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6/4월] 어느 해고노동자 이야기

일터기사


어느 해고 노동자 이야기

이숙견 / 한노보연 부산연구소

지역에서 알아주는 흑자기업이고, 올해는 덴마크회사와의 합작투자로 신설공장을 만든다는 한일제관은 올해 초 ‘경영합리화’라는 명분을 내걸고 700명의 노동자 중 115명의 노동자를 정리해고(희망퇴직 110명, 정리해고 5명) 시켰다.

한일제관은 양산 유산공단에 위치한 회사로 식음료를 담는 캔과 페트병을 만드는 회사이다.

회사의 정리해고는 어떻게 시작되었나요?

“1월 3일날 갑자기 회사에서 ‘경영합리화를 위하여 156명을 정리해고 해야한다’라고 일방적으로 통보를 하였고, 그 이후 노동조합과 3차례 협의를 하더니만, 116명에 대한 희망퇴직자를 모집하겠다는 통보를 하였습니다. 그 과정에서 결국 110명이 희망퇴직을 당하게 되었고, 결국 남은 우리들 5명은 정리해고를 당하게 되었습니다.”

회사의 일방적인 통고도 황당했지만, 더욱 힘들었던 것은 회사와 노동조합의 3차례의 협의과정에서 한번도 조합원의 의견을 수렴하거나, 조합원의 편에 서서 회사와 싸우지 않았던 노동조합의 행동이었다.
결국 노사 합의로 116명의 희망퇴직자를 받는 것으로 결정이 났고, 회사의 공고내용 중 ‘희망퇴직 및 정리해고 기준’이라는 희한한 기준을 내세워 여성가장노동자, 장기근속노동자, 산재노동자 중심으로 대상을 선정해서 집중적으로 희망퇴직의 허울을 덮어쓴 정리해고를 진행하였다. 그 과정에서 결국 5명의 노동자(산재노동자 2명, 장기근속자 2명, 여성가장노동자)가 해고를 당하게 되었다.

그 과정에서 회사에게 어떤일을 당했습니까?

여성가장 노동자 (91년에 입사해서 정리해고 되기까지 일함):
“2월 6일날 부서장이 면담을 하자고 하여 갔더니 월급이 너무 많고, 연차도 사용하지 않고, 연장근로 제외시키면 찾아와서 문제제기한다며 정리해고 대상자이다. 여자가 하는 일은 월급 100만원 받는 사람이나 150만원 받는 사람이나 똑같다. 가급적 월급을 많이 받는 사람이 나가야 된다’라는 이야기를 하면서 희망퇴직을 요구했어요.
그리곤 그 다음 날 바로 제가 맡아서 하는 기계를 세우고, 화장실안에 있는 빈방에 가 있으라고 하여, 저 포함해서 희망퇴직 대상자로 선정된 3명의 여성노동자(우리부서)가 빈방에 하루종일 앉아있게 되었습니다. 정말 모멸감으로 온몸이 떨렸고, 분노가 치밀어 올랐지만 억지로 참았는데, 결국 함께 있던 여성노동자 2명은 더 못 참고 희망퇴직을 하였고 저혼자 빈방에 있게 되었습니다.
그러다 2월 10일날 사무실에 다시 대기하면서, 대리, 차장, 다시 부서장, 공장장, 주임에 이르기까지 돌아가면서 희망퇴직을 요구받게 되었고, 결국 13일날 부서장이“현장에는 들어가지 말고 여기앉아서 3월 2일 정리해고 공고 붙을때까지 이렇게 있게 될 것이다”라는 말을 남기고 나갔습니다.

산재노동자 1 (94년 입사, 2001년 10월에 허리디스크로 산재요양하고, 2004년 6월 복귀 후 수술을 위한 재요양 후 2005년 6월에 복귀):
“제가 산재요양치료 끝나고 2005년 6월에 입사했는데, 입사이후 8개월동안 대기발령상태로 일도 못하고 하루종일 회사 휴게실에 앉아 있다가 퇴근을 했습니다. 여러번 복직을 요구했지만 회사에서는 미동도 하지 않았구요. 당연히 정리해고 대상자라고 회사에서 저한테 이야기 하더군요.”

회사에서는 희망퇴직을 받기 위하여 대상자에게 하루에 3번이상의 면담, 현장에 일 안시키고 사무실에 대기시키기, 바닥청소 및 화장실 청소, 기계청소 시키기, 집에 전화해서 가족들에게 설득하기 등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괴롭혔고, 그 과정에서 100명이 넘는 조합원이 희망퇴직을 쓰게 되었다.
희망퇴직을 쓰는 사람을 위하여 준다는 위로금도 그동안 비수기라 연장근로나 특근이 없었기 때문에 위로금이라고 하기에는 너무나 어처구니가 없는 것이었다.

해고대상자라는 것을 알게 되었을때 어떤 생각이 들었습니까?

