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8/1월,2월/특집] 김빠진 산재법 제도개선 투쟁을 어떻게 할 것인가

일터기사

김빠진 산재법 제도개선
투쟁을 어떻게 할 것인가

한노보연 집행위원장 김재광

김 빠진 제도개선 투쟁

2007년 11월 23일 국회 본회의에서 산재보상보험법(이하 산재법) 개정안이 통과되었다. 2003년부터 지속적으로 논란이 되었고, 2006년 12월 13일 노사정위원회에서 합의 의결된 기본 틀이 확정된 것이다.(내용은 상자 기사 참조) 그런데 이 개정안이 통과된 후 별다른 사회적 반응이 없었던 것은 물론이고, 노동계 역시 즉각적인 대응이 없었다. 2006년 노사정위원회의 논의 시 노사정위원회에 앞에서 항의농성을 하고, 입법예고 즈음인 2007년 초반의 반대와 항의 분위기와는 너무도 대별되는 정황인 것이었다.(물론 법 개정 이후 금속노조 산안간부 수련회 때 이 문제에 대한 대응과 반성의 문제가 약간 논란이 된 바 있고, 금속노조를 중심으로 2007년 말 과천 정부청사 앞 농성투쟁을 진행한 바 있다) 그야말로 김빠진 투쟁 정세가 되어버린 것이다.

이러한 요인은 다음의 몇 가지로 살펴볼 수 있다.
첫째 요인은 법 개정에 관련한 총 노동의 대응이 대단히 미약했다는 것이다.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은 이미 2006년 노사정위원회를 통해 형식적으로 다른 길에 놓여 있었다. 그렇다고 민주노총 이른 바 중앙 즉 총연맹은 적극적인 투쟁을 조직할 의사나 능력을 가지고 있지 못했다. 2006년 노사정위원회 앞 농성은 한편의 블랙코디가 아닐 수 없었다. 농성은 총연맹 안전보건위원회에서 결정되었는데, 정작 농성이 시작되자 총연맹 노안 담당자는 휴가 인지 사직인지 알 수 없는 이유로 투쟁을 방기하였고 금속노조에 위임되었다(이에 대한 해명과 평가를 아직까지도 찾아볼 수가 없다). 이후 입법예고가 나오고 2007년 4월까지 투쟁의 적극적 조직화와 사회여론에 대한 기획은 안쓰러울 정도로 미약했으며, 4월 이후에는 이 문제에 대한 어떠한 토의와 선전도 찾아볼 수가 없다. 물론 이 모든 책임을 총연맹에게만 지울 수는 없다. 그러나 지금까지 노동운동의(의도와 무관하게) 전체 사령부 역할은 총연맹의 몫이라 자임한 것을 고려하면 책임을 쉬 넘길 수는 없다(전체 사령부가 아니라고 고백하면 모를까).

둘째로 기실 개정안에 대한 태도의 문제이다. 이것은 첫 번째 요인의 실제 모태이기도 하다. 노동안전보건 진영 내에서 공시적으로는 개정안이 개악이라고 했지만, ‘모두 개악은 아니다’라는 태도가 운동 안에 존재하고 있었으며, 이는 총연맹과 민주노동당의 정책 결정에 주요하게 영향을 미치고 있었다. 개정안 통과 시점에서 민주노동당의 반대가 없었고, 총연맹 역시 별다른 문제제기가 없었다는 것은 이것을 반증하고 있는 것이다. 즉 문제가 없지 않으나, 개선된 것이 있으니, 개악으로 규정하고 전면 투쟁의 태도를 가질 수 없다는 것이다(총연맹의 투쟁 요구에 간혹 ‘산재보험개악 분쇄’가 있었으나 실제 행동은 구호에 그칠 뿐이었다). 물론 이러한 주장은 제도적 진전이라는 관점에서 보면 반동적이라 볼 수는 없다. 그러나 운동적 관점 그러니까 저항을 조직하고, 적극적 차원에서 신자유주의적 정책에 대해 반대하고, 설사 둘이 나아지고 다른 하나가 후퇴하면 후퇴라는 관점에서 보자면 우려되는 관점이 아닐 수 없다.

