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8-09ㅣ12,1월ㅣ이러쿵저러쿵 ]투쟁하는 동지를 생각하며…

일터기사

투쟁하는 동지를 생각하며…

한노보연, 금속노조 경기지부 법규차장 성명애

분량도 얼마 되지 않고, 가볍게 지금 나의 생활과 생각을 적으면 되겠거니 하고, 또 한 편으로는 이전에 한 번 거절한 적도 있고 해서, 이번에는 ‘글을 써보라’는 재천 동지의 부탁을 거절하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막상 책상에 앉아 모니터를 바라보고 있자니, 머릿속만 복잡할 뿐 지난 나의 일상이 정리되지 않고 실타래처럼 엉키기만 해서, 이런 얘기를 썼다가, 아니 이건 아니야 하면서 저런 얘기를 썼다가 다시 지우기를 대여섯번 반복하고 결국 포기하고(원래 글쓰기가 일인 노무사임에도 내 자신에 대해 잠시 짬을 내어 한 번 돌아보는 것이 이렇게 힘든 줄 몰랐네요ㅠ.ㅠ), 꾸물꾸물한 날씨를 핑계로 빈대떡에 막걸리를 한 잔 하려고 건너편 사무실의 동지를 꼬셔서 자리를 나섰습니다.

앞에 앉아 있는 동지도 요즘 경기지역 각 사업장에 몰아치는 구조조정의 칼바람과 자본에 맞서 어떻게 싸워야 하는지 고민이 많은가 봅니다. 막걸리 두 주전자를 비우고 저도 요즘 제가 왜 이렇게 갈팡질팡 제 할 일을 못 찾고 있는지 오랜 넋두리를 늘어놓고 나서야 ….

얼마 전 동우화인켐 비정규직분회의 ‘부당해고등 부당노동행위 구제신청사건’의 심문회의가 경기지방노동위원회에서 있었습니다. 이틀간의 작업거부 형태로 나타난, 노동자의 안전에 대한 절실한 요구(빈번한 가스누출에 대한 사측의 대비책 마련 등)가, 관리자의 횡포(일상적인 욕설, 금품 상납 요구 등)에 저항하고자 하는 당연하고 정당한 요구가, 일정한 법의 절차(노동조합및노동관계조정법상 조정절차, 쟁의행위 찬반투표 등)를 거치지 않았다는 이유로 불법파업이라는 멍에를 안고, 단 한 명 일반조합원만 부당해고가 인정되고 그 외 조합간부 전원의 해고 등 징계가 정당하다는 판정 결과가 나왔습니다.

원래 ‘현행법’이라는 놈이 ‘자본주의 국가질서를 유지․재생산’하는데 그 목적이 있고, 노동자 등 대다수 민중의 자발적 동의나 합의에 이루어진 것이라기보다는 지배계급의 이데올로기일 뿐이고, 그들 질서 내에서 투쟁하는 노동자의 정당함을 인정받기란 쉽지 않을 뿐이고~ 단지 법적 투쟁을 통해서는 진정한 노동자의 자기 해방을 이룰 수는 없는 것이라고 해도, 그렇기는 하나, 그렇다고 해도, 법적 투쟁을 통해 적어도 노동자에게 인정된 권리를 확보, 활용 내지 확장할 필요가 있는 것인데, 그러한 활동이 요즘 같은 혹한기에 더욱 어렵게만 느껴지고, 위의 결과를 예상했음에도 불구하고, 자꾸 나의 능력이나 한계를 느끼면서 길이 안 보인다는 생각이 드니 큰일입니다.

그래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추운 날씨에 컨테이너에서 그리고 천막 등에서 투쟁하는 우리 동지들을 생각하며 다시 자판기에 손을 올리고 ‘이유서’라는 제목을 치면서, 제대로 된 법적 투쟁 한 번 해보자는 욕심을 냅니다. 동지들의 긴 투쟁에 일말의 법적 투쟁이 필요함을 생각하며, 다시 한 번 무거운 몸을 추스르며 끝내 이룰 세상을 위해 다시 한 번 나아가려 합니다. [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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