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7/9월/칼럼] 증시 급등락, 어떻게 봐야 할것인가?

일터기사

증시 급등락,
어떻게 봐야 할것인가?

증권산업노동조합 수석부위원장 황 준 영

한국 증시가 롤러코스터를 타고 있다. 한국증시 사상 최대폭락과 최대상승의 기록을 하루가 멀다 하고 갱신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미국발 악재인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 대출) 부실로 인해 세계굴지의 투자은행이 지급불능을 선언하면서 촉발된 미국 증시의 폭락이 한국뿐만 아니라 전세계 증시를 충격으로 몰아넣은 직후 FRB(미연방준비제도 이사회)와 유럽중앙은행의 긴급자금 지원 및 재할인율 인하라는 극단적 처방이 나오면서 나타나는 현상이다. 지옥과 천당을 왔다갔다 하는 것이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를 일부 진보적 경제학자는 세계자본주의의 구조적 모순에서 발생한 필연적인 상황으로 인식하며 세계경제 위기의 시작으로 연결짓기도 하고, 초국적 금융자본으로 대표되는 신자유주의 세계화의 종말을 예고하는 것으로 바라본다. 충분한 논의와 토론이 필요한 주제이기는 하나 이 영역은 경제전문가에 맡기기로 한다.

주가는 장/단기 경제순환 및 금리, 환율등과 밀접한 연관성을 지닌다. 또한 내수 및 수출의 증가여부에 따른 업종 및 기업의 실적등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다.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투자심리와 수급이다. 한국증시뿐만 아니라 세계증시가 하루건너 널뛰기 장세를 펼치는 것은 주식을 사는 세력과 파는 세력이 극도의 불안 심리에 휩싸여 있다는 것을 반증한다. 더불어 한국경제가 외환위기 이후 세계경제, 사실상은 미국경제에 종속되면서 이러한 변동성은 더욱 증폭되고 있다. 정부는 증시, 환율, 금리 등 거시적 경제지표에 대한 통제권을 상실해가고 있는 것이다.

필자는 증권노동자의 시각에서 막연히 재산증식의 수단으로만 인식되는 주식의 본원적 정의를 내리는 것으로부터 지면을 할애하려 한다. 또한 한국증시의 등락폭이 미국이나 일본 등 다른 나라에 비해 유난히 큰 이유는 무엇이며, 세계자본주의 흐름에서 한국경제는 어떠한 위치에 놓여있는지, 혹시 한국의 자본시장을 혁신적으로 체질 개선하겠다는 자본시장통합법 제정 및 한미FTA 체결이 한국증시의 폭락과는 어떠한 상관관계가 있는지 등에 대한 의문점들을 한가지씩 정리해 보고 개인적 의견을 피력해 보고자 한다.

주식(증권)은 돈벌이의 수단일 뿐인가!!
– 적립식펀드에는 자본가들의 흉계가 숨어있다 –

노무현정권의 가장 큰 실정으로 부동산정책을 꼽고 있다. 실제로 전국의 땅값은 가히 폭등하였고 강남의 30평대 아파트가 10억원 이상을 호가하는 기막힌 상황이 발생했다. 부동산, 특히 주택가격이 노동자/농민을 비롯한 민중들은 가히 접근할 수 조차 없는 거액으로 오르다보니 내 집 마련의 꿈은 그야말로 꿈이 돼 버리고 상대적 박탈감과 상실감에 전율하고 있다. 하지만 문제의 핵심은 부동산 가격이 가파르게 올랐다는데 있는 것이 아니다. 부동산을 소유하고 있는 자가 극소수에 불과하다는 것이 핵심이다. 한줌도 안되는 자들이 전체 부동산의 대부분을 소유하다보니 부동산 폭등은 가진자만의 잔치로 전락했고 사회적/경제적 양극화는 극으로 치달았다. 그렇다고 빚을 내서 집 한 칸 마련하기도 녹록치 않다. 주식 또한 마찬가지다. 2003년부터 증시는 활황세를 타기 시작했고 주식에 투자한 사람들의 재미가 쏠쏠하다는 얘기가 이곳저곳에서 들려왔다. 그러나 지난 10여년 간 흔히 개미라고 불리우는 소액투자가들이 이익을 본 사례는 극히 드물다. 항상 증시가 정점일 때 모든 여론기관은 장밋빛 전망을 앞 다투어 내놓았고 우둔한(?) 그러나 한 푼이 아쉬운 개미들은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투자를 했다가 역시나 하는 패배감만을 남긴 채 알토란 같은 원금을 날리기 일쑤였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증시전문가들은 소액투자가들이 단기간에 많은 이익을 남기길 원한다는 것을 전제로 빚을 내서 무리하게, 검증 없는 풍문에 현혹되어, 정보와 분석 없이 성급하게 투자가 아닌 사실상 투기를 했기 때문에 낭패를 보았다며 그 책임은 소액투자가 본인에게 있다고 쉽게 얘기를 한다. 하지만 민중들이 얼마나 많은 여유자금이 있어 장기적인 투자를 할 수 있고, 하루에 꼬박 몇 시간씩 증권시장을 분석할 수 있는 여력을 가질 수 있으며, 다양한 투자기법들을 공부하며 체계적인 위험관리까지 할 수 있단 말인가! 결국 증시호황에 따른 이익은 대주주와 외국인을 비롯한 일부 재력가의 몫으로 돌아가지 않을 수 밖에 없는 것이며, 이는 부동산 가격의 상승에 따른 대다수 민중들의 소외감 증폭이라는 결과와 별반 다른 게 없다. 가진 자와 못가진 자의 부의 불평등은 자본주의가 심화되면 될수록 필연적으로 증가한다는 사실이 여실히 증명되는 대목이다.

