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7/7월/기획] 정부의 비정규직 보호(?)법안, 그 문제와 대응 방안

일터기사

정부의 비정규직 보호(?)법안,
그 문제와 대응 방안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사무처장 정 지 현

1. 예견된 현실, 비정규직법으로 인한 비정규직 노동자 대량해고

노무현 정부는 작년 11월 비정규직을 보호해야한다면서 만든 소위 “비정규직보호법”을 노동계의 결사반대에도 불구하고 국회에서 통과시켰다. 그 이후 이 법안을 둘러싸고 정말 많은 일들이 일어나고 있는데, 그 중에서도 가장 심각한 문제는 비정규직의 해고이다.
알다시피 지난 2000년 파견법 통과이후에도 파견노동자가 2년 이상 근무하면 정규직으로 고용해야 하는 파견법 6조 3항에 의해 전국적으로 수많은 파견노동자가 해고 통보를 받았다. 그 이후에도 파견노동자들은 2년마다 주기적 해고로 고통스러운 삶을 살고 있다. 파견법의 정식 명칭이 ‘파견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 임에도 불구하고 어떠한 보호도 받지 못하면서 말이다.

이런 이유로 법안의 시행일인 2007년 7월 1일을 앞두고 각 민간기업, 공기업, 심지어는 공공기관까지도 앞 다투어 “비정규직 해고”를 단행했다. 이 비정규직법에 의하면 2년 이상 근무하면 정규직으로 채용해야 하기 때문에 수년 나아가 십년이 넘게 일해 온 계약직 노동자를 해고했던 것이다. 법 적용이 2년 후인 2009년부터 임에도 불구하고 장기근속자에 대한 정규직화 문제를 회피하기 위한 사전 조치로 벌써부터 해고를 단행한 셈이다. 아마 법 적용이 명확해질 2009년 7월 1일 이전에는 더 많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거리로 내 몰릴 것이다.

어쨌든 비정규직 해고에 대한 대표적인 사례로 홈에버와 뉴코아 노동자들이 있다. 홈에버(구 까르프)는 400명의 비정규직 계산원을 해고하였고, 뉴코아도 350명의 비정규직을 해고하였다. 6월 23일부터 파업에 들어간 뉴코아 아울렛 매장의 계산원 노동자들에게는 계약만료가 됨에 따라 기존의 방식대로 재계약을 하지 않고 전원 외주화로 돌리기 위해 용역깡패까지 동원하여 폭력을 가하고 있으며, 홈에버 노동자들 역시 계약해지와 함께 일부 노동자에게 (3천 명의 계약직 노동자 중 1천 여 명에 대한) 가짜 정규직인 무기근로계약화를 발표하여 오히려 저임금과 열악한 노동조건을 강요하고 있다.
국내 굴지의 특1급 호텔 롯데호텔은 한 달에 70~80만원 받고 적게는 5년 많게는 18년 동안 일해 온 비정규직 여성노동자에게 6월말까지 사직하라고 사직원을 강요했다. 증권거래소에서 전산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코스콤비정규직 노동자들은 개정된 파견법으로 인해 불법파견 소지를 없애고자 하는 사용자측에 의해 기존 50여개 업체와 계약을 해지하고 새로 5개 업체와 계약을 하여 해고의 위협에 처했다.

민간부분에서 유통과 금융권 노동자들이 이러하다면 공공부문에서도 비정규직법에 의한 심각한 해고가 나타나고 있다. 십 수년간 계약서 한번 쓰지 않고 일해 온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들도 전국적으로 엄청난 수의 노동자가 계약해지 되었다. 그 와중에 지난 6월 22일에는 성신여고 행정실에서 13년 동안 일해 온 비정규직노동자는 6월말 학교로부터 해고통보를 받고 괴로워하다 음독자살을 기도하기도 하였다. 또한 송파구청은 공공기관으로서 비정규직 법의 취지에 맞게 상시비정규직을 정규직화하기는 커녕 마찬가지로 비정규직들에게 해고통보를 해놓았다. 최고 20년 동안 유치원 전임강사로 일해 온 강원도 병설유치원 전임강사 25명 역시 지난 2월 28일 도교육청으로부터 인력운용정책상 계약해지가 불가피하다며 해고 통보를 받았다.
이처럼 비정규직 해고사태는 유통, 서비스, 공공기관, 대기업 등 업종과 기업을 가리지 않고 나라 전체에 광풍처럼 몰아치고 있다.

2. 무기근로계약, 비정규직의 ‘같기도’- 이건 정규직도 아니고 비정규직도 아녀~

이처럼 정부의 비정규직 개악안은 대량해고 등의 가시화된 모습으로 비정규직에게 해악적인데도 이데올로기 작업을 통해서 비정규직화를 정당화하려고 한다. 그 대표적인 것이 ‘무기근로계약’의 방안으로 나타나고 있는데, 이를 통해 마치 ’무기근로계약‘이 고용안정성을 보장하는 것처럼 선전하고 더 나아가 비정규직의 문제가 단지 고용 문제만 해결되면 되는 냥 호도하고 있다.
그 대표적인 사례를 들자면, 정부의 공공부문 비정규대책에서 나타난 ‘무기근로계약’ 전환이 그러하고, 지난 해 말 우리은행의 ‘분리직군제’가 그러한 정당성을 설파하기 위한 조치들이다. 이를 시작으로 신세계백화점, 홈에버 등에서도 분리직군제 등으로 방안을 내 놓으면서 마치 정규직화인 것처럼 선전해 대고 있다.

