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7/7월/지금지역에서는] 에버랜드 놀이동산 공연엔, 이주노동자들의 고통과 한이 있다

일터기사

에버랜드 놀이동산 공연엔,
이주노동자들의 고통과 한이 있다

서울경기인천지역 이주노동조합 사무차장 한승욱

놀이동산에 가면 그 화려함에 눈을 떼지 못하게 하는 것이 있다. 바로 대형 퍼레이드와 공연들이다. 이 퍼레이드와 공연은 계절에 따라, 그 때 그 때 축제일에 따라 테마를 바꿔가며 우리의 눈과 귀를 사로잡는다. 나이 든 어른에겐 어렸을 때의 꿈을 어렴풋이 떠오르게 하고, 아이들에겐 화려한 꿈들을 꾸게 해주는 공연들, 하지만…

사람들이 있었다. 모두의 시선이 피해가는 곳에서 과도하게 땀 흘리며, 제대로 쉬지도 못하고, 언제 다쳐서 한국에서 추방당하지 않을까 걱정하는 이주노동자들이 있었다. 단지 못사는 나라에서 왔다는 이유만으로 인간8 
이 아닌 기계, 노예로 취급받으며 자신의 자존심을 내버려야 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하지만 결코 자신이 사람임을 잊지 않고 살아가는 이들이 있었다.

우크라이나 노동자 옥산나씨는 2006년 10월 가족의 꿈을 위해 어린 자식을 본국에 두고 남편과 함께 한국으로 왔다. 그리고 체결한 계약서에는 말도 안되는 내용들이 들어가 있었다. “공연 도중 재해로 4주 이상의 치료를 요하면 계약은 해지되고, 나라로 돌아간다. 항상 동일 엔터테인먼트(파견업체)와 에버랜드 담당자에게 공손하게 행동해야 하고, 지시에 복종해야 한다. 휴식시 정해진 장소(휴게실)를 벗어나선 안 되고, 화장과 염색을 사측에서 원하는 데로 해야 한다. 이를 어길 시에는 벌금 100$를 공제한다…….”
하지만 모두가 그렇듯 옥산나씨도 역시 자신이 잘하면 모든 것이 괜찮을 것이라는 착각에, 자신에겐 그러한 일들이 벌어지지 않을 것이란 착각에 무심코 이런 것들을 받아들였다.

하지만 에버랜드에서의 노동은 너무나도 힘들고 고된 일이었다. 날씨가 아무리 추워도 제대로 된 방한장비를 갖추지 못하고 얇은 옷을 입고 연습하고 공연해야 했으며, 아무리 강한 바람이 불어도, 비나 눈이 오더라도 쉽게 공연은 취소되지 않았다. 분수대 옆 얼어붙은 계단에서 춤을 추다 넘어지기 일쑤였고, 아파도 아픈 표정 하나 지을 수 없었다.
5kg이 넘는 공연 장비를 입고 비바람에 맞서가며 하루 10시간을 춤을 춰야 하는 고된 노동에 에버랜드 공연단 노동자들은 하나 둘 허리를 부여잡고 다리 관절을 부여잡고 쓰러질 수밖에 없었고, 아무런 보상과 치료도 받지 못한채 결국 본국으로 강제 송환될 수 밖에 없었다.

꿈을 이루기 위해 한국에 와 오히려 자신의 꿈을 날려버릴 수 밖에 없었던 사람들…
옥산나씨 역시 이들 중 한 명이었다. 지난 11월 혹한의 추위로 얼어붙은 2미터가 넘는 계단을 내려오다 넘어지게 됐고 다리 염좌를 당했지만 임금이 공제되고, 자신이 쫓겨날 것이 두려워 제대로 된 치료기간도 갖지 못한 채 아픈 다리를 절룩거려가며 공연을 계속할 수밖에 없었고, 그리고 올 3월 10kg이 넘고 2미터가 넘는 거대한 나비복장에 그 복장을 착용하고 움직이기조차 힘들었는데에도 불구하고 과도한 춤동작을 강요받았고, 그 무리한 춤동작에 계속되는 허리 통증을 느꼈고, 결국 4월 19일 연습 도중 쓰러져 병원에 실려갔고, 결국 허리 디스크 판정을 받고 수술이 필요하단 진단을 받았다.
열심히 하면 이겨낼 수 있을 것이란 결심에 누구보다 더욱 열심히 일을 한 결과가 바로 자신의 꿈을 송두리째 빼앗겨야만 했던 것이다.
이 억울함에 에버랜드에 찾아갔지만, 에버랜드 측에선 아무런 보상도 해줄 수 없다는 말로 내치며 이 사건의 무마를 위해 빨리 옥산나씨를 본국으로 송환하려는 노력만을 기울일 뿐이었다. 심지어 우리가 옥산나씨 산재를 처리하기 위해 노력한 과정에서 확인한 놀라운 것은 150명의 노동자가 있는 회사에서 산재보험 조차도 가입하지 않은 상황이었다는 것이다.
결국 에버랜드 측에선 그들을 동등한 인간, 인격을 가진 노동자로 바라보지 않은채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밟아도 꿈틀댈 수 없는 존재로만 인식해왔다는 것이다, 그리고 옥산나씨와 같은 경우도 단지 ‘에이 X 밟았네.’라며 쉽게 넘겨버릴 수 있는 존재로만 생각했을 뿐이다.
이제 옥산나씨의 경우 산재 신청도 됐고, 어느 정도 대책을 보장받게 되었지만, 아직도 에버랜드에 있는 많은 노동자들은 열악한 환경과 무거운 공연 장비, 반인권적 관리감독 하에서 고통받고 병들어 가고 있다.

5살 때부터 발레를 배우고 계속해서 무용을 해 온 옥산나씨와 같은 사람들이 화려함 속에서도 자신을 잊지 않고, 결국 재해로 자신의 꿈을 빼앗기지 않은 채 안전하고 건강하게 노동을 할 수 있도록, 앞으로 에버랜드를 비롯한 놀이동산에서 일하는 모든 공연 노동자의 인권과 노동권이 보장될 수 있도록 우리 모두 관심과 노력을 모아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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