그렇다면 증권(주식)은 돈벌이와 재산증식의 수단일 뿐인가? 주식이란 주식회사에 자본을 납입하였다는 증서의 일종으로 한 주를 사든, 만 주를 사든 주주로서의 권리를 가지게 된다. 금융세계화의 또 다른 표현은 주주자본주의인데 주주의 권리가 이해관계자(노동자, 고객등)와는 상관없이 최우선적 가치를 지님을 의미한다. 주주가치를 위하여 기업을 구조조정하고 노동자를 대량 해고하는 행위가 정당화되고 있다. 실로 아이러니하지 않을 수 없다.
구체적으로 예를 들어보자. 2005년부터 간접투자가 붐을 일으키고 있다. 소액투자가가 직접투자하기에는 너무나 위험요소가 많으므로 기관투자가(은행, 보험, 증권회사)가 설정한 펀드에 투자하여 안정적으로 이윤을 남기라는 의도된 이데올로기가 민중을 현혹시키고 있다.
적립식펀드라고 일컬어지는 이 투자형태에는 자본가들의 흉계가 숨어있다.
즉, 노동자 민중들의 돈으로 만들어진 펀드가 한 기업의 주식을 사게 되고(주주로서의 권리획득) 주가차익 및 배당을 많이 받기 위해 구조조정의 압력을 넣고(펀드의 수익률을 높이기 위해 적극적인 주주권 행사) 노동자들의 해고와 자산매각이 이루어지는(기업 구조조정 및 대량해고) 악순환이 실제로 가능하게 된 것이다. 결국 노동자가 노동자를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해고하는 사태가 발생하는 것이다. 이는 국민 모두가 불입하는 국민연금, 노동자들의 퇴직금으로 운용하는 퇴직연금에서도 마찬가지이다. 노동자와 민중의 돈으로 만들어진 기금, 혹은 펀드가 주주자본주의라는 이념으로 착색이 되면 정작 노동자 민중을 죽이는 칼과 창이 되는 것이다.

한국증시는 왜 조울증에 걸려있나?

보통 한국증시를 ‘냄비증시’라고 한다. 그만큼 오르고 내리는 폭이 크고, 가파르기 때문에 생겨난 말이다. 증권시장은 주식을 사는 자와 파는 자를 중개시켜 주는 곳이다. 즉, 기술은 있으나 자본이 필요한 기업과, 자본은 있으나 기술이 없는 투자자가 증권시장을 통해 자금을 수혈 혹은 공급 받는 곳이다. 그러나 이러한 본연적 기능에도 불구하고 한국의 증권시장은 관치적 성격이 너무 강하여 인위적으로 자금을 투여하거나(투신사 및 증권사를 통한 증시부양자금 투입) 인위적으로 기업을 공급(상장)하는(포철, 한전 등의 공기업 기업공개)등 증시의 수급을 교란시켜 왔다. 위에서도 잠깐 언급했듯이 증시의 가장 기본적인 원리는 수급의 균형이기 때문에 외부로부터 자금이 수혈되면 일시적으로 증시가 오르게 되고, 공급이 많아지면 증시는 떨어지게 된다. 또한 증권시장이 투명하지 못하다. 다른 나라에 비해서 작전(애널리스트, 재력가, 투신사등이 사전에 시나리오를 만들고 주가를 인위적으로 올려 그 차익을 챙기는 행위)이 성행하여 ‘주식투자는 투기다’라는 말이 만연하게 되었지만, 감독당국의 규제와 예방은 미흡하기 짝이 없다. 이와 같은 작전은 일반 재력가들뿐만 아니라 기관과 외국인조차도 단기이익을 위해서 버젓히 행하고 있다. 소버린의 SK(주)에 대한 적대적 M&A시도(소버린은 SK주식을 저가에 대량 매입한 후 적대적 M&A를 시도하겠다고 하여 단기간에 몇 배의 투자수익을 거둠)나 기관끼리의 주고받기식 통정매매를 통한 주가 올리기 등 그 예는 무수히 많다. 한국의 증권시장이 투기자본의 놀이터라는 말은 근거 없는 얘기가 아니라 그만큼 한국의 법과 제도가 허술하다는 것을 실증한다. 아무리 좋은 투자자본도 한국에서는 투기자본으로 변질되는 것이다. 왜냐하면 자본의 목적은 이윤의 극대화에 있기 때문에 굳이 쉽게 돈을 벌수 있는 방법을 마다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국증시가 냄비증시로 불리는 가장 큰 이유는 경제의 불균형 및 종속화에 있다. 한국에서 내수는 사라진지 오래다. 오로지 수출과 수입을 통해서 먹고 사는 나라가 된 것이다. 자영업자 비중이 전체 경제활동인구의 30%가 넘는 나라, 시가총액 상위기업의 외국인 비중이 가장 높은 나라, 경제 양극화가 가장 빨리 진행되는 나라 등등 한국경제는 이미 돌이킬 수 없는 불균형상태에 빠진지 오래다. 게다가 노무현정권은 한국이 살아나갈 길로 동북아 금융허브를 이야기하고 있다. 제조업에서 부가가치를 창출하기 어려우니 초국적 금융자본을 육성하여 동남아시아와 제3국가들에 진출하자는 것이다. 이는 미국이 엄청난 재정적자를 금융자본의 강력한 파괴력으로 메우듯이 한국도 그 길을 따라가겠다는 것이다. 결국 한국증시는 초국적 금융자본의 위험성에 더욱 민감히 반응할 수밖에 없고 미국을 비롯한 수출국의 소비성향에 호들갑을 떨 수밖에 없으며 외국자본의 유입 및 유출에 미친듯이 춤을 추는 것이다.

