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6/6월/칼럼2] 한미FTA와 미군의 전략적 유연성, 그리고 평택

일터기사


한미FTA와 미군의 전략적 유연성, 그리고 평택

조대환 / 이윤보다 인간을

두 가지 대세에 국익은 있는가?
사람들이 살아가면서 ‘대세’에 굴복하는 것이 어디 한 두 가지이겠는가 마는 요즘 세상 모양새는 해도 너무 하다는 생각이 든다. 모든 선택은 어쩔 수 없는 ‘선택과 포기’가 있기 마련인데 국익과 맞물리면 일상생활과는 달리 희한하게도 선택해야할 것들이 정해져 있다. 다른 문제들과는 달리 이 문제들은 왜 이리도 선택의 폭이 없을까?

두 가지 대세 : 돈이 있는 곳에 미국이 가고, 미국이 있는 곳에 전쟁이 있다.
요즘은 미국과 FTA 체결이 국익이라고 말한다. 자유롭고 관세 메기지 않고 서로 시장을 개방하자는 ‘FTA’가 우리에게 가져올 이익은 진정 있는가? 미국이 세계 경제의 중심인 것은 사실이지만 미국 경제가 지나칠 정도로 위기인 것도 사실이다. 2005년도 미국 부채는 8조 달러 정도다. 그런데 지금까지 누적된 부채와 갚아야할 이자까지 하면 미국 국가부채는 약 50조 달러에 육박하게 된다. 이는 미국 GDP에 4배 가까운 액수라고 한다. 이런 나라가 초일류 강대국인 것은 미국을 중심으로 이래저래, 얽혀 있는 금융세계화 세력, 즉 초국적 자본들 때문이다. 그러나 정작 한국이 빚쟁이 미국에 투자하는 이유, 곧 망할지도 모르는 나라와 FTA에 목숨을 거는 이유는 미국의 위기가 가져올 한국의 위기 때문만은 아니다. 바로 초국적 자본 자체의 위기 때문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국가’는 두 번째라는 점이다. 본질은 ‘미국’의 부도와 그로 인한 한국의 수출문제를 걱정하는 것이 아니라 미국에 투자를 하고 있는 여러 초국적 금융자본들을 걱정하는 것이다. 또 미국으로 수출을 못해서 손해를 보는 한국 자동차·반도체회사를 위해서 부실국가 채권을 구입하는 것이 아니라 그 자동차·반도체 회사에 투자한 초국적 자본들의 이해와 요구에 맞기 때문이다. 이 실타래의 중심에 미국이 있기에 미국의 패권적인 국가주의는 미국만을 위한 것이기보다는 미국을 중심으로 엮여 있는 다양한 초국적 금융자본의 이해와 관련이 있다.

그래서 미국은 더 적극적으로 이윤을 추구할 방법을 모색하고, 그 모색의 결과로 WTO나 FTA같은 세계화를 추진 중이다. 그리고 한국의 자본들도 미국에 잘 보이고 싶어서가 아니라 한국에 투자한 초국적 자본들이 손해를 안보고 더 큰 이익을 얻는 방법으로 미국의 압력에 손발을 맞추고 있다. 어떻게 그런 매국(?)적인 결정이 가능한지는 한국을 좌지우지한다는 삼성전자의 주식지분 50% 가까이가 외국자본이라는 사실에서 답이 나온다.

그래서 대세와 국익이라는 거짓말은 이제 집어 치워야 한다. 이제 솔직하게 미국의 일부와 한국의 일부에 두루두루 걸쳐 있는 초국적 자본의 이익을 위한 FTA라는 것을 밝힐 때가 되었다. 이쯤 되면 FTA는 미국이나 한국의 민중 모두 받아들여야할 하등의 이유가 없어진다. 미국은 한미FTA로 한국으로 수출효과 54%증가라는 엄청난 수익을 기대하고 있다.
이것은 단순 수치이며 그 보다는 한국에서 다양한 금융투기를 가능해진다는 것 그리고 의료나 교육 등 무궁무진한 시장이 열린다는 점이 중요하다. 미국과 멕시코의 FTA로 멕시코 경제가 몰락했다고 누누이 얘기해도 귀담아 듣는 정치인·경제인이 없는 것도 문제지만 그 과정에서 미국의 소규모 농민들도 몰락했다는 사실도 간과해서는 안 된다. 마찬가지로 한국도 미국이든 동아시아 국가든 어떤 나라들과 FTA를 진행하더라도 어쩔 수 없이 경제는 파탄 나고 가진 자들만 배불리게 되어 있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그런데 이런 정책은 경제시스템 혹은 경제협상의 문제만으로는 해결 불가능하고 일종의 지원군이 필요하다. 그것은 쉬운 말로 전쟁(위협)이요! 좀 전문적인 말로 ‘무장한 세계화’다. 즉 미국중심의 초국적 자본의 이익추구에 불안정한 요소들을 제거하기 위한 전쟁을 하거나 전쟁 위헙을 통해서 경제 압력을 더 효과적으로 관철시키고 있다. 그 전략의 일환으로 최근 미국이 추진 중인 것이 해외주둔 ‘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이다. 즉 미군의 역할이 특정한 국가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재빨리 움직여 전쟁을 할 수 있는 ‘신속 기동군’ 형태로 바뀐다는 얘기다. 이제 한국 내 미군도 북한괴뢰(?)의 침략을 막아주는 고결한 역할을 하지 않는다.

