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7/10월/다녀와서] 2007년 직업성 재해노동자 권리를 위한 아시아 네트워크에 다녀와서

일터기사

2007년 직업성 재해노동자 권리를 위한
아시아 네트워크 ANROAV(Asian Network for
the Rights of the Occupational Accident
Victims) 에 다녀와서…

산업재해노동자협의회, 한노보연 회원 김재천

재해노동자 권리를 위한 아시안 네트워크는 아시아지역의 산재노동자와 안전보건활동가들이 1년에 한 번씩 모여서 각국의 상황을 공유하고 활동을 연대하여 각 나라에서 안전보건과 산재노동자들의 투쟁을 활발하게 진행하기 위한 모임이다.
2006년에는 태국방콕에서 2박3일 동안 열렸으며, 2007년인 올해는 홍콩에서 8월 29일부터 8월 31일까지 아시아지역 재해노동자들이 함께 모여서 발표하고 활동을 공유하였다.
한국에서는 노동건강연대와 산업재해노동자협의회(이하 산재노협)가 참가했다.

산재노협은 1999년 한국의 간사단체를 제안받은 바 있으나, 언어적인 한계와 조직적인 역량의 한계로 그동안 노동건강연대가 맡아왔다. 산재노협은 2001년과 2006년 태국에서 열린 아시아지역 네트워크에 대표가 참석하고 올해가 3번째 참석이었다. 한국에서 홍콩은 약 3시간 20분여의 거리였는데 비행기로 제주도를 왕복하는 수준의 거리여서 생각보다는 가까웠다.

2007년 아시아 네트워크는 ‘침묵의 대량학살(A Silent Massacre)’이라는 제목으로 아시아 지역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다국적 기업의 노동자 학살에 대한 참상을 고발하였다. 그리고 이에 대한 노동안전보건단체와 산재피해자 단체, 노동조합의 공동 행동을 모색하자는 자리였다.

홍콩에서의 2박3일은 최근 1년 동안의 각국의 활동들을 발표하고, 서로의 투쟁상황과 경험들을 나누고 공유하는 자리였다. 15개국이 넘는 나라의 활동가들이 함께 모여 2박3일이라는 비교적 짧은 시간에 공동으로 토론회를 만들어 나간다는 것은 무척이나 어려운 일이었지만, 역시나 그중에서도 가장 힘들었던 것은 언어적인 장벽이었다.

많은 발표들이 있었지만 몇가지만 이야기하자면,
① 인도의 규폐증(silicosis) 중독 피해노동자들 사례
② 중국의 GP(건전지 제조공장) 노동자들의 카드뮴 중독
③ 홍콩의 산재노동자 재활교육과 마마그룹(사망노동자들의 가족모임) 조직
④ 일본과 인도의 석면피해 노동자 사례, 특히 전세계적으로 선박 해체가 가장 많은 방글라데시의 선박 해체시 석면 중독으로 노후선박, 해체거부 투쟁사례
⑤ 미국의 실리콘밸리의 폐기물에 의한 환경과 첨단전자산업 노동자들에 대한 암발생 증가와 전자산업 건강권 파괴에 맞서 국제연대를 강조한 사례
⑥ 대만 재해노동자조직의 노동조합 안전보건활동에 관한 교육과 학생교육 사례
⑦ 중국의 사회보장제도 취약으로 많은 노동자들이 고통받고 있고, 특히 광산 산업의 진폐증과 사망에 대한 사례

인도의 규폐증(silicosis)환자는 대부분의 광산들이 소규모, 영세한 곳이 많고 가족단위로 일들을 많이 한다고 한다. 심지어는 폐광지역에서 가족들이 직접 들어가 원시적으로 채굴을 하기 때문에 가족과 아이들까지 함께 규폐증에 걸리는 경우들이 많다고 한다.

중국의 GP(건전지 제조공장)노동자들은 주로 여성 노동자들이 많았는데, 카드뮴 중독으로 불임과 생리불순, 머리탈모와 여러 가지 알지 못하는 질병 등으로 직업병으로 인정받지도 못한 채 고통받고 있다고 한다. 특히 중국의 노동자들이 카드뮴 중독이라는 것을 밝혀냈지만 중국정부는 갖가지 수단으로 방해하고 직업병 인정을 해주지 않았다고 한다.

홍콩의 재해노동자조직은 사망노동자 가족들을 조직하고, 아이들의 교육과 병원에 있는 재해노동자들을 병원강당에서 교육하고 상담하고 재활교육까지 한다는 점이 매우 인상적이었다.

아시아지역은 아니었지만 미국 활동가의 미국내 전자산업에 대한 사례 발표는 우리나라 반도체 산업에서 일하고 있는 노동자들의 건강권 실태를 가늠해 볼 수 있다는 점에서 시사한 바가 컸다. 깨끗해 보이기만 하는 실리콘밸리의 전자산업(IBM 등)이나 첨단반도체 산업노동자들이 암에 걸리는 일들이 적지 않게 일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또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 국제적인 연대와 투쟁이 필요하다고 말하였다.

한국에서는 2006년 노동안전보건 주요활동과 투쟁, 그리고 전체 노동자투쟁에 대해 발표했고, 노건연의 ‘산재사망은 기업살인이다’ 라는 주제는 많은 활동가들에게 좋은 반응을 보였다.

마지막으로 아시아지역 노동자들에 대한 다국적 기업의 횡포와 건강권 파괴, 그리고 장시간노동으로 인한 피해 사례가 중간중간 이야기되었고, 그 다국적 기업에 한국의 삼성, 엘지, 포스코, 현대자동차 등이 있었다. 아시아지역 노동자들의 탄압에 앞장서는 한국의 초국적인 다국적 기업들이 남아시아 지역에 상당히 많다는 것을 알았다.

마지막 날은 전체적으로 모여서 이후 방향과 투쟁을 토론했고, 각 나라에서의 활동과 투쟁을 공유하면서 정리했다. 이날 특기할 만한 점은 지역 그룹별로 나뉘어 토론하는 자리를 마련했는 점이다. 남아시아, 인도, 중국, 동아시아 그룹 등으로 나뉘어 주제를 놓고 토론을 했으며, 한국은 홍콩, 일본, 대만 등과 함께 동아시아 그룹에 속하였다. 공동의 의제를 선정하기 위해 각 나라의 활동가들은 활발하게 의견들을 주고받고 토론도 했다.
각 나라 및 단체의 활동 발표가 있은 후 열린 최종 회의에서 한국의 노동건강연대는 동아시아지역(한국, 일본, 대만, 홍콩)의 간사단체로 선정되기도 하였다.

2008년 아시안 네트워크회의는 대만에서 열릴 예정이고, 동아시아지역단체는 그 모임에 앞서 2008년 2-3월경에 ‘산재 노동자의 재활 및 원직장 복귀 전략’을 주요 주제로 워크샵을 가지기로 했다.

언어적인 어려움으로 많은 활동과 경험들을 공유하지 못한 것과, 그 자리에서 논의된 아시아지역 노동자들의 활동 이야기들을 주위 활동가들과 함께 활발하게 공유하고 소통하지 못한 것이 아쉬움으로 남는다. 하지만 이글로서 조금이라도 공유되었으면 하고, 이 다음해에는 더 많은 소통과 아시아지역노동자들과의 활동 연대를 기대해 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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