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7/3월/이러쿵저러쿵] 병은 약만 먹는다고 다 나을까 ?

일터기사

병은 약만 먹는다고 다 나을까 ?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회원 조성식

의과대학에서 본과 3-4학년 시절 병원실습 돌면서는 교과서 보다 내용이 업그레이드 된 저널의 최신지견을 발표하는 시간이 있었다. 이 때 최신지견을 발표하고 습득하는 교수님들이나 전공의들이 모습이 멋있게 느껴졌었다. 그리고 최신의 의학적인 내용들을 적용하여 환자들을 치료한다면 환자들에게 큰 도움을 줄 수 있고 환자들에게도 최선의 치료를 제공하는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데 길지는 않지만 몇 년 동안의 의사 생활을 하면서 몇 가지 사실을 경험한 적이 있었다. 그 하나가 최신 의약품이 의외로 알려지지 합병증이 발생하는 경우도 있었고 심한 경우에는 심한 합병증으로 인하여 약품 시장에서 퇴출당하는 약들도 보았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대부분의 질환이 만성질환이다보니 그 질병의 원인들도 복합적이고 따라서 그 해결 역시 매우 복잡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또 만성 질환의 경우 약을 먹는다고 해서 질병이 쉽게 해결되지 않고 지속적으로 관리해야 하는 어려움이 존재한다는 사실도 느끼게 되었다.
예를 하나 들자면 어느 환자가 골초일 정도로 담배를 많이 피고, 비만하고 짠 음식을 즐겨 먹으며, 운동을 전혀 하지 못하고, 스트레스를 많이 받으며, 24시간 맞교대로 근무를 하는 사람이 고혈압과 고지혈증을 가지고 있다고 했을 때, 이 환자에게 초국적 기업인 ‘화이자’와 ‘바이엘’의 ‘노바스크’(우리나라에서 제일 잘 팔리는 고가의 고혈압약), ‘리피토’(세계 판매1위의 고지혈증약), ‘아스피린’(중풍과 심장 발작의 가능성을 줄이는 약)을 처방하고 간단히 ‘담배 끊고 운동도 좀 하시고 살도 좀 빼세요’ 한 마디 곁들이는 것이 과연 최선의 치료일까? 라는 의문이 든다.
앞에서 말한 ‘노바스크’, ‘리피토’, ‘아스피린’은 의학적으로 비교적 검증된 약으로써 환자들에게 도움을 줄 것이라는 판단이 든다. 하지만 이 환자가 처한 여러 교대근무와 사회적 환경에서 오는 스트레스, 그리고 비만과 흡연의 문제는 쉽게 간과되지 않았는지 생각을 다시 해봐야 할 것이다.

좀 다른 이야기로 넘어가서 제약회사에 대한 이야기로 넘어가 보자.
정확하지는 않지만 많은 초국적 제약회사는 매출에 있어서도 규모가 매우 크고, 매출뿐만 아니라 순이익도 많이 나는 유망한 산업으로 알려져 있다. 그리고 이들의 영향력은 알려진 것보다 매우 커서, 공공연하게 알려진 비밀인 의사와 약사들에게 약품설명회를 곁들인 공짜 점심(free lunch)제공과 고급볼펜 등의 판촉물을 통한 영향력의 확대 수단 이외에도, 수많은 의학 관련 학회에 대한 후원과 이를 통한 자사 약품의 간접광고 그리고 자사 약품에 대한 연구 지원을 통한 자사 약품의 우수성을 알리는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더 나아가서 이들 초국적 제약자본들은 표준진료지침을 정하는 의사들과 전문가들에게 연구비를 지원함으로써 이러한 표준진료지침의 제정에 관해서도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한다.
이러한 초국적 제약자본의 막강한 영향력으로 의사들의 표준진료지침이 변한 것의 예를 들어보자면 다음과 같다.

– 고혈압과 고지혈증의 경우, 질병의 진단 및 권장 치료기준이 좀 더 느슨해져 이로 인해 약물을 투여해야 하는 사람들의 숫자를 늘어나게 되었다. 이것은 이들 약품의 판매가 많이 늘어나게 되는 직접적인 원인이 되었다.
– 고지혈증, 당뇨, 고혈압 모두 권장 치료 목표가 높게 설정되어 권장 치료목표에 도달하기 위한 약품의 용량이 늘 수밖에 없었고, 이것 역시 약품 매출의 증가로 이어지게 되었다.
–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 가벼운 우울증, 월경전 증후군, 골다공증과 같이 기존에 질병으로 생각되지 않았던 범주의 것들이 질병이 됨으로서 이와 같은 증상과 관련된 약품의 처방이 증가하게 되었다.

물론 이러한 의약품 판매의 증가가 전혀 근거없는 거짓된 연구 결과로 인한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다만 약의 효과만이 지나치게 중요시되지 않았나 하는 점과 이런 연구의 결과로 인해서 약 이외에도 건강을 결정하는 다른 중요한 요인들을 간과하지는 않았나 하는 점을 반드시 지적하고 넘어가야 할 것 같다.
그리고 제약회사의 이윤추구 논리에서 벗어나, 있는 그대로의 객관성에 대해서 다시금 판단 해보는 것이 좋을 것 같고, 한 알에 수 천원씩 하는 비싼 약이 그 만큼의 값어치를 하는지에 대해서도 고민을 해봐야 할 것 같다.
스트레스보다는 보람을 느끼는 직장, 균형된 식사와 규칙적인 운동, 안정된 인간관계 이 같은 일상의 중요한 내용이 빠진 상태에서 과연 약만으로 질병을 이겨낼 수 있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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