그래서 미군은 그동안 전통적으로 주둔하고 있던 군사분계선을 떠나 평택을 중심으로 한 서해안 밸트로 집중하고 있다고 봐야 한다. 누가 전쟁을 일으키건 군사분계선은 많은 인명피해가 온다. 그러나 서해안 평택권역은 인명피해는 최소화하면서 북한, 중국 기타 다른 동남아시아까지 미군의 작전범위를 확대할 수 있다. 여기에 오산·군산의 미군 공군기지 및 서해안 항구들은 미군이 종합적인 작전을 수행하기에 더 없이 좋은 조건이다. 이제 그들의 적은 중국이 될 수도 있고, 북한이 될 수도 있고 한국이 될 수도 있다. 미국을 중심으로 한 초국적 금융자본에 방해가 되는 모든 것이 적일뿐이다.

그래서 평택으로 미군기지가 확장 이전되고 FTA가 추진되는 현상은 전혀 별개의 문제가 아니라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세상에서 가장 호전적인 미국이 가장 가난한 나라 중 하나인 북한을 악의 축으로 보장하는 동안 남한 민중들은 미군의 필요성을 인정할 수밖에 없는 코미디 속에 빠져든다. 그렇게 되면 미국은 별 힘들이지 않고 동아시아에 미군을 주둔시키면서 필요에 따른 작전을 수행할 수 있는 것이다.
그동안 미국은 어떤 경우는 한국을 배제하면서, 어떤 경우는 한미공조를 통해서 북한에 압력을-이를 통한 한반도 긴장요인 제거-행사했다. 보수우익은 여기에 부화뇌동해서 미국의 심기를 건드려 한미공조가 파괴되어서는 안 된다고 말한다. 그래서 미국은 한반도 긴장문제의 고삐를 조절하면서 미군 주둔의 정당성을 설파하고 미군 주둔의 정당성은, 미국 중심의 초국적 금융자본의 이윤축적의 정당성이 아니라 ‘북한 위협론’으로 둔갑한다.

미국이 한국과 FTA를 체결하게 되면 얻는 이익은 단순하게 수출 우위를 통한 경제적 효과뿐만 아니라 동아시아 시장질서에서 중국에 우위를 점할 수 있다. 세계 패권을 놓고 중국과 미국은 동아시아 경제권에서 누가 먼저 지역경제 블럭을 형성하느냐를 경쟁하고 있다. 얼마 전까지 한국 정부안에도 미국과 FTA를 먼저 체결하기보다는 중국, 일본 등과 FTA를 체결해서 영향력과 경쟁력을 확보한 후에 미국과 FTA를 체결하자는 주장이 있기도 했다. 그러나 초국적 자본의 압력과 한미 공조 이데올로기가 별 소득도 없는 한미FTA 대세론으로 돌아서게 했다.
그리고 미국은 계속 한국에 군사를 주둔시키면 자신들의 입맛에 맞도록 경쟁국을 압박하는 무력시위를 할 수 있다. 그 무력시위는 곧 미국 주도의 신자유주의 금융세계화가 안정적으로 추진된다는 얘기다. 또 금융세계화의 여러 형태, 초국적 금융자본들이 발호하는 여러 형태 중 하나인 FTA나 WTO협상이 별 저항 없이 관철될 수 있다.

우리가 한미FTA문제와 전략적 유연성을 추구하는 평택 미군기지 확장문제를 따로 보지 않아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제 평택미군기지 확장저지 투쟁은 민족주의 투쟁이 아니라 FTA와 같은 신자유주의 금융세계화 전략에 함께 하는 무장한 세계화에 맞서 싸우는 투쟁이어야 한다. 이렇게 말하고 싶다. “누가 한국의 경제파탄과 전쟁에 대해 묻거든 고개 들어 미국을 보게 하라!”

그 곳을 바라본 우리가 선택할 것은 어느 한 곳으로만 집중해서 투쟁하는 것이 아니라 FTA와 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에 맞서는 투쟁을 함께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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