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8/10월/칼럼] 미국발 금융위기, 그 끝은 어디일까?

일터기사

미국발 금융위기,
그 끝은 어디일까?

공공운수연맹 정책위원장 나상윤

지난해 7월, 주택가격 하락으로 시작된 서브프라임모기지(비우량주택담보대출)의 부실문제가 마치 나비효과처럼 확산돼 미국경제를 위기로 몰아넣고 있다. 위기의 징후는 이제 미국을 넘어 유럽으로 그리고 전 세계로 확산되고 있다. 영국과 독일, 그리고 베네룩스 3국의 금융기관들도 긴급 구제금융을 받고 있다. 세계 자본주의는 어쩌면 1930년대 대공황 이후 최대의 위기에 직면하고 있는 셈이다. 그 동안 신자유주의에 기반해 시장의 완전한 독립과 사유화, 규제완화를 외치던 자본주의 국가들이 민간기업과 은행을 국유화하는 등 노골적으로 시장에 개입하는 아이러니를 보여주고 있다. 시장 만능주의를 외치던 신자유주의가 마침내 종말을 고하는 것일까? 아니 신자유주의의 종말을 넘어 세계 자본주의 체제의 붕괴로 이어질 것인가?

서브프라임모기지 부실사태가 터졌을 때 상황의 심각성을 인지한 미국과 유럽의 중앙은행들이 대규모의 유동성을 신속하게 공급하면서 위기는 한 때 진정될 것처럼 보였고 그렇게 주장되었다. 하지만 위기는 잠시 유예되었을 뿐이었다. 결국 미국 4위의 투자은행인 리만 브라더스는 파산하고, 최대의 증권사인 메를린치는 파산하여 VOA에 인수되었다. 동시에 미국 5위의 투자은행인 베어스턴스, 정부보증의 모기지 회사인 프레디맥과 패니매이, 미국최대의 보험사인 AIG는 미국정부의 구제금융을 지원받으며 사실상 국유화되었다. 이제 미국 1,2위 투자은행인 골드만삭스와 모건스탠리마저 위기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으며, 이를 타개하기 위해 두 기업을 투자은행(IB)이 아닌 상업은행(CB) 또는 은행지주회사로 전환한다는 발표가 있었다. 하지만 미국최대의 저축은행인 워싱턴뮤추얼이 파산한 것은 저축(상업)은행도 결코 금융위기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사실을 보여주고 있다.

한편, 미국정부는 페니매이와 프레디맥에 2000억달러, AIG에 850억 달러를 쏟아 붇고, 다시 부실채권을 정리하기 위해 7000억 달러의 공적자금을 투입하기로 결정했다. 한국의 연간 GDP 보다 많은 1조 달러이상을 공적자금으로 투입한 것이다. 그런데 공적자금 투입은 투자자 보호에 지나지 않으며, 국민의 세금을 동원해서 자본을 도와주는 철저하게 친자본적인 계급정책이다. 이것은 또한 신자유주의 정책의 핵심인 시장만능주의 원리를 부정하는 행동이며 97년 말 한국에서 외환위기가 발생했을 때 미국이 한국에 강요하던 정책과는 정반대라는 점에서 아주 모순적인 것이다.

문제는 이렇게 공적자금을 쏟아 부어도 금융위기가 해소되기 어렵다는 것이다. 신용을 담보로 워낙 복잡한 파생금융상품-이른바 CDO, CDS 등이 만들어지다 보니 부실규모가 얼마나 되는지가 아직도 확인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천문학적인 공적자금의 투입은 미국의 심각한 쌍둥이 적자인 재정적자(이미 10조 달러에 이른다)를 확대시키면서 달러가치를 하락시킬 수밖에 없다. 이 경우 다시 석유를 비롯한 원자재에 투기자본이 몰리면서 가격상승을 초래할 것이라고 예측되고 있다. 즉 세계자본주의 경제는 악순환으로 내몰리고 있는 것이다. 특히 일부 진보적인 학자들이 주장하는 바와 같이 미국의 이윤율이 2010-12년 경에 최저수준으로 하락할 것이라는 전망과 맞물려 미국경제에 대한 세계경제의 동조화현상을 고려하면 세계자본주의는 대공황으로 진입하고 있다는 분석이 설득력을 가진다.

성장률 하락과 실업률의 급격한 증가 등에서 보여주듯이 세계 경제를 견인하는 미국경제의 추락은 끝이 없다. 경상수지 적자와 재정적자로 최대의 채무국인 미국의 몰락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이다. 문제는 자본과 자본주의 패권국가가 자신의 몰락을 순순히 받아들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역사는 대공황시기에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를 기록하고 있다. 경제적으로는 독점이 강화되면서 민중은 실업과 빈곤으로 인하여 생존의 위기가 심화되지만 정치적으로는 자본의 광기가 파시즘으로 전화하면서 인간의 집단이성을 마비시킨다. 경제적 위기탈출을 위해 유효수효를 창출하려는 다양한 시도가 나온다. 그러나 신용위기가 실물경제의 위기로 전환되면 마땅한 정책수단을 찾기가 쉽지 않다. 경제적 수단의 궁핍은 정치적 수단에서 해결책을 찾도록 한다. 그런 점에서 전쟁은 정치적이면서 동시에 아주 매력적인 유효수요 창출수단이다. 더군다나 석유공급이 더 이상 늘어날 수 없는 정점인 피크오일(PEAK OIL)이 도래하면서 에너지 위기를, 환경오염과 기상이변은 식량위기를 가중시킬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광기와 야만의 시대가 전면적으로 도래할 가능성은 더욱 높아지고 있다. 적어도 사회변혁운동이 제대로 대응하지 않는다면 말이다. 지나친 상상일까?

3일터기사

댓글

댓글은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정보통신 운영규정을 따릅니다.

댓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