산재노동자 2 (1980년에 입사를 하여, 1989년에 추락사를 당해 머리를 다쳐 산재치료를 받았음)
“입사 전부터 팔에 장애를 가지고 있어서 누구보다도 회사일을 더 열심히 했습니다. 정리해고 한다고 해도 저는 해당 안 될 줄 알았는데, 지나서보니 대상자가 되어 있더군요. 회사에 대한 배신감이 정말 큽니다. 더군다나 희망퇴직을 강요받으면서 그 과정에서 회사가 대놓고‘당신은 회사에서 용도 폐기된 거다.’불량이 나면‘해고대상자로 되었기 때문에 앙심을 품어서 해꼬지를 했다’며 막말을 했어요. 당한 것을 생각하면 정말 억울하고 화가 치밉니다.”

양산지역에서 부채비율이 낮고, 자금구조도 튼튼하기로 소문이 났다는 한일제관은 2004년에 페트병 제조라인을 새로 설비하여 넓혔고, 2005년에는 35만원(매출액 대비 당기순이익이 1%이상 발생시 당기순이익 금액의 5%을 전체종업원에게 균등분할하여 지급)을 성과급으로 일괄지급하였으며, 2006년에는 덴마크회사와의 합작투자로 식료품이 들어가는 캔공정을 신설한다고 한다.
소위 이렇게 잘나가는 회사에서 비상식적인 정리해고를 진행하였고, 그 진행방법 또한 치사스럽고 야비한 방법만을 골라서 한 것을 보면, 현장에서 일하는 노동자의 건강은 얼마나 방치되고 있을지 걱정스러울 따름이다.

현장에서 일하면서 사고는 많이 납니까?
“캔을 만드는 공장이라 그런지 프레스 작업이 많습니다. 장기근속자 중 대부분이 손가락 한 두개는 없어요. 손가락이 멀쩡하게 있는 사람이 부서에 1-2명밖에는 안됩니다. 하기사 그런 동료들이 이번에 거의 다 희망퇴직 당했습니다만은”

그럼 사고가 나면 산재처리를 합니까?
“웬걸요. 웬만한 사고가 아니면 산재로 신청하는 것은 꿈도 못 꾸고, 치료비조차도 제대로 안주는 걸요. 전에 일하다가 다리가 찢어지는 부상을 당했는데도 바로 병원에 데려갈 생각조차도 안하고 일 시키려고 하는 걸 안된다고 해서 겨우 병원에 갔는걸요”
“저는 일하다가 넘어져서 갈비뼈 2개가 부러졌는데도 회사에서 산재안된다고 해서 산재로 신청못하고 연월차 사용해서 10여일 쉬었습니다. 그나마 치료비는 대주더군요. 우리 현장이 그런 상황입니다.”

회사는 정리해고 이후 줄어든 인원으로 잔업과 주야 맞교대를 계속적으로 시키고 있으며, 토요일 특근근무 역시 한 주도 빠짐없이 시키고 있고, 정리해고전 모두 계약 해지했었던 계약직노동자들을 다시 고용해서 일을 시키고 있다고 한다. 그리고 노동조합에서는 2005년에도 흑자를 기록하여 올해도 특별상여금을 지급하기로 했다는 이야기를 떠들어 대고 있다.

현재 한일제관 해고동지들은 해고된 날 이후부터 아침마다 출근투쟁을 진행하며 해고의 부당성을 폭로하고 원직복직을 요구하면서 열심히 투쟁하고 있다. 투쟁하는 노동자가 있기에 야만적인 자본의 무한질주를 멈추게 할 수 있는 것이리라.

“너무나도 억울한 것은 잘못한 것도 하나도 없고, 그동안 회사가 하라는 대로 정말 열심히 일한 것 밖에 없는데 해고를 당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너무 억울하고 분합니다. 복직 할 때까지 끝까지 싸우겠습니다”

“경영상의 이유가 있더라도 해고는 어떠한 조건에서도 해서는 안될 것입니다. 하물며, 우리회사의 경우는 경영상의 문제도 없었는데도 불구하고 정리해고를 하였고, 노동자를 대변한다는 노동조합 또한 우리들의 의사에 반했던 점에서도 인정할 수 없습니다. 더군다나 2006년에 새로운 공장을 신설 된다고 하니 도저히 용납할 수 없네요. 끝까지 회사와 싸우겠습니다.
그리고 해고이후 여러번 도움을 요청하였지만 오히려 ‘노동조합에 오지마라’, ‘관심없다’라는 이야기만을 되풀이하며 노동자를 외면하는 노동조합하고도 싸우겠습니다.“

일터 취재를 마치고 모두들 노동부에 가신단다. 노동부 근로감독관에게 회사에 들어와 정리해고 및 희망퇴직과정에 대한 부당한 사항들에 대하여 감시감독 및 시정명령을 요청하였지만, 노동부의 답변은 ‘진정사건이 아니고, 처리기한을 장담할 수 없으며, 노동조합이 문제제기를 않았으므로 문제가 없다’ 였다고 한다.

모두들 투쟁조끼를 다시 여미면서 주먹을 불끈 쥔다. 노동부에 항의방문 가시는 뒷모습을 바라보며 크게 소리쳐 봅니다.

투쟁입니다. 동지들, 힘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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