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7/11월/현장의 목소리] 서울도시철도 기관사들의 정신건강권을 보장하라

일터기사

서울도시철도 기관사들의
정신건강권을 보장하라

취재: 장 영 우

최근 철도 기관사의 정신건강과 노동조건이 세상의 이목을 끌게 한, 두건의 일련의 ‘사건’이 있었다.

하나는 지난 10월말 발표된 서울도시철도 승무노동자(기관사) 정신질환 임시건강진단 결과이다. 도시철도 기관사들이 같은 연령대에 비해 우울증 2배, 외상후스트레스장애 4배, 그리고 공황장애가 무려 7배나 더 많다는 놀라운 결과다. 게다가 이번 조사에서는 지하철 사상(死傷)사고 뿐 아니라 승객과의 갈등, 비상벨 정지, 아차사고 등 일상적인 스트레스로도 정신질환의 위험이 커진다는 사실도 밝혀졌다. 한마디로 기관사가 매일 접하는 일상 자체가 정신건강을 위협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후 얼마 안 지난 11월 4일엔 부산역에서 두 대의 KTX 열차가 정면충돌하는 아찔한 사고가 있었다. 대형사고로 이어질뻔 했던 그 사고의 이면에는 “1인 승무와 휴식없는 심야노동”이 자리하고 있었다.

이와 관련하여 서울도시철도노동조합 승무본부는 승무노동자 건강권 쟁취를 위해 11월 1일부터 군자역에서 농성투쟁 중에 있었고, 그곳에서 이병근 승무본부장을 만났다.

▍현재 농성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지난 10월 26일과 27일, 공사측이 비밀리에 무인운전시험을 시행했습니다. 무인운전시험에서 출입문이 닫히는 것이 제대로 확인도 되지 않은 상태에서 출입문 개폐를 반복하다 보니 승객이 부상을 입기도 하였고, 무인모드가 제대로 작동되지 않아 지연 운행이 발생하기도 하였습니다. 정상적인 열차운행이 되질 않아 무인운전이 불가능함이 재확인된 것이죠. 한마디로 승객의 안전과 생명을 담보로 무모한 실험을 강행한 것이죠. 외국의 예에서도 실제 무인운전을 시행하는 곳은 간이역이나 모노레일의 일부구간일 뿐, 많은 승객이 이용하는 열차구간에서 무인승무를 시행하는 나라는 없습니다.
그래서인지 공사측에서는 현재까지도 무인운전시험결과에 대해서 자료를 제시하지 않고 있습니다. 그래서 저희는 무인운전시험결과를 시민들에게 공개하고 무인운전시험을 강행한 실무책임자를 처벌할 것을 요구하는 농성투쟁과 선전전을 진행하고 있는 것입니다.
일선 조합원들도 무인운전실험에 대해 분개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그렇다면 회사는 왜 그렇게 무모한 무인운전을 강행하려 하나요?

도시철도는 올해 8월경 ‘5678 창의조직 프로그램 만들기’라는 걸 제시했습니다. 그 핵심내용이 무인운전, 무인매표, 무숙박 근무입니다. 이번 무인실험은 ‘5678 창의조직 프로그램 만들기’의 일환으로 실시되었습니다. 무인 시스템을 통해 회사는 인력의 1/3을 감축하려 구조조정을 시도하는 것 같습니다.
현재 도시철도의 운영은 적자가 맞습니다. 그러나 건설적자가 대부분입니다. 10년 전 도시철도 공사를 하려면 1km 건설하는데 약 500억 가량 소요되었습니다. 현재는 물론 더 많은 비용이 소요될 것입니다. 그런데 정부에서는 건설부채로 인한 만성적자를 인력을 줄여 해결하려고 합니다. 인력 구조조정을 통해서 적자폭을 감소시키고 장기적으로는 민영화를 진행할 것입니다.
하지만 도시철도공사는 이윤을 남기는 기관이 아니라, 시민들의 안전하고 편안한 운행을 위해 존재해야 합니다. 국민들이 낸 세금이 다시 국민들에게 쓰일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입니다. 

▍지난 10월말 발표된 기관사 정신질환 임시건강진단 결과를 보면 가히 충격적이라 할 수 있는데, 일선에서 기관사들이 겪는 정신적 스트레스 수준이 상당한가 봅니다.

승무원이 다른 인구집단에 비해 공황장애는 7배, 외상후스트레스장애는 4배, 우울증은 2배가 높다는 슬프지만, 한편으론 세상에 알려져서 그나마 다행스러운 연구결과가 있었습니다. 우리는 이를 사측에 제시하였지만, 사측은 이 결과를 무시하려 합니다.
기관사들은 지하에서의 운전, 출입문 개폐, 열차지연, 사상사고 등 여러 가지 스트레스 상황이 있기에 최대각성 상태에서 운행에 임하게 됩니다. 그리고 사고가 났을 때 뒷수습은 기관사 본인이 직접 해야 하며, 휴식도 없이 바로 열차 운행에 투입되는 현실과, 무엇보다 가장 큰 마음의 상처는 관리자들이 마치 기관사들이 잘못해서 사고를 낸 듯한 태도로 우리를 대한다는 것입니다.
연구결과, 정신질환으로 치료를 요한다는 유소견자도 21명이나 되었습니다. 사상사고 후 전직했거나 퇴사했던 승무노동자를 포함하면 더 많은 노동자들의 정신질환으로 인한 고통이 있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이들이 근로복지공단에 산재신청을 해도 승인받기 어려운 형편이거니와, 설사 산재요양을 하더라도 다시 업무복귀가 어려워 산재신청은 엄두도 내지 못하는 상황입니다.

▍요양치료 후 업무복귀가 어렵다고 하셨는데, 무엇때문인지요?
▍현재 공사측의 업무복귀프로그램에 반대하는 이유는 무엇입니까?

현재 공사측이 시행하려는 요양복귀프로그램은 산재요양 후 복귀여부를 의사가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공사측이 결정하는 것으로 되어 있습니다. 본인의사와는 무관하게 복귀 적격/부적격 여부를 공사측이 판단한다는 것입니다. 그리하여 산재 후 복귀한 기관사들을 업무복귀프로그램에 참여시킨 뒤 ‘업무부적격’으로 판단하여 퇴출시키겠다는 계획인 것입니다.
이는 명백히 사측이 기관사들의 건강권에 대한 해결의지가 박약한 것으로 밖에 볼 수 없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사측에게 ‘2인승무’를 비롯한 기관사 근무조건개선 노사협의회를 개최할 것과 현재 주먹구구식으로 시행되고 있는 업무복귀프로그램을 폐기하고 새로운 업무복귀프로그램을 재합의할 것을 주장하고 있는 것입니다.

취재 후기

그동안 일상적으로 타고 다닌 지하철의 한켠에는 승무 노동자들의 노심초사가 있었음을 알 수 있었다. 현재 기관사들의 1인승무도 힘든 상황인데, 만약 무인승무를 강행하게 된다면 앞으로 시민들은 지하철을 마음놓고 탈 수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공사측이 이윤만 앞세운 채 시민들의 안전과 노동자들의 건강권은 뒷전에서 둔다면 이는 시대착오적인 발상일 것이다.

끝으로 시민의 한사람으로 도시철도노조 승무본부의 농성투쟁을 지지하며, 기관사들의 정신건강권이 확보되는 지극히 당연한 세상을 위하여 연대의 마음을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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