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8/11월/기획 – 현장 안전보건일상활동 들여다보기] 물질안전보건자료(MSDS) 편

일터기사

물질안전보건자료(MSDS) 편

어느 날부터 일을 하다보면 사용하는 물질에서 냄새가 나고, 머리가 띵하고, 몸이 좋지 않다면 무엇부터 살펴야 할까? 이러한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으나, 우선 자신의 작업과 관련된 물질이 무엇인지 살펴보고, 어떠한 건강상의 문제를 만들 수 있는지 찾아보아야 한다. 물질의 구성과 위험성을 알 수 있는 가장 간편한 방법이 물질안전보건자료를 보는 것이다. 때문에 산업안전보건법은 물질안전보건자료의 작성 및 비치를 의무화하고 있다.

이럼에도 사업주의 의무 방기와 작업자의 무관심으로 인해 대부분의 현장에서는 작업자가 자신이 취급하는 물질에 대해서 알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사업주가 책임을 다할 것을 촉구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현장 작업자의 관심이 중요한 대목이기도 하다. 이번호에 소개할 활동은 작업자가 사용하는 물질에 대해서 꾸준한 관심을 가지고 개선활동을 하는 현장모임의 활동이다. 노동조합으로부터 특별한 지원도 없이 때로는 거북한 위치에 있음에도 어떻게 활동을 꾸준히 진행하였는지, 이러한 활동이 왜 중요한지를 살펴보자

취재․정리: 한노보연 선전위원 김재광

경기도에 위치한 완성차 제조업 K사업장은 독특한 현장모임이 있다. 현장모임의 이름은 현장환경개선연구회(이하 연구회)이다. 얼핏 이름만 보면 노동조합의 산하 기구이거나, 노사 합동의 위원회라는 생각이 들지만 노동안전보건에 관심을 가진 현장 노동자의 자발적인 현장모임이다.

연구회는 안전보건의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 그전부터 아름 아름 안전보건 활동을 하던 현장조합원들을 중심으로 정식으로 2000년 초 결성되었다. 현장에서 발생하는 안전 보건의 문제가 노동조합만의 문제가 아니며, 현장의 노동자와 노동조합이 함께 고민하고, 개선하기 위함이 결성의 배경이라고 한다. 운영에 있어 회원의 회비 등으로 운영하고 따로 노동조합으로부터 지원을 받고 있는 지 않다. 모든 노동안전보건 관련 활동의 기본은 현장조합원으로 나오는 것이라는 기본적 철학을 가지고 있다. 현재는 안전보건과 복지의 문제를 중요한 활동 범위로 하고 있다.

연구회는 독자적인 유인물을 통하여 현장의 노동자들에게 문제를 전하기도 하고, 개선에 관한 행동을 취하기도 한다. 따로 홈페이지(www.health.nodong.net)도 만들어서 안전보건 관련 각종자료도 올리고 상담도 진행한다. 홈페이지에 가보니 현장에 도움될만한 자료가 쏠쏠하다.

연구회는 여러 활동을 하고 있지만, 그 중에서도 현장 사용 물질에 대한 남다른 관심을 가지고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다. 이러한 활동을 통해 스스로 물질안전보건자료(MSDS)체크 리스트, 자료목록 등을 만들기도 하였다. 이러한 자료들은 홈페이지를 통해 누구나 접할 수 있다. 물질안전보건자료에 관한 활동의 시작은 문제를 그냥 넘기지 않았던 현장에 대한 관심이었다. 99년 10월 경 조립라인의 한 조합원이 손이 갈라지고 허물이 벗겨지는 일이 있었다. 원인을 따지고 보니 취급하는 오일의 문제가 유력했다. 사측에게 물질안전보건자료를 요구하였더니 별것이 없었고, 무려 4개월 동안 대학기관 등을 쫓아다니면서 결국 문제를 밝혀내었다. 당시 조합원은 작업을 전환하고, 치료비 전액을 사측으로 받았다. 이후 이 일을 계기로 꾸준한 관심과 행동을 하게된다. 처음에는 전문용어가 많고 거기다 영어로 되어있어 적지 않은 어려움을 겪었다. 그러나 포기하지 않고 때로는 전문가를 찾아다니고, 공부하였다. 이참에 현장 노동자가 최대한 이해하기 쉬게 접할 수 있도록 책자를 만들자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이 결과로 약 5년간의 노력 끝에 물질안전보건자료(MSDS) 작성 요령이라는 책자를 만들게 되었다. 전국을 통틀어서 현장노동자가 스스로 만든 MSDS관련 자료로는 유일할 것이다.

