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8/1월,2월/현장의 목소리] 아직도 투쟁은 진행중

일터기사

아직도 투쟁은 진행중

뉴코아-이랜드 비정규직 투쟁 200일차에 부치는 글

뉴코아노조 조합원, 한노보연 회원 김석원

지난 여름쯤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뉴코아 강남점과 홈에버 상암점 2개점포 점거농성으로 어느 해보다 뜨거웠던 여름을 보내며 ‘일터’에 짤막한 글을 기고하였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계절은 이미 겨울로 바뀌고 해도 넘겼다. 비정규직 계산원의 집단해고와 외주화문제로 촉발된 뉴코아-이랜드 투쟁이 뉴코아노조 기준으로 1월 8일로서 200일을 넘기고 있다. 정규직이 아니어도 좋으니 현재 직접채용 비정규직 지위라도 보장해 달라는 소박한 요구를 이랜드자본은 무자비한 대량해고 및 용역화로 화답하였고, 이에 분개하여 정규직 조합원들까지 투쟁에 나섰다. 일개 유통사업장에서 일어난 문제가 전국적인 이슈로 확대되면서 경영계와 노동계의 대리전 양상까지 보이는 등 실로 2007년의 주요한 사건으로 역사에 기록되리라 본다 

돌이켜보면 참으로 지난한 투쟁이었다. 집행부는 6월말 전면파업에 들어가면서 곧바로 매장 봉쇄라는 강도높은 투쟁전술을 구사하며 조기에 파업을 승리로 이끌어보려 하였고, 얼마 후 유통사업장 초유의 대규모 매장 점거농성까지 결행하였다. 애초 장기간 점거는 계획에 없던 일이었으나 분노한 조합원들은 매장에서 나가는 것을 거부하였고, 결국 2개 매장에서 20여일간 농성이 진행되었다. 비록 점거농성은 경찰의 군홧발에 의한 폭력침탈로 마무리되었지만, 노조의 ‘노’자도 모르던 많은 아줌마 조합원들은 그들의 분노와 요구들을 사회적 이슈로 만들어내는 데 성공하였다. 또한 많은 노동자들이 그들을 지지하며 연대의 의미를 실천으로 깨닫게 되었다. 실제 많은 숫자의 연대대오 동지들이 농성현장에서 연행되었고, 몇 명은 아직도 구치소에 수감되어 있는 것으로 안다.

점거농성이 마무리된 후에도 영업장 앞에서의 집회투쟁은 계속되었다. 그리고 사측도 용역깡패와 구사대로 대항하게 된다. 8월중순부터 9월중순까지 뉴코아, 홈에버, 2001아울렛 등 여러 점포에서 충돌이 일어났고, 대부분이 여성들인 파업대오에서는 많은 부상자가 발생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노동자들의 분노에 찬 목소리는 사그러들지 않았다.

추석 연휴를 앞두고 노사간의 교섭이 이루어지는 듯 했다. 조합은 교섭을 앞두고 미리 예정되어 있던 대규모 동시다발 집회일정까지 보류하는 등 타결을 위하여 최선을 다하였지만 결국 회사의 기만적인 교섭안을 받을 수는 없었다. 이는 추후 평가가 필요한 문제이기는 하지만 당시 3개월을 넘고 있던 파업을 어떻게 해서든 타결해 보려는 집행부의 고민이 드러난 대목이었다. 결국 대규모의 선전전과 불매운동으로 추석을 지나고, 10월에는 그동안 준비해왔던 국정감사 증인 환문이 결정되었다. 그러나 11월 2일 진행된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감사에는 증인으로 소환된 박성수 회장이 해외출장을 핑계로 불참하였고, 환노위 명의의 검찰고발이 이루어졌음에도 불구하고 박 회장은 꿈쩍도 하지 않고 있다. 이 과정 속에서 뉴코아노조 박명수 조합원은 이랜드 본사가 있는 창전동 광흥창역 앞 30미터 높이의 CC TV관제탑에 올라가 한 달 가까이 고공농성을 하였다.

박명수 조합원이 탈진하여 철탑에서 병원으로 후송되고 난 후, 수배중인 뉴코아노조 박양수 위원장과 윤성술 순천지부장은 명동성당으로 들어가 현재까지 성당 안에서 천막을 치고 농성 중이다. 두 사람은 결연한 의지로 이 사태가 수습되기 전까지 결사항전하겠다는 뜻을 밝히고 있고, 많은 연대동지들이 이들의 농성에 결합하고 있다. 또한 이랜드일반노조는 박성수회장이 장로로 있는 서초동 사랑의 교회 앞에 천막을 치고 성탄절과 연말연시를 보내며 현재까지 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보수적으로 알려진 한기총까지 중재를 하겠다고 나섰지만, 박 회장은 사랑의 교회 장로직을 사퇴하며 맞서고 있다.