이러한 양자의 관점은 공개적이고, 투명하게 논의된 바가 없다. 구렁이 담 넘어가 듯 하였고, 끝임 없는 물 타기 속에서 투쟁을 온전히 유지하고 강화할 수 없었던 것이다.

셋째로는 투쟁의 양식이 중앙 의존적이라는 것이다. 앞서 밝힌 바와 같이 총연맹의 상태가 이러하다는 것이 곧 투쟁의 전무는 아닐 진데, 지난 10년간의 투쟁 방향과 방식 더구나 제도적 문제에 대해서는 총연맹의 의지와 행위가 수직적으로 지역과 현장까지 영향을 심대하게 미치고 있다는 것이다. 물론 이것은 양날의 칼과 같은 것으로 긍정적 요소와 부정적 요소를 동시에 가지고 있다. 노동조합이 제도화된다는 것은 그만큼 효율적이며, 동시에 경직성을 수반하는 것이다. 경계해야 할 지점이다. 2007년 개정안이 통과되기 전 산재보험개악이 문제라면 자발적이고 지속적인 투쟁은 왜 중단된 것인가? 잘되면 내 탓이고, 안 되면 남 탓은 분명 아닐 진데 말이다. 알게 모르게 수평적이고 도전적 운동 양태가 고갈되었음을 자인할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김이 빠져 버린 싸움을 어떻게 팽팽하게 만들 것인가? 법 제도의 변화는 분명 무시할 수 없으며, 상당한 영향을 미치는 것은 분명한 것이다. 따라서 이렇듯 김빠진 대응으로는 자본에게 위협은 커녕 비웃음에 대상이 될 수밖에 없다. 우선 제도에 대한 투명하고 공개적인 입장에 대한 의사소통이 필요하다. 겉으로는 같은 입장이라는 하고는 실행하는 것을 보면 전혀 다르다면 무엇을 동력으로 할 수 있겠는가. 이번 산재법 개정에서 나타나듯 투쟁전술의 차이라기 보다는 개정 법률에 대한 입장 차이인 것이 명확한 것인데, 이를 계속 묵인하고는 힘있는 투쟁을 조직할 수가 없는 것이다. 둘째로 총연맹과 산별노조의 역할은 상당기간 중요한 것이기는 하나(특히 법제도적 차원에서는), 중앙조직만 바라보고 있을 수는 없다. 투쟁의 평가도 공개적이고 생산적이기 보다는 배후에서 비난에 머무는 것이라면 제자리를 맴돌면서 활동가 간에 거리만 벌리고, 편견과 오해만을 양산할 것이다. 노동안전보건투쟁이 처한 상황은 (모든 운동이 그러하겠지만), 수평적이고 자발적인 활동이 절대적으로 요구되고 있다. 법제도에 대한 감수성 있는 대응과 공론은 어느 누구에게 전적으로 맡겨놓을 수도 없으며, 가능하지도 않음을 현재 확인하고 있다. 밖으로는 이명박 정부의 노골적인 규제완화 예고와 친 기업적인 행태는 현장의 생존권적 투쟁과 더불어 법제도적 투쟁을 긴밀하게 병행해야 할 상황인 것이다. 안으로는 산별노조체계의 진입은 전국적 효율성과 수직성을 달성할지는 모르지만, 이것이 수평성과특 집 김빠진 산재법제도 개선, 투쟁을 어떻게 할 것인가 자발성을 확대할 비책은 아님으로 안전보건 활동가와 진영은 이점을 더욱 더 집중해야 할 것이다.

지금까지 우리의 운동은 자본의 공세에 방어를 하기도 하고, 우리의 적극적 공세를 통해 법제도를 변화시켜왔다. 이 과정에서 우리의 교훈은 자본을 위협하지 않고는 노동자계급의 의도대로 좀처럼 법조항 한 개도 건드릴 수 없다는 것이다. 자본을 위협하기 위해서는 물에 물탄 듯 좋은 게 좋다는 식의 공개적이고 투명하지 않은 입장 속에서의 동거로는 가능하지 않다. 오히려 서로의 입장을 공개적으로 표명하고 격론하는 것이 정당하고 힘이 될 것이다. 이것을 기반으로 수평적이고, 능동적인 대오가 형성될 것이다.

