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6/6월/특집1] 현대자동차 작업중지권 투쟁사례

일터기사


특집


4대 실천의제, 세 번째 이야기

“유해요인으로부터 벗어나기 – 작업중지권 복원!”

특집 1. 작업중지권 투쟁 사례

– 현대자동차 작업중지권 투쟁 사례
– H사 작업중지권 투쟁 사례

특집 2. 일상에서의 전복이어야 한다

– 작업중지권을 복원하자


특집 1. 현대자동차 작업중지권 투쟁 사례

손덕헌 / 한노보연 회원

1. 노동현장에서 건강을 지킬 수 있을 때, 노동자의 인간다운 삶은 가능하다

노동자들은 실로 많은 분야에서 일하고 있고, 수많은 분야에서 서로 다른 노동을 하고 있다. 동지 여러분! ‘일을 왜 하느냐’고 질문을 받으신다면 무엇이라 대답하겠는가? 각자의 생각과 원하는 바에 따라 대답은 다를 수 있겠지만 분명한 것은 좀 더 인간답게 살고자 하는 것과 사랑하는 가족을 위해 좀 더 나은 삶을 살고자 하는 것일 것이다. 이는 모든 노동자들에게 빼 놓을 수 없는 공통점이라 할 것이다.
그런데 노동자가 인간답게 살기위해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건강이라는 것이다.
왜냐하면 건강이 없는 상태에서는 삶의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또한 노동현장에서 안전 또는 건강을 지키는 주체는 노동자들이다.
따라서 노동자가 인간답게 살기 위해서는 노동현장에서 함께 일하는 동지들과 노동자들의 안전과 건강권을 함께 고민하고 해결할 때 가능할 것이다.

2. 안전문제, 노동자 중심의 의사결정권을 확보하자

“현장의 안전보건문제는 현장의 의견을 취합하고, 공동 대응하는 방식으로 바뀌어야 한다”

“안전상의 중요한 문제를 일으키거나 일으킬 가능성이 있는 현장에서 노동자의 의사결정권은 얼마만큼 있을까? 자본은 중요한 안전상의 문제나 중대재해가 발생했을 때, 일반적으로 노동자의 잘못으로 떠넘기거나 사고조사과정에서 은폐하거나 조작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설령 자신의 잘못을 인정한다 하더라도 사고발생의 원인을 파악하여 적절한 대책을 세우기보다는 적당한 보상을 통해 대충 정리하려는 경향이 대부분이다.
그러나 이에 대해 지금껏 우리는 어떻게 대응해 왔는가? 지금까지 우리가 대응했던 접근방식에 대해 곱씹고 넘어가야 할 부분이 있다. 그것은 바로 현장의 의견들을 모아내지 않고 일부 활동가에 의해서 적당히 대응한다는 것이다. 자본이 의도한대로 움직이는 현장이 아니라, 노동자가 중심이 되는 현장을 만들기 위해서는 현장의 의견을 취합하고 공동 대응하는 방식으로 바뀌어야 한다. 우리 동지들이 생각하는 안전이나 건강을 지키고자 하는 생각들은 어느 전문가보다도 정확하고 올바르기 때문이다. 왜냐하면 동지들의 생각은 작업현장에서 매일 직접 일하고 보고 느끼는 경험이기 때문이다. 어느 분야에서나 그러하듯이 이론과 실제는 다를 수 있고 노동안전보건 분야도 예외는 아닐 것이다. 그래서 노동안전보건에 대해 대응 방안을 마련할 때는 현장에서 일하는 동지들의 생각과 경험과 판단이 폭 넓게 수용될 수 있도록 해야 하는 것이다.

3. 자본의 지침들을 깰 우리의 실천 투쟁만이 노동자의 건강을 지키는 것

어떻습니까. 동지 여러분이 일하시면서 위험하다고 느끼신 적이 없습니까? 그런 적이 없다고 하신다면 천만다행입니만, 여러분들 중에는 작업환경이 나빠서, 아니면 기계나 장비에 의해 다치거나 죽을뻔 한 적이 한번쯤은 있었을 거라 생각합니다. 자본은 끊임없이 이윤추구를 위해 노동자들의 몸이 망가지도록 노동과 희생을 강요하고 있고, 노동자의 노동현장 통제권이 확보되지 않는 이상 이로 인해 발생하는 안전사고는 끊이질 않을 것입니다.

