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7/1월/이러쿵저러쿵] 온고이지신(溫故而知新)

일터기사


온고이지신(溫故而知新)

금속산업노조 두원정공노동조합 조합원 윤병찬

나는 집에서 TV를 거의 보지 않는다. 간혹 아이들이 만화를 본다고 해서 아이들이 보는 만화방송을 함께 보는 경우는 있지만 뉴스나 오락 프로그램 기타 다른 프로들을 거의 보지 않는다. 이유는 퇴근해서 볼 시간도 없을뿐더러 TV를 보는 시간에 아이들과 씨름을 하거나 아이들이 해 달라고 요구하는 것 들어주기 바쁘기 때문이다.

이렇듯 거의 보지 않는 TV에서 우연히 이상한 광고 카피를 하나 보게 되었다. 난 그 영상을 보면서 요즘은 저런 것으로도 광고를 하네, 희한한 광고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 광고가 어느 개그 프로에서 방송된 것이라는 알게 되었고, 요즘 그런 컨텐츠로 방송이 많이 이루어진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

그것이 바로 UCC라는 것이다.
UCC는 User Created Contents의 약자로서 해석을 하면 일반 사용자가 동영상을 만들어 인터넷에 올려 다른 사람들과 같이 공유하는 것이란다.
기존 동영상은 영화나 애니, TV 방송프로그램처럼 전문가들이 만든 것을 퍼다가 나르는 수준에 불과했지만 UCC는 일반인들이 직접 컨텐츠를 만든다는 것이다.

뉴스의 경우 예전에는 방송국이나 신문사 기자의 전유물로 생각했지만 현재는 블로그나 각종 커뮤니티 사이트를 통해서 평범한 사람들도 새로운 소식을 알릴 수 있게 되었다.
예전에 한 학생이 교실에서 일어난 체벌에 대한 내용을 담은 동영상을 핸드폰으로 촬영하여 인터넷에 올려 화제가 되었던 적이 있었다.

이러한 내용들은 여느 기자들이 취재한 내용보다 더 생생하고 사실감있게 네티즌들에게 다가섰고, 또한 공중파를 타고 방송되어 그 내용에 대한 진실이 밝혀지기까지 하였다.

요즘 집회현장에서 사진을 찍다보면 막막할 때가 있다. 집회에 참석한 사람들의 분노를 사진으로 담고자 하는데 집회현장에 분노가 없다. 분노가 있다고 해도 행동하지 않는 분노만이 존재한다.
그래서일까? 사진을 찍는데 더 많은 고민을 하게 된다. 어떻게 찍으면 더 힘 있는 목소리를 담아 찍을 수 있을까, 어떤 순간을 잡으면 분노하는 행동을 잡을 수 있을까 하고 말이다.

기록으로만 남기기 위해서 사진을 찍는 것은 아니다. 그것은 기록의 수단이 될 수도 있지만, 사진을 찍는 최대의 목적은 ‘나’ 아닌 다른 사람과 ‘공유’하고자 하기 때문이다.
집회현장을 찍는 이유 역시, 타인과 ‘공유’하고자 함이다. 우리의 분노를 알리기 위해서이다.

2002년부터 집회 현장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았다. 노동운동이라곤 알지도 못했던 내가 노동조합 간부로 활동을 시작하면서 사진을 찍기 시작했다. 그때와 지금, 변한 것이 딱 하나가 있다면, 필름 카메라가 디지털 카메라로 바뀌었다는 것이다.
이거 하나 뿐이다.

溫故而知新(온고이지신), 옛것을 익히고 새것을 안다.
요즘 세상은 개인이 상품이 될 수 있는 시대에 살고 있다. 서로 공유하고 알리는 방법이 옛것이라면 새것을 익혀야 할 때가 왔다. 시도는 하고 있으나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다. 좀더 적극적으로 새로운 것에 대해서 다가서야 할 때이다. 국회의원의 의정활동은 한정된 공중파로만 알 수 있다. 집회현장에서 분노하는 상황은 항상 공중파로 전달되어지며, 그들이 작성한 시나리오대로 집회대오는 항상 폭력집단이다. 이러한 상황들을 뒤집어 엎을 수 있는 것을 찾아야 한다.

변화되어야 한다.
공유하는 방법과 기록하는 방법, 그리고 집회현장의 분노 또한 적극적으로 바뀌어야 한다.
요즘 인터넷에서는 UCC가 대세라고 한다. 노동자들은 선전하는 방법과 수단에 있어서 타의 추종을 불허할 때가 종종 있다. 지금 그러한 것을 모색할 시기가 온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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