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7/5월/지금지역에서는] 이정연 교사 3주기에 부쳐

일터기사

이정연 교사 3주기에 부쳐

2004년 4월 어느 날이 생각납니다.

오로지 동료의 죽음에 악성루머를 퍼트리는 구몬측에 분노해서 장례 후 양정동 골목 안 저희 사무실을 찾았던 차정화 선생님.

그렇게 진상규명 싸움이 시작되었습니다.
1. 공개사과와 유족보상
2. 진상규명
3. 책임자 처벌
4. 재발방지대책 마련

28살 학습지 교사의 알 수 없는 죽음과 구몬회사의 과잉대응을 보며, 그리고 결정적으로 고인이 수업을 담당했던 과목수가 인수인계과정에서 별로 남아 있지 않았다는 사실에서 이 싸움은 시작되었습니다.

많지 않은 근거 속에서도 우리는 확신할 수 있었습니다.
이정연 교사의 죽음은 학습지업계에 만연한 ‘부당한 영업강요’ 때문이었다는 것을.
그 후 108명의 울산지역 학습지 교사들이 모여 노동조합을 만들었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놀랐습니다. 더구나 노동조합으로 모인 학습지 교사들이 무엇보다도 이정연 교사의 죽음에 대한 진상규명투쟁을 가장 우선적으로 한다는 소식을…

또, 우리는 고인의 어머님을 만나면서 새로운 싸움을 시작하기도 했습니다.
사실 계란으로 바위치기인 싸움이었습니다.

그것은 이정연 교사의 억울한 죽음을 산업재해로 인정받자는 것이었습니다.
사실 현행 산재보상법에 따르면 학습지 교사는 산재보험 적용대상이 되지 않습니다. 학습지 교사는 특수고용노동자로 노동자성이 인정되지 않는 것입니다. 하지만 이정연 교사의 어머님은 딸을 잃은 슬픔과 분노속에서도 딸과 같은 처지에 있는 학습지 교사의 처지를 개선하기 위해 기꺼이 산재인정싸움을 시작해 보자는데 뜻을 같이 했습니다. 당시 학습지 교사 등 특수고용노동자들에게도 산재보험을 적용하겠다던 노동부와 근로복지공단 이사장이 말이 공문구가 아니라 실제 법으로 만들어져 학습지 노동자의 최소한의 건강권이 보호받을 수 있어야 한다는 데 뜻을 같이 한 것 이였습니다.

2년 동안 3차례 기각결정을 받았습니다. ‘학습지 교사는 노동자가 아니기 때문에 산재보험 적용대상이 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말입니다. 하지만 학습지 노동자들은 ‘이정연 교사의 죽음을 산재로 인정하라! 학습지 교사도 노동자다. 노동기본권 보장하라’며 2년간 성실히 싸워왔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현행 산재보상법의 벽을 넘지 못했고, 특수고용노동자의 노동자성을 아직까지 인정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이정연 교사 죽음에 대한 진상규명싸움 속에서 학습지 노동자의 열악한 노동조건과 노동자성 불인정이라는 문제를 직시하게 되었습니다. 이정연 교사를 죽음으로 내 몬 진짜 괴물의 정체를 분명히 인식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학습지 노동자의 열악한 현실을 개선하기 위해 학습지 노동자 스스로 단결하여 투쟁해야 함을 절실히 깨달았습니다.

그 과정에서 학습지 노동자의 열정과 투쟁에 놀란 구몬 사측이 이정연 교사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협상을 갖자고 했습니다. 열한차례 밀고 당기는 협상 끝에 올 2월 학습지노조와 구몬 사측이 이정연교사의 죽음에 대해 노사합의를 하였습니다.

어떤 문구로 포장했어도 그 합의의 내용은
이정연 교사의 죽음은 학습지 회사의 부당한 영업강요 때문이란 것을 인정한 것이었습니다.
비록 우리의 힘이 압도적으로 우세하여 100% 완전한 요구를 관철시켜낸 것은 아니지만 죽음의 진실이 밝혀진 것입니다.

오늘, 이정연 교사 3주기를 맞으며,
지나온 날보다 앞으로 더 열심히 투쟁해야 하겠다는 결의를 다져 봅니다.

수업 중 과로로 쓰러지고 부당한 계약해지로 아파트 옥상에서 자신의 몸을 던져 자살하고, 부당해고철회를 외치며 거리거리에서 싸움을 하고 있는 학습지 노동자의 현실을 직시하며
더 힘찬 투쟁으로 노동자성 인정투쟁으로 안전하고 건강한 노동을 할 수 있는 투쟁으로
다시 한 번 이정연 교사의 영정 앞에서 결의를 다져 봅니다.

2007년 4월 13일 울산산재추방운동연합 사무국장 현 미 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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