MSDS에 대한 관심과 활동으로 현장에는 의미 있는 변화가 생겼다. 작업현장에서 새로운 물질을 사용하려면 노동조합의 노동안전실과 해당 부서 담당 대의원 및 부서 산안위원으로부터 사용 여부를 검토 받아야 한다. 해당 물질이 독성이 어떠한지, 적정한 환경장치 설치여부, 저 독성 물질로의 교체 가능 여부 등에 대하여 사전 평가한다. 검토 이후 작업자를 상대로 물질정보에 대한 정보를 1시간 가량 교육시키고 테스트를 할 수 있다. 교체 가능한 물질이 있으면 교체하는 것이 노사합의 사항으로 되어있다. 조합원 들 역시 노동조합 등의 사전 검토와 승인된 물질만 현장에서 쓸 수 있다는 인식을 하게 되고, 이러한 절차 없이 들어온 물질에 대해서는 노동조합 등에 검토를 요구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연구회는 여러 자료나 정보 등의 도움을 주고 문제를 제기한다. 연구회 활동가는 중요한 것은 현장의 관심이라고 강조한다. 이러한 제도가 있다 해서 모든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담당 대원이 무성의하면 고스란히 조합원의 피해를 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믿고 맡기는 것도 무관심은 다른 것이다.

이러한 노력에 결과로 조립라인의 경우 작업시간에 페인트나 용접 등 조립 라인에서 발생해선 안되는 냄새가 발생하면 오히려 사측이 나서서 라인을 중단하고 환기를 한다고 한다. 조립라인에서 냄새가 나면 사측 안전팀은 초비상이란다.

연구회의 성원과 인터뷰 내내 연구회의 활동가에서 ‘곤조’가 느껴진다. ‘곤조’가 없었다면 10여년이 넘게 현장활동하기란 쉽지 않았을 것이다. 자발적인 현장모임이 말처럼 쉬 문제인가? 처음에 연구회가 결성될 때는 많은 수가 참여했었는데 현재는 5명만 남았다고 한다. 활동을 통해 어느 정도의 전문성을 가지게 되면 회원들 중에서는 노동조합 노안실에 가서 일하기도 하는데 나중에 돌아오는 이가 적다고 한다. 왜 그런지 자꾸 캐물으니 같이 활동을 했더라도 노안실에 가서 활동이 소극적이면 여지 없이 비판을 했더니 그렇단다. 비판의 내용과 정도에 대해 알 수는 없으나, 연구회의 활동의 기준이 인맥보다는 현장 노동안전과 보건이라는 것이 강하게 느껴지는 대목이다.

취재를 말미에 전국의 현장에 노동자에게 전하고픈 말을 부탁하니 이렇게 말한다 “A라는 상품을 만들기 위해 생산설비 투자비가 100억 이라고 생각해봅시다. 그러나 자본은 75억 으로 생산설비를 만들어 생산할 수 있습니다. 어떻게 가능하겠습니까? 그것은 노동자들의 기본권리인 작업자에 대한 안전, 보건상의 조치 부분을 누락시키고 오직 상품을 생산할 수 있는 부분의 생산설비만을 들여왔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이것을 자본이 우리 노동자들의 건강권 착취라고 생각합니다. 사고수습도 중요하지만 산안법에 있는 우리 노동자들의 기본권리 쟁취를 위한 노안 활동을 하였으면 좋겠습니다.”

안전보건에 대하여 많은 활동가들은 접근하기 어려워하는 것이 현실이다. 전문용어와 적지 않은 법령 등이 접근을 어렵게 하고 있다. 그러나 꾸준한 관심과 행동은 이러한 어려움을 극복하고 자신의 것으로 만들 수 있다는 가능성을 K사업장의 현장환경개선연구회로부터 얻을 수 있었다. 취재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전국의 안전보건활동가들이 자발적이고 꾸준한 현장모임을 만들어 활동한다면 얼마나 좋을까하는 생각을 해본다. 어느 조직보다 노동자건강권의 튼실한 지킴이 바로 현장의 노동자 조직이지 않겠는가.

4일터기사

댓글

댓글은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정보통신 운영규정을 따릅니다.

댓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