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6/6월/특집1] H사 작업중지권 투쟁사례

일터기사


H사 작업중지권 투쟁사례

황운하 / 한노보연 회원

1. 작업환경 개선투쟁으로부터 시작된 작업중지권 투쟁

1) 작업중지권 투쟁, 무엇으로부터 시작되었나?
2002년부터 증가하기 시작한 자동화 설비는 인력의 감소와 함께 작업환경이 낙후되는 현상으로 나타나기 시작하였다.
접착식 테이프를 사용하여 작업하던 공정에 인원을 줄이기 위해 본드 배출기가 설치된 이후 멀쩡하던 작업자들이 구토와 두통을 호소하며 작업하기를 기피하는 현상까지 발생하였다. 신공정이 도입된 시기, 한달여 정도 극소 배기 시설이 설치되어 있었고 본드는 밀봉되어 설비 안에 따로 보관이 되어 있어 눈으로 확인해서는 전혀 문제가 없는 공정이었다.
그러나 작업자들은 설비 변경 이후 이상한 냄새가 나면서 어지럽고, 오후 시간이 되면 구토증상까지 생긴다며 작업의 어려움을 호소하였다. 노동조합에서는 작업자들의 의견을 받아 사측에 ‘설비에 문제가 있으니 극소 배기 시설을 개선하라’고 요구하였으나 사측은 ‘작업환경 측정결과 문제가 없었다’는 말만을 되풀이하며 해당공정에 대한 개선을 실시하지 않았다. 작업자들은 더욱 심각한 통증을 호소하였고 노동조합은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는 판단하에 단위사업장 최초로 ‘작업중지권’ 투쟁에 돌입하기로 결정하였다.

2) 작업중지권 투쟁, 어떻게 진행하였나?
이른 아침부터 작업중지 투쟁에 필요한 준비를 마치고 작업시작과 함께 해당공정에 위원장을 포함한 상집간부 전원이 설비를 점거하고, 준비한 작업중지 테이프와 스티커를 부착하며 설비의 가동을 막아섰다. 사측은 노동조합의 갑작스러운 행동에 당황하며 물리적으로 작업중지를 막으려고 하였으나 노동조합의 투쟁의 의지를 직접 확인한 조합원들이 모여들면서 이제껏 참아왔던 불만에 찬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이에 더욱 당황한 사측은 일단 물러서는 듯한 모습을 보였으나, 곧바로 노동조합에 손해배상 운운하며 탄압하려 하였고 노동조합에서 요청한 임시산업안전보건위원회에까지 응하지 않았다. 또한 해당공정에 관리자를 투입하여 작업을 실시하려고 호시탐탐 기회를 보며 노동조합과 지속적인 마찰을 일으키며 문제 해결에는 전혀 나서지 않았다.
작업중지 투쟁이 시작되고 3일이 지난 후, 설비 미가동에 따른 생산량 저하에 압박을 받은 사측은 노동조합 실무를 통하여 노동부에 설비에 대한 안전성 평가를 받아보자고 제안을 해왔다. 노동부의 안전성평가에 대하여 ‘무조건 신뢰하며 설비 개선사항에 대하여는 무조건 실시하겠다’는 합의와 작업중지를 풀지 않는 조건으로 노동부 근로감독관과 노·사 공동으로 현장 조사를 실시하기에 이르렀다. 노동부에서 파견된 근로감독관과 노·사 공동 현장조사단은 현장 작업자들에게 그동안의 문제점을 듣고 설비에 대한 점검을 실시하였다. 모든 조사가 끝나고 조사결과를 발표하던 과정에서 근로감독관의 점검결과가 문제가 없는 것으로 나타나 노동조합은 회의를 중단하고 근로감독관에게 한 달간 문제의 작업장에서 작업을 할 것을 요구하며 근로감독관 퇴장을 막아섰다.
이에 당황한 근로감독관은 현장 재조사를 실시하였고, 극소 배기 시설이 미흡하게 설치되어 본드냄새가 발생하였다는 결론을 내리고 즉시 현장 개선을 실시할 것을 행정처분하였고 법적조치를 취하였다. 사측은 노·사간의 합의사항을 이행하기로 산업안전보건위원회에서 합의하였고. 현장에서 본드냄새는 사라졌다.
일주일여 간의 최초의 작업중지 투쟁은 이렇게 마무리 되었고 노동조합에서는 다시 한번 작업중지권 투쟁과 현장 작업환경개선의 중요성을 알게 되었다.

