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6/7월/요양자 이야기] 아무리 어렵다 해도 “부당” 하면 “아니다” 라고 해야 한다

일터기사


아무리 어렵다 해도 “부당” 하면 “아니다” 라고 해야 한다

산업보건연구회 건강한 노동실현을 위한 산재노동자모임 이병수

근로복지공단에 출근 투쟁하는 김씨

매일 오후 2시 가량이 되면 근로복지공단 대구 본부로 출근하는 노동자가 있다. 허리 수술후 보호를 위한 보호대를 착용하고, 보조 지지대를 밀며 근로복지공단 5층에 도착한다. 도착하면 복도에 “척추 고정술 불승인 철회하라”라는 대자보 2장을 부착하고 소파에 누워서 요양한다. 불이익을 당한 노동자를 만나면 함께 항의하기도 한다

그런데 근로복지공단 관계자들과 더 이상 할 말이 없다. 김씨가 “불승인을 철회하라” 라고 하면 “부당하면 절차를 밟아서 심사청구하라”는 말만 반복된다. 심사청구로 보내기 위해 꼬시는 말을 보태기도 한다. “잘 되도록 해줄께” 라고 .. 2004년까지는 불승인의 근거가 부족하고 항의에 직면하면, 1차 결정기관에서 종종 결정을 번복하였는데 이제는 지멋대로 결정하고 항의하면 중앙에 심사청구하란다. 잘못 되어도 항의할 여지도 없다. 심사청구 하는것 외에는…

김씨는 간혹 자문의사협의회가 개최되어 산재 노동자들이 많이 오는 날이면 바쁘다. 선전도 하고 서명도 받고 자문의사협의회 참여한 산재노동자들과 함께 항의도 해 본다. 그 후 근로복지공단은 자문의사협의회 개최일정을 게시판에 공고하지도 않는다.


근로복지공단과 병원에서 하라는 대로 했는데 웬 불승인!

이상의 애기는 금속노조 대구지부 개별조합원 35세 김씨의 이야기다. 김씨는 2001년 척추 디스크 추간판 탈출증(디스크)으로 산재요양을 한 적이 있었다. 요양종결 후 금형보조일을 하다가 2004년 12월 허리 통증으로 다시 일하기 어렵게 되어서 요추 4-5-천추 1번 추간판 탈출증으로 다시 산재 요양하게 되었다.

요양치료를 해 왔으나 통증이 완화되지 않고 이 상태로 직장에 복귀하기 어려울 것 같아 근로복지공단 자문의사협의회에 출석하여 수술하기로 하였다.

06년 4월 경북대병원에서 디스크 돌출한 부위를 잘라내고 핀으로 고정하는 수술을 하였다(척추기기 고정술). 그런데 근로복지공단은 척추의 불안정성이 크지 않는데 왜 핀을 박았느냐며 척추기기 고정술 불승인을 통보한 것이다. 70만원 휴업급여로 병원비 410 만원을 내야 하다니

김씨는 결국 전체 수술비용 740만원 중 산재 적용되지 않는 수술비 170만원과 척추고정술 비용 240만원을 합하여 총 410만원을 내야하는 처지에 놓이게 되었다. 그런데 김씨는 임금이 적어서 휴업급여가 월 70 만원 정도 밖에 되지 않으며 이것으로 모친과 함께 생활을 해야 하는 처지이다. 디스크 수술을 어떻게 하는지도 모르는 김씨가 근로복지공단과 합의하고, 종합병원 의사가 하라는 대로 해서 수술을 했는데 불승인 되어서 410 만원을 내야한다니… 그러면 산재보험제도가 왜 있는지? 참으로 황당한 일이다.


상황이 어려워도 “아닌것”은 “아니다”

김씨는 너무나 억울하여 불승인을 철회시키는 싸움을 할 수 밖에 없다고 판단하였다.
그런데 최근 상황은 한번 불승인 되면 자체적으로 번복하기도 어렵고, 서울로 심사 청구해야 하고, 또 어지간히 싸워서 무엇인가 목표를 이룬다는 것이 어렵다는 것을 듣고 보고 해서 알고 있었다. 그렇다고 물러설 수 도 없고.. 거기에다 처음 싸워보는 것이기에 더욱 겁도 나고 떨리고 부담스러웠다.

부담스럽지만 불승인에 저항하지 않으면 끝없이 추락하는 것이 산재노동자, 더 나아가 예비 산재노동자들의 현실이기에 김씨는 용기를 내게 된 것이다.

힘이 적을 때는 한~방에 조지는 그러한 싸움이 아니라 가늘고 찔기게 힘을 조금씩 키워나가는 방향으로 물고 늘어져야 한다는 동료들의 경험들을 고려하여 매일 근로복지공단에 김씨는 출근 투쟁하고 있는 것이다. 불승인을 철회시키던지, 아니면 근로복지공단이 질리도록 만들던지 해야 한다는 것이다.

지금 시기 산재 예방, 승인, 치료, 더 나아가 노동자의 인간다운 삶 전반이 투쟁하면서도 밀리는 것이 현실이다. 그럴수록 지레 피해가는 것이 아니라 부당하면 “아니다” 라고 저항하는 작은 결단들, 그 결단들에 함께 하면서 참된 미래를 설계해 나가는 것이 더욱 소중할 것이다. “불승인”이면 심사청구고 뭐고 이전의 조건에 맞게 일단 “저항”이다. 그럴때 “이윤”보다 “생명”이 우선시되는 그런 사회도 오는 것이 아닌가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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