노동이 여전히 존재하는 주야 2교대제도 이루어지고 있는데, 이 경우의 노동시간은 약 2020시간이다. 95년 이루어졌던 도요타 일부 공장의 주간 2교대제로의 변경에서의 가장 큰 특징은 그것이 자본의 주도로 이루어졌다는 점이다. 야간 노동에 대한 노동자들의 기피와 생산성 저하에 직면하여 도요타는 노동조합의 개입 없이 (도요타 노동조합은 철저히 회사에 종속적이다), 자본 스스로의 계획과 판단으로 야간 노동을 철폐하게 된다.

(표5) 이탈리아 피아트의 특징은 93년 메르피 공장 신설과 함께 3교대제를 도입함으로써 야간 노동이 생겨난 점에 있다. 피아트는 이탈리아 남부 외딴 농촌에 메르피 공장을 건설하고, 노동운동의 영향력이 미처 미치지 못하는 틈을 타서 3교대제라는 새로운 방식을 강요하게 된다.


3. 교대제의 종류

이제 본격적으로 교대제에 대해 알아보자. 먼저 교대제에는 어떠한 종류들이 있는지 알아보자. 교대제는 크게 2교대제와 3교대제로 나눌 수 있다.

1) 2교대제

2교대제에는 주간 2교대와 주야 2교대가 있으며 특수한 경우로 주간 확장 2교대가 있다.

주간 2교대란 하루에 2개조가 교대를 하는 것으로서, 심야노동이 없는 형태를 말한다. 또한 잔업도 존재하지 않는다. 주야 2교대제는 역시 하루에 2개조가 교대를 하는 것이지만 심야노동이 존재하는 형태를 말한다.

또한 주야 2교대제는 주간 2교대제와 달리 잔업이 존재할 확률이 높다. 이러한 주야 2교대제는 일본과 미국 그리고 영국에서 채택되고 있다. 주간 확장 2교대제는 주간 2교대와 형태적으로는 동일하다. 다만 차이가 있다면 하루 노동시간이 8시간보다 더 긴 것을 의미한다. 즉 하루 노동시간이 8시간 30분이나 9시간 혹은 10시간까지 확장되며, 그 대신 1주일에 3일이나 4일을 출근하게 된다. 즉 하루에 조금 더 일하고 출근을 더 적게 하는 것이다.

2) 3교대제

3교대제는 하루 3개조가 교대를 하는 것으로, 하루 24시간동안 공장이 계속해서 돌아가게 된다. 많은 수의 노동자들을 고용해야 한다는 단점이 있지만 공장을 24시간 가동시킬 수 있다는 점과 무엇보다 주야 교대제로의 변화보다 노동자들의 저항을 적게 받는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순환 3교대는 각 조가 오전·오후·야간 시간을 돌아가면서 일하게 되는 것을 말한다. 고정야간 3교대제는 순환 3교대와 형태가 동일하지만 야간 노동을 하는 교대조가 항상 동일하다. 즉 주간 2개조에 야간노동을 하는 1개조가 결합된 형태인 것이다. 3교대제에는 이와 같은 고정야간 3교대가 순환 3교대보다 더 보편적이다. 3교대제의 경우 대개 야간조는 주간조보다 더 적은 시간만 노동해도 되는 혜택을 받게 된다.

3) 주말 교대제

이 외에 특수하게 주말 교대제가 있다. 이것은 주말에 별도의 교대조를 채택하게 되는 것을 의미한다. 즉 이제까지 가동 중지되던 주말에도 공장을 운영하기 위해, 주말에만 일하는 노동자들을 따로 고용한 것이다. 주말 교대를 하는 노동자들은 대체로 노동시간이 단축되고, 임금은 할증받는 혜택을 받게 된다.


4. 교대제의 현황

1) 교대제의 변화

위에서 살펴본 것처럼 전세계 자동차 산업의 교대제는 매우 다양하다. 그렇다면 원래부터 이렇게 다양했을까? 그렇지 않다. 90년대 초반까지만 하더라도 자동차 산업에서 교대제는 단지 2종류만 존재했었다. 유럽의 주간 2교대(일본 혼다 포함)와 미국, 영국, 일본의 주야 2교대가 바로 그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교대제 형태에서 90년대 초반부터 급격한 변화가 찾아와서 현재에는 매우 다양한 형태로 분화하고 있다. 이것은 주로 주간 2교대제에 대한 자본의 공격 때문에 벌어지는 현상이다. 그리고 이것은 일본의 유럽 진출과 밀접한 관련을 가지고 있다. ( 마찬가지로 최근의 유럽 자동차 산업의 노동시간 연장 움직임은 한국의 유럽 진출과 밀접한 관련을 가지고 있다.)

