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7/10월/노동환경과 노동자] 조선소 편

일터기사

노동환경과 노동자 – 조선소 편

위성 TV와 지역 케이블 TV로 송출되는 Rtv(시민방송)에서는 노동자뉴스제작단과 함께 현장 노동자에게 도움이 되는 정보/교육 프로그램인 ‘노동자, 노동자’를 제작하여 방영하고 있다.(www.rtv.or.kr)

‘노동자, 노동자‘의 여러 기획 중 하나인 ’작업환경과 노동자‘는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와 함께 기획 제작하여 2007년 1월부터 격주로 일요일 마다 총 9회 방영되었다. 이를 정리하여 동지들에게 전하고 한다. 관심이 있는 동지들은 Rtv(시민방송) 홈페이지에서 생생한 영상도 확인하시고, 다른 방영분도 시청하시길 바란다.

아래의 내용은 방송 내용을 재편집한 것이다

‘노동자, 노동자’는 이번에 조선소를 다녀왔습니다. 조선업종은 90년대 말부터 우리나라가 세계 수주 1위를 달리고 있다고 하죠. 하지만 안타깝게도 조선소의 대형 참사로 여러분의 노동자가 한꺼번에 돌아가셨다는 뉴스도 여러 번 접했음을 기억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대형 참사 말고는 조선소 노동자들이 어떤 건강문제를 겪고 있는지 잘 알려져 있지 않은 것 같습니다. 과연 조선소 노동자들의 작업환경은 몇 등이나 될지 알아볼까요?

1. 조선소의 사고성 재해

조선소는 유독 산업재해가 많은 곳입니다. 노동부의 통계에 의하면 사고성 재해로 인한 사망자가 2001년 128명, 2002년 154명, 2003년 173명, 2004년 219명, 2005년 202명, 2006년 196명에 이르고 있습니다. 최소한 하루 걸러 한분씩 조선소 노동자가 사고로 돌아가시고 있다고 할 수 있죠. 조선업종 노동조합협의회의 자료에 의하면 현대중공업의 경우 1974년부터 1994년까지 20년간 총 242명이 산업재해로 사망했으며, 대우조선은 1979년부터 1994년까지 무려 100명이 사망하였습니다. 물론 어느 나라나 조선업종이 타업종에 비해 재해율이 높긴 하지만 우리나라 조선업종 재해율은 다른 나라와 비교해 봐도 엄청나게 높습니다. 재해율이 일본의 14배, 사망 재해율만 따지면 일본의 60배 가까이 됩니다. 위험한 업종임에도 불구하고 최소한의 인력으로 배를 만들기 때문에 우리나라가 싼 인건비를 바탕으로 세계수준으로 성장했지만 한편으로는 이렇게 많은 노동자들이 다치고 죽게 되었던 것이죠.

2. 관련 작업과 유해 요인

1) 용접 작업

용접작업은 조선소에서 거의 모든 공정에서 없어서는 안될 가장 필수적인 작업입니다. 금속을 순간적으로 녹이는 용접, 즉 용융 용접이 가장 많은데, 철판을 이어 배의 단위가 되는 블록을 만들고 다시 블록들을 결합해서 선체를 만드는 데 가장 중요한 작업이라 조선소의 가장 많은 노동자들이 하는 작업입니다. 금속을 녹이려면 매우 높은 에너지가 필요한데, 주로 고압전기, 산소, 아세틸렌, 알곤 같은 고압폭발성 가스를 이용합니다. 폭발사고 위험 말고도 용접공은 전기, 고열, 소음, 진동에 노출되고 유해물질도 많은데 금속흄(기체 상태의 금속), 분진, 유해가스, 유해광선에도 노출되게 됩니다. 근골격계 질환이야 당연하구요.
전기를 사용하기 때문에 감전될 위험도 있고 용접하면서 나오는 강한 적외선, 자외선으로 적절한 보안경을 착용하지 않는다면 ‘용접공 안염’이라 불리는 자외선 각결막염에 걸릴 수도 있습니다. 용접작업으로 노출되는 중금속은 무엇을 용접하는지, 용접봉이 무엇인지, 용접방법과 작업환경에 따라 매우 다양한데요, 일단 선체의 주요 강재, 즉 철판은 탄소강이 많습니다. 이 때 발생하는 용접흄의 주요 성분은 산화철, 납, 크롬, 니켈, 알루미늄, 구리, 망간, 산화아연 등의 금속흄입니다. 이 중 눈여겨 볼 것으로 망간 중독의 경우 신경계 질환을 일으켜 마치 파킨슨병과 같이 보행장애, 떨림, 언어장애와 같은 증상을 보일 수 있습니다. 용접시 노출될 수 있는 유해가스로 이산화질소와 일산화질소와 같은 질소산화물, 오존, 일산화탄소 등이 발생하는데요, 이러한 가스들은 호흡기 점막을 자극하여 폐부종과 같은 질환을 일으키기도 하고 질식제로 작용하여 심한 경우 숨을 쉬지 못해 사망하기도 합니다. 때로 염화탄화수소계 유기용제나 인산으로 전 처리된 강재를 용접할 때도 있는데, 이때는 포스겐과 포스핀이라는 맹독성 가스에 노출될 수도 있습니다.

