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7/10월/리포트] 증권노조 코스콤비정규지부 노동조건과 건강실태 설문조사 결과

일터기사

증권노조 코스콤비정규지부 노동조건과 건강실태 설문조사 결과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주가가 연일 2000을 돌파하고 있는 지금, 그 주식시장의 한 가운데에서 코스콤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코스콤의 원청사용자성 인정’과 ‘직접고용 정규직화’를 요구하며 폭력용역깡패와 폭력경찰에 맞서 목숨 건 투쟁을 진행하고 있다. 증권노조와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는 지난 8월, 코스콤 비정규직노동자들의 노동조건과 건강실태에 대해 설문조사를 진행한 바 있다. 정규직과 같은 일을 하면서도 파견이라는 비정규직 신분 때문에 생활임금에도 못미치는 경제적 어려움과 장시간 노동도 감내해야 했던 그들의 노동 및 건강실태를 설문조사 결과를 통해 [일터] 독자들과 함께 나누고자 한다.

이 결과는 코스콤 비정규직노동자 98명의 설문자료를 바탕으로 한 것이다. 응답자 98명 중 여성은 2명, 나머지 96명은 남성이었고, 평균 나이는 32세였다. 50%는 기혼자였으며, 근속기간이 가장 긴 사람은 23년차에 이르렀으나 응답자 평균은 6.5년이었다. 

□ 평균 근속 6.5년에 한해 임금은 1,628만원

코스콤 비정규직노동자들은 한 사람당 평균 1.9명의 가족을 부양하고 있으며, 가구당 매달 생활비 지출은 평균 178만원이었다. 그러나 2006년 한해동안 받은 임금 총액은 평균 1,628만원에 불과하였고, 수당이나 상여금 등을 모두 합해서 가장 많이 받은 달의 급여액도 평균 158만원에 지나지 않았다. 당연한 결과겠지만, 응답자의 87%는 현재 수입으로는 생활하기에 부족하다고 했다. 코스콤 비정규직노동자들은 5년간의 ▮ 증권노조 코스콤비정규지부 노동조건과 건강실태 설문조사 결과 임금 동결로 인해 한 가족의 가장 기본적인 생활비를 충당할 수 없는 절대적인 저임금에 처해 있으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 투잡이나 부업, 맞벌이를 해야만 하는 상황에 내몰려왔다.[img:noname03.jpg,align=right,width=361,height=246,vspace=0,hspace=0,border=1]

따라서 코스콤 비정규직노동자들은 생활비 부족에 따른 어려움이 가장 크다. 남들과 마찬가지로 주택문제, 노후불안, 자녀교육, 건강문제 등이 걱정되지만 그보다도 일단 하루하루 생활할 돈이 없다는 고충이 가장 크다.

□ 장시간 노동, 하면 할수록 손해

연장근무나 야근을 포함하여 코스콤 비정규직노동자들의 실제 근무시간은 하루 평균 10.7시간, 한주 평균 48.5시간이며, 63%의 노동자들이 한달 평균 1~2회의 휴일근무/주말근무를 하고 있었다. 한달에 3~4회씩 휴일 근무를 해야 하는 노동자들도 16.3%나 되었다. 주말에도 시스템 장애 등 응급 업무가 수시로 터지기 때문이다.

장시간 노동을 한다고 해서 따로 수당이 붙는 것은 아니다. 어차피 연장/휴일근무를 해도 시급 4,200원은 똑같기 때문이다. 출퇴근 기름값도 안나와 도리어 손해를 볼 때도 있다. 코스콤 비정규직노동자들이 장시간 노동을 하는 이유는 제조업 노동자들이 낮은 기본급을 충당하기 위해 잔업, 특근의 장시간 노동을 감내하는 것과는 전혀 다른 이유다. 이들은 연장근무나 휴일근무를 하지 않겠다고 하면 언제 짤릴 지 모르는 비정규직이라는 신분 때문에 ‘돈도 안되는’ 장시간 노동을 울며 겨자먹기로 하고 있는 것이다.

□ 78.5%는 근무에 지장을 줄 수 있는 만성 피로상태

만성적인 피로는 근무 중 사고의 위험을 높이고 온갖 신체적, 정신적 질병을 가져오는 원인이 된다.