2. 작업중지권 투쟁, 안전교육 영역에까지 확대하다

H사의 자동화 설비의 문제점은 이것뿐만이 아니었다. 자동화 설비의 증가와 함께 협착 사고도 증가하였고, 이를 분석하여 본 결과 안전시설의 미흡에 의한 사고로 확인되었다.
노동조합에서는 즉시 현장 점검을 실시하고, 설비에 안전시설이 확보되어 있지 않을 경우 바로 작업중지를 실시하였다.
사측은 노동조합의 작업중지를 저지하기 위해 끝임없이 방해를 놓았지만, 켄베이어 위를 올라 타가며 실시한 설비 점거 투쟁에 끝까지 대응하지 못하였다.
또 ‘설비’의 문제만을 가지고 작업중지권 투쟁을 진행한 것이 아니라. ‘안전교육 미필’에 관련하여서도 작업중지권을 발동시켜 현장에 안전교육 현실화와 작업환경개선이라는 두가지 문제를 해결하는 계기가 되기도 하였다.

4년여 동안의 작업중지 투쟁은 현장 조합원들에게 노동안전에 대한 중요성을 알려주는 계기가 되었고, 지속적인 작업중지 투쟁의 성과로 다음과 같은 합의를 이끌어내었다.
① 자동화 설비 도입시 설비 가동 1주일 전 해당 작업자는 2시간씩 설비교육을 받는다
② 모든 자동화 설비는 도입과 동시에 안전성 평가를 실시하며, 설비 가동 1주일전 다시 안전성 평가를 실시하고, 설비 가동 1달 후 설비 안전성 평가와 유해요인조사를 실시한다
③ 안전사고가 발생하였거나 안전사고의 우려가 있을 경우 노·사 즉시 해당 작업자들로 구성된 안전보건회의를 소집하고 이에 대한 대책을 수립한다
④ 또한 현장에 순수 조합원들로 이루어진 작업환경개선위원회가 만들어졌고,
⑤ 월 4시간의 공식적인 활동시간과 부서별로 자동화 설비 도입시 안전성 평가에 대한 활동시간까지도 확보하게 되었다.

3. 중대사고 재발 방지를 위한 작업중지권 투쟁

H사의 작업중지권 투쟁은 지속적으로 현장에 문제점을 해결하고 사측을 산업안전보건위원회로 불러들여 합의하고 현장을 개선하는 투쟁으로 발전하였다.
2005년 봄, 현장에 신규설비 설치를 위해 외부업체 작업자가 작업을 하던 중, 리프트 오작동으로 설비에 협착되어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하였다. 노동조합에서는 즉시 설비 설치 중단과 함께 동일 설비에 대한 작업중지를 실시하였고 고인을 위로하기 위해 해당 설비에 플래카드를 설치하고 노동재해에 대한 규탄과 함께 고인의 넋을 길이기 위한 추모제를 열었다.또한, 사측에 긴급 임시산보위를 요구하여 신규설비 설치과정에서 드러나고 있는 안전사고에 대한 문제점을 해결하고, ‘협력업체의 안전교육 실시여부 확인 및 감독’. ‘안전보호구 지급에 대한 확인 및 지도’. ‘설비 가동시 안전시설 확보 및 확인’ 등 이제껏 잘 모르고 지나쳤던 협력업체의 안전까지도 확인하고 확보하게 되었다.

한발 늦은 대응이 사망사고라는 엄청난 재앙을 불러왔고, 고인에 대한 죄송함에 현장 조합원들은 협력업체 노동자들의 안전에도 관심을 가지고 활동하고 있으며, 작업에 위험요소가 발견되면 바로 노동조합에 알려 안전하게 작업할 수 있도록 부단히 노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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