한미 FTA와 자본시장통합법이 가져올 시너지는?

올 한해 한국증시에 가장 커다란 영향을 미친 혹은 미칠 사안을 두 가지 꼽으라면 단연 한미FTA체결과 자본시장통합법 제정이다. 한미FTA 체결은 한국시장을 전면적으로 미국에게 내어주는 것을 의미한다. 특히 금융에 강점을 가진 미국은 일부 제조업의 희생(?)을 감수하더라도 몇백조에 이르는 한국의 금융시장을 주목하고 있다. 자본시장통합법은 자본시장의 육성과 그에 따른 벤처기업의 활성화 및 투자의 전면적 확대라는 정부의 제정 취지에도 불구하고 두가지 특징을 갖는다. 하나는 증권업, 종금업, 선물업등을 기능별로 통폐합하는 것이고, 두 번째는 금융상품의 다양성을 인정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한미FTA와 자본시장통합법이 시너지를 발휘한다면 한국의 금융시장은 어떻게 될 것인가? 결과는 미국자본, 특히 초국적 금융자본의 한국금융시장 선점이다. 다양한 금융노하우를 가진 초국적 금융자본이 어떠한 규제와 제재 없이 한국금융시장에 무혈입성 한다면 그 결과는 자명하다. 주식시장보다 몇 배 더 커진 장외파생상품시장에서 판매는 한국의 증권회사가 하지만 상품의 설계는 대개가 외국투자은행에서 담당하며 더 많은 이익을 챙겨가고 있는 현실에 비추어 본다면 향후 전개될 상황을 쉽게 예측할 수 있다. 더 나아가 필자는 한국증시의 폭락 가능성을 염려하고 있다. 외환위기가 단지 한국의 외환보유고가 부족해서, 기업들의 방만한 경영으로 발생했다고 보는 민중은 거의 없다. 한국경제를 초토화시키기 위한 거대자본의 의도된 공격에 의해 국가부도 사태를 맞았고, (미국의 입장이 전면적으로 반영되는)IMF와 세계은행은 일사천리로 한국의 모든 규제를 무장해제 시켰다. 금융시장을 선점하기 위해서는 사건이 필요하다. 한국증시가 폭락을 하게 되면 개인들은 물론이고 기관투자가 또한 제2의 모라토리움을 선언할 수밖에 없고 초국적 금융기관은 붕괴된 한국 금융시장의 구제자인 양 당당하게 입성하여 수백조의 자금을 싹쓸이 할 것이다. 그 돈은 더욱 큰 이익을 남기기 위해 세계 각지의 민중들을 착취하고 수탈하는 자금으로 쓰여지며 그 생명력을 연장해 나갈 것이다.

노동자, 농민, 도시빈민 등 이땅의 민중들은 열심히 노동하고 일한만큼의 정당한 노동의 대가를 통해 인간다운 생활을 할 수 있는 세상을 꿈꾼다. 하지만 돈이면 무엇이든 된다는 천민자본주의는 그 끝을 향해 무섭도록 속도를 내고 있다. 부동산과 주식시장이 오른다고 자괴감에 빠질 필요는 없다. 가진자들의 자만과 횡포가 심하다고 움추릴 필요도 없다. 현상의 이면에 숨겨진 본질을 꿰뚫어 봐야 한다. 증시의 급등락에서 살기위해 몸부림치는 자본주의의 비참한 최후를 목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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