산재보상보험법 주요 개정 내용(2008.7.1 시행)

1. 평균임금 증감제도

현재 해당사업장의 평균임금 증감을 반영하였으나, 개정 이후는 전체 노동자의 임금 평균액이 변동률로 증감하고, 60세 이후에는 소비자물가변동률에 따라 증감함.

2. 최고/최저 보상기준제도

현재 최고 보상기준 금액은 전체 노동자의 임금수준, 임금계층별 노동자 분포비 등을 고려하여 설정하고, 최저 보상기준은 최저 임금의 조정률을 고려하여 설정하였음. 개정 내용은 최고보상가준 금액은 전체 노동자의 임금 평균액에 1.8배, 최저 보상기준 금액은 전체 노동자의 임금 평균액 1/2 수준으로 정함.

3. 업무상 재해 인정기준

현재 업무상 재해의 개념이 지나치게 포괄적이라는 전제 하에 업무상 재해 인정 기준을 업무상 사고와 업무상 질병으로 구분하고, 근로계약에 따라 업무 및 그에 따른 행위를 하던 중 발생한 사고 등을 업무상 사고의 기준으로, 유해/위험요인을 취급하거나 노출되어 발생한 질병 등을 업무상 질병의 기준으로 명시함.

4. 업무상 질병 판정위원회

업무상 질병 인정 여부를 심의하기 위하여 근로복지공단 소속의 업무상 질병 판정위원회를 신설하였음.

5. ‘국민건강보험’상의 종합전문기관 당연 지정제

현재 종합전문요양기관이 산재의료기관으로 지정되는 것을 기피하고 있고, 이를 강제할 수 없음. 개정 법은 ‘국민건강보험’상의 종합전문기관을 당연히 산재보험 의료기관으로 지정되도록 하였음.

6. 진료계획서 제출

요양급여를 받는 자가 요양기간을 연장할 필요가 있을 경우 상병 경과, 치료 예정 기간 및 치료 방법을 근로복지공단에 제출하고 공단은 이를 심사하여 치료기간 변경을 명하는 등 필요한 조치를 할 수 있음.

7. 부분휴업급여 제도

현재는 요양 중에 취업한 경우 휴업급여를 지급하지 않음. 개정 법은 요양 중 부분 취업할 경우, 평균임금의 90/100에 상당하는 부분휴업급여를 지급함.

8. 고령자 휴업급여의 감액

휴업급여를 받는 자가 61세가 되면 65세까지 단계별로 기준에 따라 감액 지급함.

9. 저소득자에 휴업급여 수준 상향 조정

현재 평균임금의 70/100에 상당하는 휴업급여 지급액이 최저 임금액에 미달하는 경우 최저임금금액을 휴업급여로 지급하였으나, 개정법에서는 휴업급여의 지급액이 전체 노동자의 임금 평균액에 1/2에 해당하는 최저보상기준금액 8특 집 김빠진 산재법제도 개선, 투쟁을 어떻게 할 것인가 0/100 이하인 경우 평균임금의 90/100에 상당하는 금액을 휴업급여로 지급함.

10. 장해등급 재판정

현재 장해등급은 요양종결 시 판정하고 고정되나, 장해등급 결정 이후 증세가 호전되거나 악화될 경우 근로복지공단 직권이나 재해자의 신청으로 1회에 한하여 재판정을 할 수 있음.

11. 직업재활급여

장해급여를 지급받는 자가 재취업에 필요한 직업훈련을 실시하는 경우 직업훈련수당 지급, 사업주에게는 직장적응훈련, 재활운동 등을 실시하는 경우 직장복귀지원금, 직장적응훈련비, 재활운동비 지원.

12. 산재보험 심사위원회

현재 심사청구의 경우, 근로복지공단 심사장의 단독 심사에서 다수의 관계 전문가로 구성된 심사위원회에서 심사.

13. 특수형태근로종사자에 대한 산재보험 적용

표면적으로는 개인사업자이나 실제로는 노동자인 위치인 자를 ‘특수고용노동자’라 하고, 이를 산재법에서는 ‘특수형태근로종사자’ 라 칭함. 이들이 일정액의 보험료를 납부하면 가입/적용시키는 것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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