최근에 경총에서는 2006년 노동안전 관련한 단협지침을 모든 자본가들에게 하달하고, 작업거부권과 관련하여서도 상당한 비중을 두며 노동자의 정당한 권리들을 침해하는 다음과 같은 지침을 내린바 있다.
① 노조의 ‘작업중지권’, ‘작업지시 거부권’ 등의 요구는 단체교섭이나 쟁의행위 대상이 될 수 없음을 명확히 함.
② 작업중지가 조업중단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긴급하고 중대한 위험으로부터의 도피에 중점이 있음을 주지시키고 이를 확인하는 규정을 둠.
③ 작업재개는 사업주의 경영권 차원의 고유권한임을 주지시킴.
④ 단체협약에 “조업재개를 노조와 합의한다”라는 규정을 두어서는 안됨.
⑤ 사용자는 작업중지권 오용 또는 남용으로 회사의 손실이 발생하였을 경우에는 손해배상 청구 및 징계권 행사를 적절히 활용함.

저들은 더 많은 이윤을 얻고자 노동자들에게 잠시의 쉴 틈도 주지 않은 초과밀 노동과 장시간 노동을 강요하면서, 한편으론 이러한 지침을 만들어서 노동자의 몸은 다치거나 죽든 말든 쉼없이 돌아가는 공장과 콘베이어벨트를 원하고 있는 것이다.
지금 현대자본은 이러한 지침들을 실천하고 있다. 최근에 2공장에서 일어난 사례를 들면, 승용2공장 도장부 안전사고와 관련하여 사측은 현장의 안전사고에 대한 대책을 요구하며 라인을 정지한 소위원에 대해 1심에서 정직1개월이라는 징계를 내렸고, 승용2공장 대의원회와 소위원회의 징계 철회 요구를 끝내 무시한 채 재심에서도 정직 1개월의 징계를 확정하였다.
또한 최근 들어 사측의 현장탄압은 도를 넘어서고 있다. 사사건건 활동가에 대한 고소·고발과 징계를 단행하고, 얼마 전에는 맨아워 협상중에 22분간 라인을 정지한 승용2공장 대의원에 대해 고소·고발을 자행하였다. 현대자본은 이러한 대응방법을 통해 현장을 탄압하고 노동자의 건강권에 대해 찍소리 못하도록 장악하겠다는 것이다.
이러한 자본의 공세적인 대응에 대해 우리는 수세적인 국면에 놓여 있는 것은 사실이다.

이러한 국면을 돌파하기 위해서는 위축된 현장의 분위기를 반전시킬 수 있는 대안을 찾아야 할 것이다. 진정 노동자들의 건강권을 지키기 위해 어떻게 대응하였고 현장투쟁을 제대로 하였는가를 되짚어보면서, 2006년 노동안전보건 투쟁의 일환으로 위험하면 언제든지 작업중지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현장의 힘들을 조직할 때 자본의 대응을 깰 수 있을 것이며, 노동자들이 죽음과 사고로 내몰리지 않을 것이다.

4. 작업중지권 투쟁의 핵심은 현실을 바꿔내고자 하는 것!

