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7/6월/포커스] 우리가 비정규직 악법에 대처하는 방법

일터기사

우리가 비정규직 악법에 대처하는 방법

한노보연 집행위원장 김 재 광

진풍경 하나

지난 4월 24일 ‘비정규 시행령 저지 민주노총 결의대회’에서 진풍경이 벌어졌다. 민주노총 비정규특위 위원장인 주봉희 부위원장이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밖에서 피터지게 싸우는데 민주노총은 한국노총, 노동부와 함께 실무협의회를 통해 시행령을 놓고 빼고 넣고의 조율을 하고 있었다”라며 민주노총의 현 행태에 대한 신랄한 비판을 하자, 김형근 서비스연맹 위원장이 “비정규 법안 폐지를 목표로 싸우자는 것은 공감하지만 시행령부터라도 철저하게 막아내는 투쟁이 필요하다”라고 반박했다. 동일한 집회에서 하나의 사안을 두고 민주노총 중앙 임원과 연맹 위원장 간의 설전은 보기 드문 일이 이다.(물론 이런 풍경은 5․1절 사전대회와 본 대회에서도 있었다)

즉각적이고, 전면적인 폐기 투쟁을 선언하고 투쟁해도 비정규직법이 없어질까 말까인데, 시행령을 두고 옥신각신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는 한축의 주장과 폐기를 하더라도 당장 미치는 영향을 고려하면 하는데 까지는 해봐야 한다는 또 한 축의 주장이 맞붙었던 것이다.

이런 풍경은 4월 19일 민주노총 임시대의원대회에서 예고된 바가 있다. 이날 김금철 대의원외 36명의 대의원은‘비정규 노동법 개악안 폐기를 위한 안’을 발의했다. 이 안은 지난 3월 15일 진행된 1차 중앙위원회에서 통과된‘2007년 민주노총 사업계획’에“비정규 노동법 개악안을 폐기하는 투쟁을 전개한다”라는 내용의 사업목표와 과제를 첨부할 것을 제안했다. 중앙위원회에서 통과된 사업계획은 “비정규 문제를 사회쟁점으로 이어 나간다”라며“비정규법 재개정의 필요성을 확보하고, 아울러 비정규법 시행령 제정 과정에 대한 개입력을 발휘함”이라고 적시해 비정규직 확산법이라 불러왔던 비정규 관련 법안 시행을 앞두고 투쟁방향을‘법안 폐기’가 아니라‘개정’쪽으로 잡았던 것이다. 이에 37명의 대의원은“민주노총은 개악된 비정규 관련 노동법이 악법이며 인정할 수 없고, 결국 재개정 투쟁을 해야 한다고 결정한 바 있다”라며“하지만 이런 결정의 내용이 올해의 사업계획에 전혀 반영되어 있지 않을 뿐 아니라, 재개정 투쟁은 노동법 개악 폐기투쟁이라고 선언했음에도 사실상 노동법 개악 폐기의 내용이 담겨있지 않다고 판단한다”라고 민주노총 사업계획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그러나 정작 표결에 부쳐질 쯤 성원 미달로 토론조차 되지 못했다. 비정규 악법은 민주노총 대의원에게 어떤 의미였을까

진풍경 둘

이러한 설전의 와중에 비정규 악법의 시행령은 완성되었다. 기간제시행령은 모법인 기간제 법의 적용을 받지 않는 종사자의 범위를 확정하였다. 이러자 왜 우리가 기간제법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가라는 항의가 터져 나왔다. 물론 기간제 적용 배제 즉‘평생 계약직 합법화’는 문제이지만 기간제법에 적용을 받지 못한 것이 문제는 아닌 것이다. 기간제법 자체가 악법이기에 말이다. 한편 파견법 시행령에서 138개의 파견허용직종이 197개로 확대되었는데, 한편에서는 해당 직종에 포함되지 않아 안도하기도 한다. 이것이야 말로 진풍경이다. 기간제법을 적용 받지 못해 비통해하고, 파견허용 업무가 생각보다 확대되지 않아 안도한다면 자본의 그물망에서 놀아나는 것 이상 그 무엇도 아니다.

악법에 대처하는 방법

악법에 대해서는 폐기의 입장을 확실히 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폐기를 천명한다고 해서 악법이 폐기되는 예는 단 한번도 없었으며, 국회 앞에서 시위를 해서 노동계급의 뜻대로 통과되고 개정되는 노동법을 본 바가 없다. 노동가요인‘노동악법철폐가’의 가사처럼‘악법은 어겨서 깨뜨려’지는 것이고 지금까지 그래왔다. 예컨대 제3자개입을 금지한다해도 꾸준히 연대활동을 하고, 파업을 불법으로 몰아가도 정당한 파업을 당당히 진행 하여, 설혹 이과정에서 희생자가 발생함에도 불구하고, 악법을 무력화해왔다. 투쟁을 통한 희생자는 단결과 연대의 정신으로 조직이 최대한 보호하고, 옹호하여‘나서는 자’죽지 않고‘우리 속에 살아 있다’는 것을 현실로 만들었기에 악법은 철폐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비정규악법은 어떻게 어기고 깨뜨려야 할까? 난감한 것은 노동자가 어길 것이 없다는 것이다. 모두 자본의 준수사항 아닌가. 기껏해야 불법파견을 꼬투리로 잡을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이 법을 어겨서 깨뜨리는 것이 아니라, 자본에게 효용성이 없도록 만드는 것이다. 비정규직을 대놓고 쓸 수 있는 법은 있으나, 대놓고 쓸 수 없는 상태 – 정규/비정규노동자의 단결과 투쟁으로 알량한 노동위원회의 차별시정을 기다릴 필요가 없는 상태, 1년 11개월 29일 사용하고 날려버릴 수없는 상태, 합법이건 불법이건 파견노동자를 써도 골치만 아프고 자본에게 남는 것이 없는 상태, 결국 정규를 쓰나 비정규를 쓰나 골치 아픈 상태, 아무리 잘라내고 탄압해도 꺾이지 않는 노동자 대오의 상태 – 를 만들어 나가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동시에 비정규 악법으로 인한 억압과 착취의 현실을 폭로하고 선전하는 것 역시 중요하다. 여전히 자본은 비정규 악법을 보호법으로 주문을 걸고 있고, 대중은 주문에 취해있기 때문이다.

악법의 재개정이건 철폐이건 이것에 접근하는 우리 노동계급의 출발점은 국회나 정부부처 앞 공터보다 우선하여 이윤과 착취가 엉겨 붙은 현장인 것이 분명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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