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7/12월/이러쿵저러쿵] 동네 이야기

일터기사

동네 이야기

한노보연, 산재노협 회원 김재천

내가 사는곳은 동작구와 관악구 경계인 봉천고개에 집이 있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동작구 상도5동이다 30미터만 위쪽으로 올라가면 바로 관악구 봉천동이다. 밑으로는 숭실대학교, 옆으로는 동작동 국립묘지공원이 있다.
청약저축을 4년 넘게 불입하고 신청해서 간신히 들어간, 분양이 되지 않은 10년간의 공공임대 아파트다. 아파트 소유주는 SH공사(예전 서울도시개발공사)가 주인이다.

이곳은 아파트가 많이 있는 밀집촌이다. 그래서인지 몰라도 여러 가지 주거에 대한 잡음들이 조금씩 있다. 옆 아파트는 대단지인데, 가로지르는 2차선 자동차 전용도로를 지역주민의 땅이라고 하여 차단기를 설치하고 통행료를 부과한다고 해서 자동차운전자들과 시비가 붙는가 하면, 우리쪽에는 후문을 저녁 11시에 잠궈 버려 늦게 들어오는 사람들에게나 이웃들에게 지름길 되는 거리를 멀리 돌아가게 하거나 담을 넘게 하는 일들이 많아 주민들의 원성이 자자 했다.. 나도 늦게 들어와서 담을 넘어야 하는 사태(?)가 종종 발생하기도 했다.
이 두가지 사건들은 주민들의 저항에 부딪혀서 잠시 중단이 되었지만, 이런 아파트 이기주의가 조금씩은 있는 것 같다.

사는 곳은 11층이지만 실제로 봉천고개 중심부에 아파트가 있어서 평지에 있는 건물의 30층 높이와 같다. 아침에 집에 나오면 경비아저씨와 제일 먼저 마주친다. 나이는 70여살 정도 되어 보이는 어르신이 빨간 모자를 쓰고 거수경례를 하면서 꼭 한마디 하신다. 즐거운 하루 되
십시오~~ 라고. 나에게는 거수경례가 부담스럽지만 딱히 아침에 출근시간에 무어라고 이야기하기가 어색하다. 그냥 인사만 드리고 지나친다. 그리고 정문에서 한분을 더 마주치고서야 지하철역으로 갈 수 있다. 다른 동네는 입주자에게 온 물건을 잘 받지 않는데, 우리동네 아저씨는 택배와 등기를 종종 챙겨서 주시곤 한다. 그리고 오랜된 사람들의 호수와 얼굴들을 기억하신다.

이곳은 내가 보기에는 빈부의 격차가 약간은 있는 듯하다. 총 5동의 아파트에 700가구 가까이 살지만, 1동은 공공임대 소형아파트이고, 4개동은 민간에게 임대한 대형 아파트여서 내가 살고 있는 아주 작은 평수의 아파트에 비하면 건너편 동은 3배나 커서 소득의 격차가 좀 있어보인다. 그래서인지 공동주거환경 개선사업에서 약간은 보이지 않게 소외받는 사업들이 눈에 보인다.

지금까지 단독주택이나 연립에서만 살다가 아파트에 살면서 편한 것도 있지만 불편한 점도 적지 않게 있다. 층간 소음문제나 공동의 공간에서 동물들의 소란은 종종 출입구에 대자보로 즉각 즉각 전달된다. 반면 부녀회에서 매주 화요일에 하루종일 직거래 장터를 연다든가, 1~2달에 한번씩 주민들과 함께 저렴한 비용으로 지방 기행을 신청 받아서 가는 것은 아주 좋아 보였다.
또 한가지는 보일러가 공동으로 난방하는 중앙난방식이어서 자체적으로는 온도조절이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그리고 혼자 살던, 여러명이 살던, 가구당 난방요금은 평등하다는 것이다. 나에게는 약간의 손해인 듯 하지만, 가족들이 같이 사는 곳은 괜찮을 것 같다.

1년 6개월 동안 살다보니 이제는 많은 주민들의 얼굴들을 기억한다. 물론 여러 모임이나 행사에 참석은 전무하지만, 출퇴근 시간에 매일매일 엘리베이터 안에서 마주치는 사람들은 ‘아, 이 사람은 몇 층 사람이다’ 각인이 되곤 한다. 특히 바로 윗 층에 사시는 통장 아주머니는 동사무소 조사, 알림, 환경개선 등의 건으로 한달에 한, 두 번 들러본다 하신다. 자주 만나지는 못하지만.

‘아파트’라는 공간은 내가 보기엔 아주 작은 지역의 공동체인 것 같다. 매일 보던 사람들과 함께 하고 공간들을 공유해서 쓰면서 함께 살기 때문이다. 물론 많은 사람들이 함께 살아서 제한사항이 있지만, 그래도 우리 서민들의 주거 공간으로는 아주 크지 않아도 괜찮은 것 같다.

정문의 아저씨에게 막걸리라도 한잔 따뜻하게 대접 할 수 있는 기회를 곧 만들어 봐야겠다. 아저씨의 즐거운 하루가 무엇인지 들어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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