다치지 않고 노동할 수 있는 권리를 확보하고자 하는 노동안전보건투쟁은 아무리 강조하여도 오히려 부족할 수 있다. 특히 노동으로 불의의 사고를 당한 노동자에게 있어서는 더욱 더 그러하다. 왜냐하면 사고로 인해 한번 발생한 장애는 그 어떠한 금전적 보상으로도 온전히 보상받을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다치지 않고 일할 수 있는 현장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노동자 스스로 위험하면 작업을 거부할 수 있어야 하고, 사업주는 급박한 위험작업에 대해 작업을 중지할 의무가 있다. 이러한 노동자의 당연한 권리와 사업주의 의무가 산안법 제26조에 명시되어 있지만, 사업주는 위험작업에 대해 스스로 작업을 중단시키거나 적절한 재발방지 조치를 취할 생각이 없다. 그들의 이윤 추구에 걸림돌만 될 작업중단을 스스로 할리 만무하기 때문이다.
더더군다나 사업주는 급박한 위험으로부터 노동자가 스스로 작업을 중지하고 대피했을 때, 자본과 정부는 급박한 위험에 대해 매우 제한적으로 해석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노동현장에서 노동자가 피땀 흘려 일하고도 “다치면 재수 없어서”가 아닌 현실을 바꿔낼 수 있는 길은 우리의 일터에서 작업중지권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것, 또한 노동자가 건강하게 일할 수 있는 일터 즉, 자본의 이윤보다 노동자의 건강과 생명을 최우선시할 수 있도록 노동자가 함께 싸워나갈 때 가능한 것이다.

5. 작업중지권 투쟁 사례

1) 사고 경위
현대자동차에서 조합원의 안전과 생명을 도외시한 회사측의 생산제일주의, 안전불감증이 또 한명의 소중한 우리 동지의 목숨을 앗아간 사고가 발생했다.
고 백기선 조합원은 같은 부서의 조합원이 전동 리치카로 빈 파렛트 4개(4단)를 정리하려고 전동 리치카로 들어서 후진 하던 중, 파렛트가 넘어지면서 재해자 백기선 조합원을 덮쳐 머리등에 상해를 입고 울산대학 병원으로 후송하여 심폐소생술 시행하던 중 사망하였다.

2) 사건의 성격 규정
노동조합은 사고발생 2달전, 사내 중량물 운반장비에 의한 노동재해가 증가하고 있어 노동조합 안전부장과 환경안전보건팀, 소재/단조사업부 안전담당자가 참석한 회의에서 안전대책을 수립할 것을 요구했으나, 사측이 차일피일 미루면서 사측의 안전무책임주의와 안전예방 대책소홀이 이 같은 중대재해를 가져온 것으로 규정하였다.

3) 작업중지권의 발동과 조합의 대응
이에 따라 노동조합은 소중한 목숨을 하루아침에 앗아간 모든 책임이 사측에 있음을 분명히 하고, 노동재해가 발생한 지난 6월30일 09시부터 7월3일까지 단조 1공장 전체에 대한 작업중지권을 발동하였다. 그리고 이를 계기로 현장에서 조합원들이 안전하게 일할 권리를 만들어 내기 위해 조합원과 함께 재발방지 대책을 만들어 낼 수 있도록 ‘대책위’를 구성하여 투쟁을 전개하였다. 대책위에서는 임시 산보위를 개최하여 외부 전문기관(한국 산업안전공단)을 통한 특별안전진단을 실시하기로 사측과 합의하였다. 이후 특별안전진단 결과 나온 문제점에 대해 조합원 설명회를 개최하였고, 조합원들의 요구 사항을 바탕으로 현장개선을 조치토록 사측과 합의하였다. 또한, 이번 노동재해로 돌이킬 수 없는 상처를 간직할 수밖에 없는 유족에게는 산재보상 외 별도의 보상과 미망인 취업을 합의하였다.

※작업중지권 발동 및 노동조합의 대응, 그리고 대책위 활동의 경과와 내용 (일터6월호 참조)

4) 고 백기선 조합원의 노동자장을 기획하며
이러한 대응 과정속에서 한가지 아쉬운 점이 남아있다. 이번 합의 또한 사고 후 조치에 지나지 않으며, 현장에서 안전하게 일할 수 있는 권리와 노동자 건강권 탄압 현장 한복판에서 장례가 치루어지게 하여 고 백기선조합원의 죽음을 헛되지 않게 하는 것과 노동자 건강권의 의지를 조합원들에게 강고히 인식시켜 이후 현장 투쟁의지를 승화시켜 내는 투쟁을 실천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고 백기선조합원 노동자장 기획안󰡕

