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7/11월/이러쿵저러쿵] 진정 풀무원은 인간과 자연을 함께 사랑하는 기업인가?

일터기사

진정 풀무원은 인간과 자연을 함께 사랑하는 기업인가?

전국화학섬유노동조합 풀무원춘천지역지회장 박 엄 선

풀무원은 원경선 목사께서 부천에 유기농 농장을 경영하면서 ‘풀목원’이란 이름으로 태동하게 되었다. 당시는 1970대 후반으로 식량의 증대를 부르짖을 때여서 소량만을 생산하는 ‘유기농’은 그 시대를 역행하는 일이었다.
이 농장에서 생산된 야채는 강남에 있는 ‘내츄럴하우스’ 라고 하는 슈퍼마켓에서 팔리게 되었고, 이 슈퍼마켓은 원경선 목사의 아들인 원00씨가 경영하였다. 그 후 1980년 초반 지금의 풀무원 남승우 사장이 경영을 인수받게 되면서 본격적인 ‘기업’활동을 시작하게 되었다. 포천의 조그마한 우사에서부터 시작된 사업은 양주공장으로, 다시 춘천공장으로, 이어 의령공장, 털보네식품을 인수한 음성공장, 도안공장 등 수십개의 외주하청업체를 거느릴 정도로 급성장 하였다. 이렇게 급성장한 데에는 아마도 ‘양’적인 식량 공급이 우선시 되어왔던 시대에서 ‘웰빙’을 부르짖는 시대로 식생활이 변화된 측면과 함께, 노동자들이 헌신적으로 일한 댓가의 결과라고 누구도 부인하지 못할 것이다.

하지만 풀무원이 TV 광고를 통해 깔끔하게 선전해내고 있는 ‘생명을 하늘처럼’ 이라고 하는 인간존엄, 자연사랑으로 잘 포장된 이미지 때문에 대부분의 소비자들은 풀무원을 좋은 기업으로 기억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뉴스를 통해서 폭로된 유기농녹즙에 농약검출사건, 국산 콩에서 유전자변형성분 검출사건, 샘물에 방사능검출사건, 양주 폐기품 처리장의 폐수침출수 방류사건 등등을 보면, 과연 풀무원이 인간존엄, 자연사랑을 일말이라도 실천하고 있는 기업인가 다시 돌아보게 한다. 소비자에게 그리 잘 알려져 있지 않은 ‘인간존엄’의 내부사정을 한번 살펴보자.

춘천공장과 의령공장은 2004년, 163일이라는 장기파업이 있을 정도로 회사는 노조의 요구에 성실하지 못하였고, 2003년엔 근골격계환자들이 10여명이나 집단으로 발병하였고 지금도 속출하고 있는 것으로 볼 때, 지난 십 수년간 노동자들이 얼마나 높은 노동강도에 시달려 왔는지, 그리고 저임금에 시달리면서도 얼마나 군소리 없이 일해왔는가를 생각해봐야 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근골격계질환과 관련한 노・사 합의사항은 여전히 전혀 지켜지지 않고 있다.

더욱이 2004년 12월 파업종료 이후, 회사는 단체협약을 위반하면서까지 노조의 수석부위원장과 부위원장을 해고시켰고, 2007년에는 전년도 9월에 퇴임한 전 노조위원장을 해고하였다. 뿐만 아니라 사외에서 비조합원에게 폭력을 당해 치아가3개나 부러진 노조 전 조직부장은 되레 해고당하였고, 폭력을 가한 비조합원은 승진을 하는 웃지 못할 일들이 일어나는 것을 볼 때, 풀무원이 진정으로 ‘인간 생명을 하늘처럼’ 여기고 자연을 사랑하는 기업인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 풀무원의 이러한 겉과 속이 다른 행동은 소비자들을 철저하게 우롱하고 있는 것이다.

요즘 들어 풀무원은 ISO인증에 이어 HACCP(식품위해요소 중점관리 기준)을 인증받기 위해 온갖 힘을 다 쓰고 있다고 한다. 그렇지만 그것보다 더 우선시 되어야 할 것은 소비자들에게 약속한 ‘인간사랑’ 이란 약속의 신뢰를 지켜나가는 것이다.
10개월여를 요양하고 복귀한 산재 환자들에게 원직 복직이 아닌 30℃가 넘는 폭염의 뙤약볕에서 잔디밭 김매기, 돌줍기 하는 횡포는 부리지 말아야 할 것이고, 회식자리에서 여성 비조합원에게 공장장이 먹던 깍두기를 돌아가면서 술안주로 먹이는 파렴치하고 비상식적인 행위는 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풀무원은 더 이상 춘천공장을 노동탄압의 실험장으로 만들지 말고, 노동자들이 희망을 가지고 열심히 일할 수 있는 일터로 만들어야 할 것이다. 풀무원은 감시카메라를 설치하여 휴게실과 노조사무실, 화장실 가는 것조차 감시하는 행위는 즉각 중단하여야 할 것이다. 또한 어렵게 맺은 단체협약을 유명무실한 휴지조각으로 만들면서 노동자를 해고하고, 조합원의 반수 이상을 끈질기게 회유・협박하면서 노동조합을 탈퇴시킨 것은 지금까지 풀무원이 내세우고 있는 이미지와는 전혀 다른 ‘폭력적’인 모습이다.

