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8/5월/반도체 노동자에게 드리는 글] 참! 지랄 같은 세상이다!

일터기사

참! 지랄 같은 세상이다!
이 글은 지난 4월 25일 기흥공장 앞에서 정애정씨가 낭독한 것입니다.
글을 쓰신 정애정씨는 기흥공장 생산직으로 근무하셨고,
같은 공장 설비 엔지니어로 일하던 남편 고 황민웅씨는 30세의 젊은 나이에 백혈병으로
세상을 떠났습니다.

나는 과학적으로나 논리적으로 유식하게 말을 하지 못한다.
다만 10여년 넘게 기흥라인에서 일한 경험과
7여년 넘게 기흥라인에서 열심히 일하다 백혈병에 걸려
9개월 동안 병마와 싸우다 고통속에 사망한 남편을
간병한 경험으로 말할 뿐이다.

사람목숨을 파리 목숨처럼 취급하고
그 파리 목숨도 자신들의 사리사욕에 걸림돌이 된다면
권력과 재력으로 억압하는 그들이다.
하찮은 파리 목숨에 권력과 재력을 과시하다니 참!
코미디가 아닐 수 없다.

집에서 일하다 앞치마를 두르고 나온 이들 앞에,
현장에서 일하다 작업복을 입고 나온 이들 앞에
그들은 철갑옷과 창과 방패로 무장하고 맞서고 있다.

우리는 싸우자는 것이 아닌데
그들은 방어책을 펴느라 정신이 없는 것 또한
한편의 코미디 같다.

그들은 대체 무엇이 두려워
동료들의 함구를 요구하고
유가족들의 동태를 살펴
돈이라는 종이 쪼가리로 입막음을 하려하는지 …
논리적이고 법적 대응만을 고집하는 고매하신 그들에겐
격 떨어지는 행위가 아닐 수 없다.

한참 인생의 전성기를 펼쳐야할 2,30대에
백혈병으로 집단 사망하고 있다.

이들은 교대근무와 악조건의 환경에서도
자부심과 긍지를 가지며
노동의 댓가로 월급받으면서 가정을 꾸려갔던
건강한 사람들이었다.

이 젊은 사람들이 병이 들어 사망에 이르기까지
그들은 노동자의 피땀과 목숨을 밑밥으로
자기들의 창자를 채우고
비자금까지 조성하고 있으면서
뭐눈에는 뭐만 보인다고,
유가족들을 돈에 환장한 x로 몰고 있으니
이 또한 코미디의 명장면이 아닐 수 없다.

여러분은 알아야 할 것입니다!!
청정라인의 주연은 웨이퍼이고, 조연은 현장근로자인 것을….

웨이퍼 작업사고가 나면
원인의 진상을 밝히기 위해 비상근무에 돌입하지만
작업자가 다치거나 병에 걸리면
은폐하기에 급급한 그들이다.

안타까운 것은 지금도
사람에겐 유해하고 웨이퍼에는 무해한 현장을 반대로 생각하고
어떤 이들의 배만 불려주며,
라인에 들어서자마자 코를 찌르는 독한 화학약품의 냄새도 잊고,
높은 압력 때문에 코피나고 다리가 팅팅붓고,
생리불순에 불임, 유산, 각종 피부질환, 심지어 백혈병 사망까지
개인질병으로 취급하는 회사에 복종하며
노동자의 인권이 뭔지,
노동자의 인권이 유린당하고 있는지가 뭔지도 모른채
열심히 묵묵히 일하고 있다는 것이다.

삼성은 새겨 들어야 할 것이다!!

삼성은 “또 하나의 가족”이라는 copy가 부끄럽지 않기 위해서라도
한때 삼성가족으로 착각하며 몸바쳐 일하다
먼저 떠난 젊은 영혼들에게
머리 숙여 깊은 사과를 하고
진상을 규명하는데 적극 동참하고 협조해야 할 것이며
산재인정도 반드시 따라야 할 것이다.

아빠의 부재를 느껴가기 시작하는 6살 아들과
아빠의 얼굴도 한번 본 적 없으면서 사진을 보며 ‘아빠’라 하고
친구들이 말하는 아빠 소리에
‘나도 아빠 있다’며 말하는 4살된 딸을 보면
피를 토하고 절규하고 싶은 마음 숨길 수 없으나

아직은 법이 있는 나라이기에
가정파괴범과 살인자들을 그냥 놓아두질 않으리라는 희망에
한가닥의 기대를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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