1. 노동자장의 의미와 성격
1) 고 백기선조합원의 사망은 자본에 의해 살인되었습니다. 자본의 살인에 대한 규탄 투쟁을 통해서 현장에 서 안전하게 일할 수 있는 현장을 만들어 내고, 살맛나는 현장을 만드는데 집중시키며, 죽지않고, 다치지 않는 현장을 만드는데 힘을 확산시키는 의미를 갖는다.
2) 안전하게 일할 수 있는 권리와 노동자 건강권 탄압 현장 한복판에서 장례가 치루어지므로 고 백기선조합 원의 죽음의 의미를 조합원들에게 인식시켜 이후 현장 투쟁의지를 승화시켜 내는 중요성을 갖고있다.
3) 때문에 장례의 성격은 고인의 죽음을 헛되지 않게 하기 위해 노동자 건강권의 의지를 계승함과 아울러 현 시기의 투쟁의지를 강고히 하는 결의의 장임과 동시에 이후 투쟁으로의 승화의 장이다.

2. 노동자장의 취지
1) 고 백기선조합원의 죽음을 애도하고 추모한다.
2) 금번 사망 사건에 대한 즉각적인 사측의 대책과 분명한 책임을 묻고 대책을 요구한다.
3) 대응 투쟁 초기 조직적인 힘을 집중함으로써 대사측 요구들을 쟁취하도록 한다.

3. 조직화 목표 및 지침
: 사업부 조합원, 전 조합원, 대,소위원 및 활동가

6. 다시 작업중지권 투쟁을 조직합시다!!

위 사례는 현대자동차에서 빈번하게 발생했던 중대안전사고의 일부분에 불과하다. 그동안 중대재해 발생에 대해 현대자동차에서는 노동안전담당자가 해결하는 것으로 국한시켜 전체적인 투쟁으로 승화시키기 보다는 적당히 보상중심의 협의를 해왔다. 이러한 보상중심의 활동을 접고 조합원과 함께 하는 투쟁으로 승화시키고자 고 백기선 조합원 노동자장을 기획하여 해당 사업부 대의원회에 제안하였다. 하지만 노동조합 노동안전담당자로서 너무나 분통 터지는 상황이 발생했다. 자본에 의해 우리 동지가 죽었는데 우리 스스로가 우리 동지의 죽음을 외면하던, “과거 하던대로 하면 되지, 너무 튀지 말고 공장을 돌리면서 협의하자”던 그때의 기억들이 뇌리를 스친다.

그때 기획안대로 투쟁을 만들어 내지는 못했지만 차선책으로라도 해당 공장의 기계를 멈추고 조합원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엄숙히 노제를 갖고 장례식을 치루어 내었다.
동지들, 실천하지 못했던 기획안, 언젠가는 꼭 실천해 보겠다고 다짐해보며 일상적으로 강고한 투쟁을 조직하는 노동자가 되었으면 합니다.

동지 여러분 !
언제까지 우리는 억울하게 다치거나 목숨을 잃어야 합니까?
과연 그 무엇이 사랑하는 우리의 동지를 죽였습니까?
언제 어느 작업 공간에서 그 누가 다치거나 죽을지 모르는 불안한 현장,
쉴틈 없이 몰아치는 작업과 생산량 강요, 갈수록 강화되는 노동강도, 열악한 작업환경, 노동자가 죽든 말든 세계제일을 외치는 자본의 파렴치함, 이제는 끝장을 내야 합니다!
우리의 노동현장에서 발생하는 모든 안전사고는 노동자의 안전과 건강, 생명을 도외시한 자본측의 생산제일주의와 안전 무책임주의, 안전대책 소홀이 가져온 결과들입니다. 이제는 우리의 손으로 바꿔야 합니다!
노동자가 하나 되어 단결된 힘으로 노동재해 척결과 노동자 스스로가 작업장이 위험하다고 생각되면 일상적인 작업중지를 할 수 있는 투쟁을 전개합시다!
동지들 다시는 노동자가 다치지 않고, 병들지 않고, 죽지 않고 일할 수 있는 노동현장을 만들기 위하여 함께 투쟁해 나갑시다. 다시는 죽지 않고, 다치지 않기 위하여!!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우리의 생명을 지키기 위하여!!

3일터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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