이제라도 풀무원은 이중적 행동을 과감히 던져버리고 진솔하고 겸허한 모습으로 소비자들에게 다가서야 할 것이다. 그 일환으로 인간적으로 노동자들과 융합할 수 있는 원숙한 관리자들을 배치해야 할 것이고, 인간의 신체적 자유를 유린하는 감시카메라를 즉각 철거하고, 노・사간에 약속한 부분은 지켜나갈 줄 아는 기본은 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할 것이다.
더 이상은 해고자가 발생하지 않도록, 그리고 지금까지 해고된 노조간부들과의 대법원까지 가는 지루한 법정공방을 이제라도 그만두고 원칙을 지켜나가는 성숙한 모습을 보여야 할 것이다. 아마도 그것이 HACCP보다 소비자를 더 존경하는 진솔한 모습일 것이다.

지금의 풀무원 춘천공장은 해고자 문제 외 조합이 특별하게 쟁점으로 요구하는 사항은 거의 없다. 2007년도에는 임금교섭과 주5일제 관련 교섭을 24차례나 했다. 그중에 교섭원칙을 세우느라 10여차례 이상 교섭했다. 주5일제 관련해서 사측은 ‘법대로’를 주장하면서 탄력적 근로제, 선택적 휴가보상제를 도입하려는 의도를 가지고 있다. 노동조합은 열악한 임금구조 속에서 탄력적 근로제나 선택적 휴가보상제도가 마구잡이로 도입된다면 그나마 어렵사리 유지되고 있는 생존권마저 박탈당한다는 절박한 심정으로 노동조합과 합의를 요구하고 있으나, 풀무원은 막가파식으로 회사의 안만을 고집하고 있다.

그런데 이보다 더 흉악스러운 것은 풀무원의 이중성이다. 노동조합은 20여 차례가 넘도록 교섭에 진전을 보이지 못하자, 강원지노위에 조정신청을 냈다. 10월24일 1차조정이 있었고, 그 자리에서 풀무원은 “탄력적 근로제나 선택적 휴가보상제도는 노・사가 합의해서 하겠다” 라고 지노위위원장과 노,사공익위원이 있는 자리에서 호언장담했다.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노동조합이 그 내용을 정리해서 최종 조정일인 10월29일 지노위에 제시했더니 그렇게 이야기 한 적이 없다고 회사가 발뺌을 한다. 지노위 위원장을 비롯한 노・사위원들 마저도 어이없다는 입장이었고 이로써 풀무원의 이중성이 또한번 만천하에 드러나게 된 것이다. 이는 노동조합이 힘이 없을 때는 막 밀어붙여 노동조합과 노동자의 권리를 한순간에 박살내겠다는 흉악한 의도가 아니면 무엇이겠는가? 이제 사측은 풀무원의 노・사관계가 악화일로로 갈 수 밖에 없도록 조장하고 있다.

2004년 파업종료 이후엔 노・사관계에 대립할 문제도 없없다.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국민들이 보기엔 노・사간의 분쟁이 아직도 끝나지 않은 것으로 인식되고 있다. 이는 조합원을 회유․협박, 노조 탈퇴를 종용하여 조합원수를 줄여나가면서 결국 노동조합을 와해시키고, 노・사가 소중하게 맺은 단체협약을 어기면서 노동조합의 전 집행부를 하나하나 해고하는 등 벌집 쑤시듯 자꾸 문제를 회사가 만들어 가고 있기 때문이다.

풀무원은 세계를 향해 뻗어 나가는 기업을 만들겠다고 한다. 그러나 노동탄압을 해서 억압적인 방법으로 회사를 경영하겠다고 하는 구시대적 발상을 가지고 있는 한, 풀무원의 야심찬 계획은 결코 성공하지 못할 것이다.
풀무원은 노・사교섭 때마다 ‘말’로만 내세우고 있는 상생이 아니라 ‘실천’으로 보여줄 수 있는 진솔한 노・사관계가 중요할 것이고, 이에 발맞춰 위에서 언급된 노・사간 문제점들을 모두 털고 가야 할 것이다. 이러한 문제들이 제대로 풀리지 않고 지루하게 간다면 노동자들은 소박하지만 절박한 생존권을 지키기 위해 몸부림을 칠 수 밖에 없을 것이고, 또다시 운명적으로 투쟁에 나설 수밖에 없는 지경이 될 것이다.
그렇게 되면 다시 죽기를 각오하고 투쟁할 수밖에, 달리 할 수 있는 것은 없다.

1일터기사

댓글

댓글은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정보통신 운영규정을 따릅니다.

댓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