2) 연마 작업

금속을 갈아내는 연마작업에서 주로 문제가 되는 것은 분진과 소음, 진동, 유해광선, 부적절한 작업 자세 등입니다.
연마작업의 분진 측정 결과를 보면, 전체적으로 용접작업에 비해 발생 농도는 다소 낮지만 대부분이 허용기준을 초과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연마작업자는 여러 가지 중금속 분진들에 복합적으로 노출되는데, 중금속에 대한 혼합폭로지수를 보면 83.0%가 허용기준을 초과하여 연마작업도 용접작업과 마찬가지로 중금속 중독 문제가 심각해질 수 있음을 말해주고 있습니다. 그 중에서도 주로 산화철 분진이 나오는데, 그 속에 함유된 유리규산의 함량에 따라 유해정도가 달라집니다. 함량이 많을수록 탄광부에게 발생하듯이 ‘용접공 폐’라고 하는 진폐증이 생길 수 있습니다. 그리고 도금이나 피막처리, 도장처리된 금속 표면을 연마할 때는 철, 니켈, 마그네슘, 납, 카드뮴, 아연과 같은 금속 입자들이 문제될 수도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연마하는 금속과 코팅된 물질, 제거되는 이물질, 사용되는 연마재 등에 대해 정확히 알아야 합니다. 만약 연마하고자 하는 금속이 합금강이라면 그 합금성분에 따라 크롬, 니켈, 납, 카드뮴, 산화철, 베릴륨, 안티몬, 코발트, 텅스텐, 바나듐과 같은 금속이 문제될 수 있습니다. 특히, 스테인레스강을 연마할 때는 폐암을 일으키는 것으로 알려진 크롬과 니켈이 다량 발생되므로 주의해야 합니다.

3) 도장 작업

도장작업에서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유기용제 중독입니다. 유기용제는 휘발성이 커서 쉽게 호흡기로 흡입되어 두통, 현기증 등의 중추신경계 증상이나 점막 자극증상이 나타나게 됩니다. 비록 저농도라 하더라도 노출이 장기화되면 중추신경, 말초신경, 눈, 간, 신장, 내분비계, 조혈계, 생식기, 호흡기 등에 다양한 장해를 유발할 수 있습니다. 또한 유기용제는 피부를 쉽게 통과하는데요, 직업성 피부염의 20%에서 유기용제가 그 원인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사실 유기용제에 의한 독성은 널리 알려져 있지만 대부분의 유기용제가 특별한 증상없이 두통, 기억력 저하, 술 취한 듯한 느낌, 눈이나 피부에 자극증상 등 일반적인 증상만 나타나기 때문에 유기용제 중독을 진단하기는 매우 어렵습니다.
또 도장작업에서 문제되는 것으로 중금속이 있는데요, 페인트에 색깔을 내거나 잘 붙어 있도록 하기 위해서 중금속이 들어갑니다. 스프레이 도장이나 분체도장의 경우는 상당기간 동안 공기 중에 안개 상태로 떠다녀 호흡기로 들어마시게 됩니다. 때문에 도장 작업자들은 납이 포함된 페인트를 쓰는 경우 혈액 내 납농도가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나는 경향이 있습니다. 또한 선체 도장은 물이 들어오는 것을 막기 위해서 합성수지를 많이 쓰는데 그런 고분자 화합물은 직업성 천식을 일으킬 수 있습니다.

