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8-09ㅣ12,1월ㅣ현장의 목소리 ]단속추방, 최저임금 삭감 시도, 차별…더 춥고 더 서러운 이주노동자

일터기사

단속추방,

최저임금 삭감 시도, 차별…

더 춥고 더 서러운

이주노동자

서울경인 이주노조 사무차장 정영섭

대통령 명령에 따라 더 세게 단속추방

이명박 대통령은 취임하자마자 지난 3월 19일 법무부․노동부 업무보고 자리에서 “불법체류 노동자들이 활개치고 돌아다니게 해서는 안된다. 이들의 집단행동은 용납되어선 안된다. 엄격한 기준을 마련하라”고 지시했다. 그 직후부터 법무부는 미등록이주노동자에 대한 대대적인 단속추방을 시작했다. 지역출입국관리소별로 단속할당인원이 배정되었고, 그 할당인원을 채우기 위해 야간단속, 공장과 주거지 무단침입 단속, 관할 지역 이외에도 진출하는 교차단속 등 도저히 상식적으로 용납될 수 없는 ‘불법적 단속’ 상황이 벌어졌다. 더욱이 이주노조에 대한 표적단속으로 인해 5월 2일에는 토르너 위원장과 소부르 부위원장이 동시에 단속되기까지 했다.

이러한 단속추방은 10월 이후 더욱 강화되었고, 출입국관리소, 검․경, 해경 등이 총동원된 합동단속이 자행되고 있다. 그 가운데 지난 11월 12일 벌어진 마석 가구단지 지역의 ‘토끼몰이식 싹쓸이 단속’은 이러한 폭력적 강제단속의 결정판이었다. 280여 명의 출입국단속반과 경찰이 길거리 앞뒤를 막고 마구잡이로 공장과 기숙사, 주택에 난입하여 100여 명의 미등록이주노동자를 잡아간 것이다. 영장도 없고, 절차도 없이 그저 이주노동자면 무조건 잡는 통에 다친 노동자들이 10여 명, 그 중에 네 명은 중상을 입었다. 그들은 잠긴 문을 부수고 들어가 머리채를 잡고 질질 끌어내는가 하면, 화장실 보내달라고 요구하는 여성에게 그냥 길가에서 용변을 보게 하는 등 공권력임을 의심케 하는 ‘범죄’를 저질렀다. 그 이후에도 법무부는 전국적으로 52개의 이주노동자 밀집지역을 선정해놓고 이런 대규모 단속을 계속하겠다고 뻔뻔스럽게 얘기했다. 12월 7일에는 부산출입국관리소에서 외국인 밀집지역인 김해 외국인 상가에 무단침입하여 이주노동자들을 단속하고 기물을 파손하였다.

이렇게 거의 매일 각 지역에서 실시되는 강제단속으로 인해 이주노동자들은 길거리에 나다니기도 힘들고 지하철역, 터미널, 마트 등에는 아예 갈 수도 없다. 이는 미등록이주노동자뿐만이 아니다. 등록된 이주노동자들도 움직임이 위축될 수밖에 없다. 서로서로가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단속추방은 그 자체가 반인권적이고 삶을 불안하게 만드는 야만적인 행위이다.

이명박 정부 하에서 실시된 단속추방으로 인해 올 해 4만여 명이 단속된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노무현 정권하에서 한 해에 단속된 숫자의 거의 두 배에 달한다. 심지어 이명박 정부는 향후 5년 내에 미등록이주노동자 숫자를 전체의 10%로 줄이겠다고 한다. 올해보다 더 심한 칼바람이 예상된다.

벼룩의 간도 내먹는 최저임금 삭감 시도

이명박 정부는 한 술 더 떠 이주노동자의 최저임금마저 삭감하려고 하고 있다. 고령자, 장애인, 청소년 등에게 감액 적용하고, 수습기간을현장의목소리 | 단속추방, 최저임금 삭감 시도, 차별…더 춥고 더 서러운 이주노동자 3개월에서 6개월로 늘리며, 기숙사비와 식대를 최저임금에 포함시키는 개악법안이 한나라당에 의해 현재 발의되어 있는 상태다. 정부통계로 보면 현재 이주노동자들은 최저임금(85만원)에 잔업, 야간, 특근 등을 포함해서 평균 114만 원 정도를 받고 있다. 그것도 지금 경제위기 상황에서 임금이 깎이는 경우가 많은데, 수습기간을 늘리고 숙식비를 포함시키는 방식으로 최저임금을 깎으면 수당도 자동으로 깎여서 전체 임금은 대폭 줄어서 약 20~30만원은 줄어들게 된다.

이러한 조치는 이주노동자를 그야말로 ‘노예노동자’로 몰고 가는 치졸한 방안이다. 노예노동으로 비난받던 산업연수제를 없애고 고용허가제를 실시해서 노동자로 인정한다고 정부가 자화자찬하더니, 실제로는 바뀐 것이 하나도 없는 것이다. 최저임금을 깎는 것은 전체 노동자의 임금을 줄이려는 정권과 자본의 비열한 수작이다.