2) 교대제 변화의 목적

그렇다면 자본은 왜 주간 2교대제를 다른 방식으로 바꾸려고 하는 것일까? 교대제 변화의 목적은 공장 운영시간 연장과 유연성 확보이다. 자본은 최대한 많이 공장을 돌리는 것, 그리고 자신이 원하는 정도에 맞추어서 공장을 돌리는 것에 가장 우선순위를 두고 있다. 유럽의 경우 3교대제를 도입함으로써 공장을 24시간 가동하고자 하고, 일본 같은 경우 주야 2교대를 통해 잔업 시간을 확보함으로써 필요에 따라 유연성을 확보하고자 하는 것이다.

3) 교대제 변화의 득과 실

이러한 자본의 공세로 인해, 전 세계 노동자들의 노동 조건은 계속해서 후퇴하고 있다. 야간노동의 도입과 유연성의 확대는 분명한 노동조건의 후퇴이다. 그러나 한편 이러한 교대제의 변화가 치열한 투쟁의 과정 속에서 이루어졌다는 사실을 간과해서도 안 될 것이다. 교대제의 변화 즉 야간 노동의 도입은 노동시간 단축과 교환되었던 것이다. 또한 여전히 많은 공장들이 주간 2교대제를 유지하는데 성공하고 있다.

제 3세계로의 공장 이전 협박에 굴복해서 교대제 변화를 받아들인다 할지라도, 유럽의 자동차 산업 노동자들은 그 대신 반대 급부로 노동시간을 지속적으로 줄여왔다. 또한 유연성을 높이는 것을 받아들인다 할지라도(즉 잔업을 할지라도), 그러한 유연성은 반드시 유급 휴가를 통해 보상받음으로써 실질노동시간은 전혀 늘어나지 않은 것이다.

또한 야간 노동하는 노동자들에게는 상대적으로 더 짧은 노동시간과 더 많은 임금을 보장한 점도 기억해야 할 것이다. (예컨대 금요일 야간 노동자들은 출근을 안 하거나 짧은 시간만을 일한다. 토요일을 망쳐서는 안되기 때문이다)


5. 결론

노동시간 단축과 교대제 변경의 쟁점은 임금, 생산성과 노동강도, 유연성 증가, 신규인원 충원 등이다.

사실 임금의 문제는 별 것 아닐 수 있다. 거의 모든 나라의 사례에서 노동시간 단축에서 임금보전은 이루어졌다. 하지만 생산성과 노동 강도의 문제는 조금 다를 수 있다. 유럽 대륙과 달리 영국에서는 노동시간 단축이 이루어질 때 생산성을 보전하기 위해 노동강도가 강화되었던 사례가 있기 때문이다.

정확히 밝혀진 바는 없지만 철저히 자본 주도로 이루어진 일본에서도 사정은 별반 다르지 않을 것이다. 한편 유연성 증가 문제에 대해서는 사실 별로 걱정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한국은 이미 잔업과 특근으로 인해 (심지어 정리해고까지) 엄청난 유연성을 확보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의 지극히 비정상적인 상황이 영원히 지속될 수는 없다는 점에서(이것은 정부와 자본의 뉴패러다임 센터를 통한 교대제 변화에 대한 준비에서도 잘 드러난다), 결국 핵심적인 지점은 신규인원의 충원으로 모아진다.

만약 야간 노동을 철폐한다면, 아니 백번 양보해서 노동시간을 제3세계 후진국 수준 정도만이라도 단축시킨다면, 신규인원의 충원 문제는 불가피하게 뒤따르게 된다. 신규 인원을 얼마나 충원시키느냐에 따라 노동 강도의 변화 여부가 결정될 것이며, 또한 그 신규 인원이 정규직이냐 비정규직이냐에 따라 노동 현장에 대한 영향은 무척이나 달라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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