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7/11월/특집] 유성기업 근골격계 유해요인조사 되돌아보기, 그리고 거듭나기

일터기사

유성기업 근골격계 유해요인조사
되돌아보기, 그리고 거듭나기

금속노조 충남지부 유성기업지회 노안부장 왕 재 춘

2004 유해요인조사와 2007 유해요인조사의 차이

유성기업은 부천공장에서 2000년도에 지금의 충남아산으로 이전을 했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도시에서는 유지할 수 없는 작업환경을 갖고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유성은 도금, 주물, 가공, 연마, 열처리 등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주야 맞교대의 작업형태다.
열악한 작업 환경은 노동강도 강화로 이어지고 강화된 노동강도와 장시간 노동은 근골격계 환자를 양산하게 된다.
2003년도 근골집단요양투쟁과 2004년도 유해요인조사가 그동안 일해 온 우리의 현장에 얼마만큼의 위험요소가 있는지를 파악하고 조합원에게 그 위험성과 현장곳곳의 위험성을 폭로하고 인식하는 것이 목표였다면, 이번 2007년도 유해요인조사에서는 작업 환경의 개선과 체계적인 활동을 정착시키는 것에 목표를 두고 진행을 하였다.

유해요인조사와 일상적인 활동을 위해 실행위원을 노사 공동으로 구성하였고 2007년 유해요인조사는 외부기관에 의뢰하기로 해서 진행을 하였다. 조사 기관은 원진연구소로 결정하였으며 원진의 동지들과 함께 논의를 거쳐 조사 작업에 들어갔다. 노동조합의 요구는 실행위원들이 현장의 개선 사업과 지속적인 현장 활동을 할 수 있는 역량을 만들어 가는 것이었다. 이런 목표 하에 1월부터 예비조사를 실시하였다.

유해요인조사의 구체적인 일정은 56page 별첨 자료와 같다.(인터넷상에서는 생략됨)

현장의 유해요인을 조사하고 결과를 가지고 개선안토론을 진행하는 속에서 실행위원들은 여러가지 의견을 작성하였고 작업자의 의견이 전부 반영되도록 조사에 함께 하였다. 현실적으로 어려운 문제는 개선을 할 수 있는 것과 지금 당장 할 수 없는 것에 대한 문제였다. 실행위원들이 아무리 안을 만들어도 할 수 없는 것에 대해서는 지속적인 과제로 남겨두고 노동강도를 줄이는 방법으로 안을 제출하였다.

2007 유해요인조사에서 실행위원들의 역할

이번 유해요인조사 과정에서 실행위원의 역할을 인간공학적 조사의 수행으로 보고 세부적으로 조사 자체를 실행하는 것에 대해서는 회의적이었다. 따라서 실행위원들의 활동은 조사가 정확히 현장의 상황을 드러낼 수 있도록 원진연구소와 함께 하는 것, 그리고 조합원들과의 현장개선안 토론에 중점을 두고 진행하는 것으로 그 역할을 규정하였다.
실행위원들의 이후 활동방식도 결국은 사측을 압박하고 개선안이 제대로 진행되고 있는지 확인하고, 현장 노동자들이 추가적으로 제기하는 개선안이 반영될 수 있도록 투쟁을 조직하는 활동으로 나가야 할 것이다. 자동화에 따른 고용의 문제나 라인 재배치와 관련된 사항도 반드시 실행위의 검토를 거쳐 진행될 수 있는 체계로 정리하고, 실행위원들의 활동을 어떻게 만들 것인가에 대해서는 현장 활동을 통해 활동의 범위와 내용을 끊임없이 변화시켜야 한다.
즉, 일회적인 현장개선 토론에 그치고 마는 것이 아니라, 이후에도 지속적인 현장순회를 통하여 현장의 문제를 수시로 조합원들과 소통하고 변화시켜낼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조합원들과의 소통의 내용도 단지 기계설비, 설치 등의 작업환경개선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닌, 노동시간을 포함한 노동강도의 문제도 함께 얘기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2007 유해요인조사 되돌아 보기, 그리고 거듭나기

유해요인조사는 근본적으로 노동강도, 노동시간 단축으로 이어지기 위한 목적을 가지고 있다. 이번 조사는 노동강도나 시간 단축보다는 작업환경의 개선에 역점을 두고 진행되었고 이로 인해 몇 가지 문제가 도출되었다.

첫째, 작업환경의 개선으로는 노동강도를 줄일 수 없다. 작업을 편안하게 하는데 일정정도 도움이 되지만 지속적인 관리가 없으면 작업의 개선은 자칫하면 생산성 증대로 이어지는 것에 이용당할 우려가 많다.
둘째, 아무리 자동화 시스템으로 진행된다 하여도 장시간 노동에서는 근골환자를 줄이는데 명확한 한계가 있다.

이러한 한계 때문에 작업환경 개선은 사측에서 그동안 끊임없이 추진해오던 현장의 자동화 개선 사업과 맞물리면서 사측에서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구조로 변질될 수 있다. 단순한 작업환경의 개선은 곧 품질과 생산성 향상으로 변질되고 자동화는 노동강도, 특히 정신적 스트레스로 이어질 수 있다.

현장의 작업조건이 다음 조사 때 지금보다 많이 변화 되지 않는 이상 유해요인조사는 횟수가 거듭할수록 형식적으로 흘러갈 가능성이 많다. 일회성의 현장개선으로는 노동자들의 건강권을 지킬 수 없다. 실행위원들의 활성화를 통해 정기적으로 현장의 노동자들과 대화하는 속에서 개선의 목적이 노동자들의 삶의 질과 연결될 수 있도록 선전선동을 하여야 한다.

노동강도와 노동시간에 대한 개입은 어떠한 제도를 통해 해결이 되지 않는다. 노동강도의 완화와 노동시간의 단축은 노동자들의 단호한 결단이 있을 때만이 실행 가능하기 때문이다. 생존권에 매달려 1년에 2,600시간 이상을 노동하는 노동자들에게 희망을 주기 위해서는 현장에서 상시적으로 우리의 작업환경과 우리의 처지에 대하여 논쟁을 벌여나가야 하는 것이 아닌가?
우리는 그래도 사측을 압박하고 작업을 거부할 수 있지만, 그럴 수 없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작업장은 누가 개입할 수 있을 것인지는 여전히 고민으로 남는다.

끝으로 아무것도 모르는 실행위원들을 교육하며 현장에서 함께 했던 한노보연 동지들께 감사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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