이처럼 비정규직 노동법 통과 이후 정규직화가 아닌 무기근로계약이 난무하고 있는데, 자세히 보면 정권이 말하는 고용안정이 진정 이루어 졌는가에 대해서는 의심의 여지가 많다. 상시업무의 비정규직은 항상 필요하기 때문에 고용은 항상 이루어진다. 따라서 특별히 무기계약근로를 통해 고용이 안정된다고 보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또한 공공부문에서는 무기근로계약은 외주화의 전단계로 기능하는 측면이 크다. 무기근로계약이 분리직군을 전제로 하기 때문에 그 직군만을 따로 떼어내서 외주화하기 쉽게 되어버린다. 따라서 공공부문의 무기근로계약은 절대로 고용안정으로 귀결되지 않는다.
특히 정권과 자본은 우리은행 등의 사례를 근거로 하여 고용안정을 받고 임금유연화를 수용하라고 주장하고 있는데에 더 큰 문제가 있다. 이것은 매우 왜곡된 쟁점인 바, 독립직군제는 직군을 분리하면서 노동자들을 위계화하고, 모두를 개별화하는 체계인데 마치 임금을 조금 받더라도 고용안정이 좋다는 논리로 선전되고 있다. 우리은행의 사례가 고용안정을 위해서 임금의 일부를 포기한 것이 절대 아니라는 점을 확인하고 정확히 인식해야 한다.

이처럼 노동법 개악 이후 고용형태를 다변화하면서 직무 및 임금과 연계하려는 시도가 많아지고 있는데, ‘직무-임금-고용형태’의 연결에 대해서 세심한 주의를 요하는 바이다. 자본가들이 계속 주장하고 있는 바 ‘직무급제로의 전환’이 자칫 노동자 사이의 위계를 직무의 분리라는 방식으로 고착화하고, 여기에 다양한 고용형태를 대입하여 고용형태 사이의 위계를 부채질할 수 있다. 이러한 것처럼 비정규직의 문제는 점점 복잡해지고 있다. 이제 단순히 고용불안만을 가지고 비정규직의 문제를 해결 할 수도 없어졌으며, 더더욱이 시혜적인 시선으로 비정규직 문제를 바라봐서도 안 됨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는 셈이다.

3. 비정규직법이 시행된 7월 이후, 우리는 무엇을 할 것인가

(1) 노동기본권 박탈하는 비정규 관련 악법 폐기의 입장을 가져야 한다.

4월에 발표되고 6월 12일 국무회의에 통과된 비정규직 시행령으로 비정규직법은 완성되어 결국 7월 1일 시행되어 버렸다. 이에 민주노총은 6월 15일 국회 환노위에 입법 청원안을 제출하였다. 민주노총이 제출한 입법청원안은 기간제법을 폐지하고 근로기준법을 개정하는 것과 파견법을 폐지하고 직업안정법으로 근로기준법을 개정하자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2004년 제출된 비정규직 권리보장법안과 다르지 않다.
이 입법청원안을 청원한 것으로 없애버리지 않기 위해서는 이를 대중적으로 확산하여 알려나가고 실질화하기 위해 애써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전제가 있다. 바로 ‘노동법 개악 폐기’의 입장을 분명하게 해야 한다는 것이다. 정부가 시행하는 비정규직법안이 잘못된 법이기 때문에 악법을 폐기하고 권리보장을 쟁취해야 한다는 의미이다. 정부의 비정규직법안은 정확히 말해 노동법을 개악한 것이며, 노동권을 박탈한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비정규직 관련 악법을 폐기하는 것이 의미하는 바는 ‘비정규직이라는 고용형태’가 결코 정당한 것이 아니며, 그것을 인정한 가운데 고용에 대한 시스템을 만드는 것을 거부해야 한다는 의미이다. 비정규직이라는 고용형태를 인정할 수 없고, 그에 맞서 투쟁하겠다는 것을 명확하게 천명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비정규직의 일반화는 피할 수 없게 된다.

(2) 고용형태의 문제를 넘어 노동의 보편적 권리로의 확장이 필요하다.

지금까지 비정규직 투쟁은 그 자체로 정치적이고 사회적인 의미를 가지고 있었다. 거의 대부분의 투쟁이 열악한 노동조건이나 정규직과의 차별 등의 현안 문제로 촉발되었다 할지라도 결국에는 ‘비정규직’이라는 ‘고용’의 문제로 가게 된다. 고용형태의 문제는 단순히 제도적·법적 조처를 통해 바꿀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 현재 자본의 축적 및 지배 구조가 필연적으로 귀결하는 지점에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초기에 비정규직 투쟁은 투쟁 그 자체로도 정치적이고 사회적인 투쟁이었지만, 점점 더 확산되면서 그런 의미가 약해져 가고 있다. 특히 비정규 관련 법안이 만들어지면서 잘못된 고용형태로 인한 문제를 제기하기란 더욱 어려워졌다. 말 그대로 합법적인 고용형태가 되었기 때문에 그동안 ‘불법’이라는 개념에서 투쟁을 만들어 왔던 전례에서 다른 차원의 투쟁을 배치해야 한다. 또한 무기근로계약과 같은 짝퉁 정규직이라는 직제가 생기면서 ‘고용’ 문제만을 가지고 비정규직 문제를 말할 수 없게 되었다.
그렇기 때문에 ‘노동의 보편적 권리’를 중심으로 새로운 전망을 제출하고 이를 위해 투쟁을 배치할 필요가 있다. 노동의 보편적 권리란, 고용 여부나 고용 형태와 상관없이 자신의 노동을 통해서 삶의 존엄성을 지키고 살 권리를 의미한다. 이것은 빈곤하지 않을 권리, 노동형태와 노동조건에 대해서 자기결정권을 가질 권리를 포함한다. 여전히도 ‘노동기본권 쟁취, 구조조정 저지’라는 투쟁은 유효하지만, 여기에 더 나아가서 노동의 보편적 권리를 재구성하기 위한 고민들을 만들어 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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