4) 석면을 다루는 작업

과거에 건조된 선박은 단열재로 석면을 주로 사용해 왔기 때문에 선박수리 및 해체 작업 시에석면에 노출될 수 있습니다. 석면 분진을 마시게 되면 진폐증의 한 종류인 ‘석면폐’에 걸릴 수도 있고 폐를 둘러싼 흉막에 생기는 악성중피종이나 폐암에 걸릴 수 있습니다. 악성중피종의 경우 석면에 노출된 지 40년, 50년의 오랜 시간이 지난 후에야 발병하는 병입니다. 현재 유럽에서도 수십년 전에 사용한 석면에 의한 악성중피종이 급격히 발생하고 있어 큰 문제가 되고 있고 우리나라도 머지 않아 이같은 문제에 부딪힐 것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3. 근골격계 질환

근골격계 질환은 조선소의 모든 작업자들에게 공통적으로 해당되는 직업병입니다. 그 중에서도 진동까지 노출되는 연마작업이 가장 위험성이 높고, 중량물취급, 부자연스러운 자세가 많은 도장작업, 용접작업도 상대적으로 위험성이 높습니다. 조선업은 기계화가 어렵고 노동집약적인 산업이기 때문에 노동자들의 숙련노동에 의존하는데, 그 때문에 조선소 노동자들 대부분이 근골격계 질환자라고 볼 수 있습니다

특히 조선업은 90년대 중반부터 ‘신경영전략’하면서 구조조정을 가장 먼저 시작하여 노동강도를 강화시켜온 업종이고 따라서 근골격계 직업병을 급증하게 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4. 비정규직의 문제

조선업종의 ‘신경영전략’은 단순히 노동강도 강화의 문제만은 아닙니다. 신경영전략 이후로 요즘 조선소 노동조합의 힘이 약해지고, 비정규직 노동자가 정규직 노동자보다 훨씬 많아졌고, 이런 사실이 노동자의 건강문제에도 큰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조선업은 기계화가 어렵고 컨베이어 벨트에 묶여서 일하는 것이 아니라, 여러 노동자들이 팀을 이루어 작업하기 때문에 노동자들의 자율성과 협동에 많이 의존하는 업종입니다. 때문에 노동과정, 작업현장을 누가 통제하느냐가 아주 중요한 산업입니다. 또한 수주물량에 따라 노동자 숫자를 쉽게 늘렸다 줄였다 할 수 있느냐 없느냐가 이윤에 직결되는 산업이구요. 때문에 자본은 노동과정과 작업현장을 완전히 장악하려 하고 있고, 또 노동을 극도로 유연화하려고 합니다. 그게 바로 ‘신경영전략’이고 그로 인해 노동조합의 힘이 약화되고 비정규직이 늘어나서 결국 노동자의 대응력이 약해진 것이 현재 조선소가 이른바 ‘죽음의 공장’이 된 가장 큰 원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현재 조선소에서의 비정규직 비율은 60~70% 정도나 됩니다. 가장 심각한 것은 자본이 비정규직을 씀으로써 작업장의 위험요인이 개선되지 않고, 그대로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로 옮겨가는 구조가 만들어지는 것입니다. 게다가 수년, 수십년 후에나 발병하는 직업병이 많은데 여러 사업장을 떠돌아다니는 비정규직의 경우 자신의 병이 직업병인지조차 알기 힘들죠.

지금까지 조선소 노동자들의 작업환경을 살펴보았는데요, 노동현장의 위험이 사라지지 않고 더 낮은 곳의 노동자에게로 옮겨간다니 참 마음이 무거워집니다. 한국의 조선 수주량 세계 1위가 결국은 노동자들의 목숨을 대가로 치른 것이란 생각이 듭니다. 노동자들이 단결하여 작업장의 위험을 완전히 몰아내길 바라며 다음 호에서 뵙겠습니다.

1일터기사

댓글

댓글은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정보통신 운영규정을 따릅니다.

댓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