정부는 ‘고용허가제’도 개선한답시고 법안을 내놓았는데, 3년 고용 이후에 사업주가 더 고용하고 싶으면 출국하지 않고 2년 더 고용할 수 있다는 내용이다. 그 전에는 한 달간 본국에 돌아갔다 오면 3년 더 일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이 내용 역시 노동자에게는 권한이 없고 사업주에게 모든 권한이 있어서 노동자는 사업주가 하자는 대로 할 수밖에 없다. 예컨대, 재고용해 줄 테니 퇴직금을 포기하라거나 임금을 깎거나 하는 것이다. 사업장 이동을 제한하는 것도 그대로다. 결국 자본과 권력은 이주노동자를 일회용 소모품으로 여기면서, 저임금의 강제된 노예노동으로 쥐어짬으로써 전체 노동자의 경쟁과 분열을 꾀하려는 것이다.

경제위기와 이주노동자 차별

이주노동자를 더욱 춥고 서럽게 만드는 것은 경제위기 상황의 차별이다. 이주노동자들이 주로 일하고 있는 중소영세 사업장들이 경기침체로 휴업이나 폐업을 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 때 이주노동자들이 우선적으로 해고되는 상황이 많다. 노동부에 따르면 올 11월 경영상 필요나 회사 사정 등의 이유로 사업장을 옮긴 외국인 근로자는 1,467명으로 1년 전 677명에 비해 117%나 늘었다. 올 8월(719명) 이후에도 104%나 증가하는 등 이주노동자의 고용사정은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

여기에다 정부는 미등록이주노동자가 단속되어 떠난 자리에 한국인을 채용하면 1회에 한해 120만원을 지원하겠다는 정책, 건설현장에서 중국동포들의 쿼터를 정해 고용을 제한하는 정책을 내놓았다. 한 마디로 경제가 어려우니 이주노동자들부터 고통을 당하라는 것이다. 이제까지 경제에 필요해서 이주노동자들을 들여왔고 한국사회에 기여한 이들을 이제는 경제가 어렵다고 내쫓는 것은 ‘달면 삼키고 쓰면 뱉는’ 이기적인 방식이고 인종차별이다. “한국 사람도 살기 힘든데 외국인까지 어떻게 먹여 살리느냐”고 하는데, 한국인과 외국인의 구분이 아니라, 노동자와 자본가 정권의 구분이 우선이다. 총고용을 유지한다는 의미는 내국인과 이주노동자 구별 없이 모든 노동자의 고용과 임금을 요구하고 이를 위해 단결과 연대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노동자의 힘을 키우기 위해서는 더 많은 노동자들이 뭉쳐야 하고 국적과 피부색의 경계를 뛰어넘지 않으면 안된다.

인권과 노동권 쟁취를 위하여

어느 해보다 힘든 한 해를 보낸 이주노동자들은 더 나은 새해를 희망한다. 그러나 현실은 만만치 않다. 바다 건너 미국에서는 오바마가 이주노동자 단속을 중단하고, 대규모 합법화 조치를 실시할 것이라는 기대가 많다고 하고, 국제적으로도 경제위기 하에서 이주노동자를 보호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반기문 유엔사무총장도 그러한 목소리를 보탰을 정도다. 그런데도 이명박 정부만 후진하고 있는 모습이다. 대법원은 아직도 이주노조에 대해 합법화 판결을 내리지 않고 있다.

이주노조는 지난 해 11월, 까지만 위원장, 라주 부위원장, 마숨 사무국장에 대한 동시 표적단속을 규탄하는 농성을 올해 초까지 벌였고, 뒤이어 5월에는 토르너 위원장, 소부르 부위원장에 대한 표적단속을 규탄하는 투쟁을 했다. 그리고 8월에 있었던 고용허가제 4년 규탄 투쟁, 11월에 개최한 강제단속 반대 집회 등 올 한해도 단속추방과 이주노동자 차별․탄압에 맞서 투쟁해 왔다. 6월에는 네팔에서 국제회의를 개최하여, 그 동안 추방되거나 본국으로 돌아간 이주노동자 활동가들과 함께 국제네트워크를 결성하였고, 그에 따라 네팔과 방글라데시 등 본국에서 이주노동자 연대활동을 전개하기로 결의하였다. 단속추방이 끝이 아니라 또 다른 운동의 시작이 되게끔 노력하려는 것이다.

이러한 투쟁의 주체는 이주노동자이고 이주노동자 활동가들이다. 이주노동자들은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공동체 활동이나 조합원 모임을 통해 스스로의 상황을 이해하고 더 낫게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야만적인 단속추방 중단 ▲미등록이주노동자 전면 합법화 ▲이주노동자 우선 해고 중단, 이주노동자 차별철폐 ▲고용허가제가 아니라 노동허가제를 통한 노동권 보장 ▲이주노조 합법화 등 이주노동자들의 요구를 쟁취하는 데에 한국의 노동․사회운동은 연대를 아끼지 말아야 할 것이다. 특히 노동운동이 이주노동자 투쟁을 스스로의 과제로 확실히 받아 안아서 각 산업과 지역에서 이주노동자를 같은 조합원으로 조직해서 노동운동의 힘을 키워야 한다. 이주노동자와 연대하고 단결하는 것은 더 많은 이주노동자가 주체가 되고 투쟁에 나서는 지름길이 될 것이다. [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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