이 투쟁이 개별사업장의 문제에 국한된 문제가 아님을 깨닫고 있던 많은 노동자들은 이 투쟁에 적극적으로 결합하였다. 민주노총은 대의원대회에서 뉴코아, 이랜드 양 노조의 조합원들에게 생계지원을 하겠다는 유례 없는 안건을 만장일치로 결정하였고, 수많은 동지들이 투쟁 과정에서 다치고 구속되었지만 헌신적인 연대의 힘은 양 노조에게 활력과 희망을 안겨주었다. 투쟁이 장기화되면서 연대 대오의 피로도 극심해져 필자 스스로도 연대 동지들에게 송구스런 마음 금할 길 없으나, 이 투쟁이 승리하는 그날까지 끝까지 지지 엄호해 줄 것을 다시금 당부드린다.
한편 이랜드자본은 파업이 계속되는 속에서도 뉴코아의 핵심매장인 강남점을 매각하였고, 총무, 재무 등의 후방지원부서와 킴스클럽 전체를 외주용역으로 바꾸는 작업을 진행중이라 한다. 기가 찰 노릇이다. 킴스클럽의 계산원문제로 촉발된 파업이 아직도 끝나지 않았는데 이제는 킴스클럽을 통째로 외주화하겠다니…

대선 이틀 전, 뉴코아・이랜드 양 노조의 간부들에게 한 통의 문자가 왔다. 회사의 징계문자였다. 양 노조 통틀어 33명(뉴코아 18명, 이랜드일반 15명)이 해고되었고, 뉴코아 노조의 경우 9명의 간부가 3~6개월 정직조치되었다. 집단해고라는 폭거가 자행된 것이다. 이와 맞물려 연말 전까지 복귀하면 민형사상의 고소고발과 사내 징계를 탕감해주겠다는 미끼를 일반조합원들에게 던졌다. 이제 이랜드자본은 조합간부와 일반조합원들을 분리시키고, 조합을 식물인간으로 만들겠다는 검은 속셈을 거침없이 드러내 보이고 있다. 영업장에서는 회사가 세우려 하는 어용노조와 그 간부들의 실명까지 돌고 있다고 하며, ‘뉴코아살리기 비상대책위원회’라는 관제단체까지 나서서 노동조합 죽이기에 혈안이 되어 있다. 그리고 생활고를 이기지 못해 복귀한 조합원들에게 반성문과 조합 탈퇴를 강요하고 있다. 실제로 많은 조합원 탈퇴서가 전달된 것으로 안다. 유니언샵인 뉴코아노조에서 조합 탈퇴는 그 자체로 논란의 소지가 있지만, 유니언샵 이전 몇 번의 파업 속에서도 90%이상의 가입률을 유지해 왔던 전례로 보아 회사의 압력이 불을 보듯 뻔한 일이다.

무자년 새해가 밝았다. 하지만 우리들의 투쟁은 아직도 현재진행형이다. 생전 가보지 않았던 경찰서 유치장 신세를 지면서도, 구사대의 폭력에 마음과 몸에 시퍼런 멍이 들면서도 뉴코아노조, 이랜드일반노조 조합원들은 아직도 꿋꿋하게 파업현장을 지키고 있다. 장기간의 파업으로 생계문제를 감당할 수 없어 눈물을 머금고 매장으로 복귀한 조합원들도 적지 않지만, 남아 있는 조합원들은 입술을 깨물며 승리하는 그날까지 투쟁할 것을 다짐한다.

유통사업장의 하루 파업은 제조업사업장의 일주일 파업과 맞먹는 파급력을 가지고 있다는 얘길 들은 적이 있다. 파업 중에도 매장은 돌아가지만 그 매장을 이용하는 수백 수천의 소비자들에게 미치는 영향은 흔히 말하는 공장 파업보다 실로 크다는 이야기이리라. 그런 점에서 우리의 투쟁은 이미 절반의 성공을 이루었고, 이제 마지막 고비가 남아 있다고 본다. 기존 쟁점에 해고자 문제가 더하여져 어려움은 보다 커진 것이 사실이지만, 조합원과 집행부 그리고 연대동지들간의 맞잡은 손이 굳건한 한 우리는 승리하리라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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