‘다차원 피로척도(Multidimensional Fatigue Scale: MFS)’의 단축형 설문으로 코스콤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피로도를 조사한 결과 52.7%가 근무에 큰 문제를 줄 만큼 극도의 피로상태로, 25.8%는 근무에 약간 문제를 줄 수 있는 비교적 높은 피로상태로 나타났다. 78.5%가 근무에 지장을 줄 정도의 만성적인 피로를 겪고 있는 것이다.[img:noname02.jpg,align=right,width=326,height=252,vspace=0,hspace=0,border=1]

이러한 피로의 원인은 단연코 ‘노동’이었다. 피로의 가장 큰 원인으로 응답자의 44.1%는 업무에 따른 육체적, 정신적 부담을 꼽았으며, 질병 및 건강상태가 14.0%, 동료나 상사와의 불편한 관계가 12.9%, 가사노동이나 가족관계가 2.1%로 그 뒤를 이었다. 26.9%는 ‘기타’를 선택했지만 그 내용은 ‘1년 이상 조기출근으로 인한 스트레스 / 고용불안 / 저임금과 그 때문에 시작한 새벽 알바나 투잡 / 수면부족 / 비정규직의 설움과 차별대우 / 도급업체 이동으로 인한 정신적 스트레스 / 장시간 노동으로 여가시간 없음’ 등을 피로의 원인으로 지목하여 결국 노동조건 때문에 피로에 시달리고 있음을 강조했다. 

□ 여가? 그럴 시간도, 돈도, 힘도 없다

장시간 노동과 빈번한 휴일 근무 중 그나마 짬이 날 때가 있어도 여가생활을 누리지 못한다. 돈이 없고, 몸이 피로하기 때문이다. 주가가 2,000을 돌파했다며 자산이 몇 배로 불어났다고 좋아하는 이들이 있는가 하면, 그 자본시장의 한가운데서 일하는 코스콤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빈곤과 피로 때문에 최소한의 여가조차 갖지 못하고 있다. 과연 이들에게 한국 자본주의 시장경제와 코스콤은 어떠한 희망과 낙관을 줄 수 있을까?[img:noname01.jpg,align=right,width=342,height=235,vspace=0,hspace=0,border=1]

□ 평균 나이 32세, 건강에 적신호가 켜지다

스스로 자신의 건강을 어떻게 인식하고 있는가는 매우 주관적인 것 같지만 보건학적으로 중요한 지표다. 전국의 다양한 계층에서 표본을 뽑아 조사하는 국민건강영양조사에 따르면, 한국의 성인 13,104명 중 58.0%는 자신의 건강이 좋다고 생각하는데, 코스콤 비정규직노동자들 중에서는 자기 건강이 좋다고 느끼는 비율이 19.4%에 불과하였다. 또한 국민건강영양조사에서 자기 건강이 나쁘다고 느끼는 비율은 한국의 성인들 중 7.5%였지만, 코스콤 비정규직노동자들 중에서는 그 2배를 넘는 19.4%로 나타났다. 평균 나이 32세의 젊은 노동자들이라고 보기 어려운 결과다.

이는 단지 주관적인 느낌의 문제가 아니었다. 국민건강영양조사와 동일한 방법으로 39개 만성질환을 갖고 있는지를 조사한 결과 코스콤 비정규직노동자들은 디스크(추간판탈출), 위십이지장궤양, 만성간염, 고혈압, 고지혈증, 치질, 결핵, 만성부비동염(축농증), 치주질환, 아토피성 피부염이나 피부 알레르기 등의 질환에 대해서 일반 성인 인구 집단에 비해 높은 유병률을 보였다.

근골격계 질환의 경우도 미국 국립산업안전보건연구원의 유소견자 기준(증상이 적어도 1주일 이상 지속되거나 혹은 지난 1년간 1달에 1번 이상 증상이 발생하는 경우)에 해당하는 사람이 98명 중 3분의 1에 달하며(31명), 이 중 18명은 중등도 이상의 증상을 보여 질환이 있을 것으로 추정되므로 즉시 의사의 진찰을 받아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img:2007-10-31 PM 10-49-34.jpg,align=bottom,width=583,height=567,vspace=0,hspace=0,border=1]

□ 스트레스, 안전지대가 없다

일반인의 정신건강 수준의 측정을 위해 개발된 PWI(Psychosocial Well-being Index)의 단축형 설문을 이용하여 사회심리적 스트레스를 조사한 결과, 응답자 중 39.6%가 고위험군으로 나타났다. 나머지 60.4%는 잠재적 위험군으로, 건강군에 해당하는 응답자는 단 한명도 없었다.

2000년에 성인 1,887명을 조사했을 때 건강군과 고위험군이 각각 19.4% 정도로 나타났던 결과와 비교해보면 코스콤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사회심리적 스트레스가 얼마나 위험한 수준인지를 알 수 있다.

등급 빈도(명) 백분율(%) 기준 참고치(한국인 1,887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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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건강군 0 0 8점 이하 19.4%
2.잠재군 55 60.44 9~26점 61.3%
3.고위험 36 39.56 27점 이상 19.3%

□ 일하면서 제일 힘든 점은…

설문 조사의 마지막은 그동안 일하면서 제일 힘이 들었던 점이 무엇인지 적는 것이었다. 지난 20년간 코스콤 정규직노동자와 같은 사무실에서 같은 옷을 입고, 같은 일을 하며 지내왔던 그들, 코스콤 비정규직노동자들이 토해낸 말들을 정리해 보았다.

“비정규직의 설움과 희망 없는 미래”
올 초 그만두라는 심리적 압박을 당했을 때, 몸까지 아프더만..ㅜㅜ
정규직과 같은 일 할 때 정규직에겐“수고”, 나에겐“지적”할 때
근무조건이 나아질 가능성이 없다는 것
자기발전의 기회 상실

“저임금과 궁핍한 생활”
적은 수입으로 생계비 걱정할 때
주차비가 아까워 다른 곳에 주차하고 많은 짐(업무적 물건)을 옮길 때

“고되고 쉴 틈 없는 노동”
급격하게 불어난 업무량 / 조기출근하고 늦게 마칠 때
천장을 타거나 책상 밑을 기어다닐 때 / 장거리 외근
회사일 때문에 학업을 접었을 때
집안일 있는데 회사에서 나오라고 할 때
시간에 쫓겨 일할 때

“불합리한 업무내용”
여러 사람이 지시하는 것
갑자기 내려오는 업무지시 / 자기 일을 나한테 시킬 때
의사결정 기회 없음 / 불필요한 대기시간
* 서비스하러 출장간 남의 사무실에서 회선 개통 테스트가 끝날 때까지 대기해야 하고, 회선 개통은 대개 퇴근 시간 이후에 하기 때문에 저녁 때 몇시간씩 남의 사무실에서 멍하니 있어야 한다. 잘 되지 않으면 다음날까지 이어지기도 하며, 그럴 때는 밤 11시쯤까지 해보다가 정리하고 다음날 아침 일찍 다시 가야한다.

“미숙련 노동자의 고충”
용어가 어려워 적응이 힘들다
혼자서 업무처리 하기 버겁다
* 일이 잘못되어 증권사에서 손해배상을 청구하면 업무처리자가 시말서를 쓰는 등 개인이 책임을 뒤집어쓴다. 신규자들에게는 큰 스트레스가 된다.

“인간관계의 힘겨움”
고객, 상사, 동료, 정규직 등과의 관계에서 화나고 짜증나는 것을 참아야 할 때
수치심, 억울함
못하면 우리 탓, 잘하면 회사 탓
장시간 노동 때문에 가족이나 주변사람들과의 관계에 소홀하게 될 때

□ 코스콤 비정규직 투쟁의 진정한 승리를 기원하며

코스콤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자신의 노동강도를 강화시키는 첫째 원인으로 ‘파견업체를 이용한 비정규직 신분’을, 그 다음으로는 장시간 노동, 1인 업무 다중화, 인원부족 등을 꼽았다. 이것이야 말로 코스콤 자본이 비정규직을 쓰는 이유가 아닐 수 없다. 즉 더 싼 값으로, 더 오래, 더 많은 일을 시키고 아무 때나 폐기처분하는 현실이 바로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노동강도를 강화시키고, 몸과 마음을 병들게 하는 원인이라는 것이다.

코스콤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투쟁은 코스콤을 살만한 일터로 바꾸어내고, 노동자가 진정한 일터의 주인이 되는 진정한 승리를 위해 내딛는 전체 노동자의 소중한 한걸음이다. 코스콤 비정규직 노동자의 진정한 승리를 위해, 모든 노동자의 진정한 승리를 위해, 연대와 단결로 함께 나아가자.

코스콤 원청사용자성 인정,
직접고용 정규직화 쟁취 투쟁 승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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