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8/5월/작업환경과 노동자] 도시환경/시설 노동자

일터기사

도시환경/시설 노동자

한노보연 회원, 노무법인 필 김재광

이번에 만나 볼 노동자들의 작업장은 바로 우리들의 일상 생활공간입니다. 거리에서 종종 이 분들을 만날 수 있는데요, 도로를 보수하고 하수도를 관리하고 쓰레기를 수거해가고 길거리를 청소하고 공원을 관리하시는 분들, 바로 우리가 쾌적한 환경에서 살아갈 수 있도록 도시를 유지하고 관리하시는 분들입니다. 이 분들이 하루라도 일손을 놓으면 도시가 완전히 마비될 수도 있습니다. 도시에서 살아가는 우리들에게는 마치 공기와 같은 분들이죠. 그렇다면 공기와 물 만큼 이분들도 그런 대우를 받고 있을까요?

재활용/수거 작업

주로 새벽에만 일을 하셔서 직접 본건 이번이 처음인데요, 정말 힘든 육체노동입니다. 움직이는 차에 올라타고 뛰어 내리는 것도 굉장히 위험합니다. 적하장에서 쓰레기를 쏟아 놓을 때는 정말 아찔합니다. 왜 이렇게 위험하게 일을 할까 의아하기도 합니다. 원인은 다 시간에 쫓기기 때문입니다. 맡은 구역에서 나오는 쓰레기를 그날 그날 어쨌든 다 처리를 해야 하는데, 일은 많고 사람은 적으니 위험하게 일할 수 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먼지도 많이 나고 오물도 묻고 그럴 것 같은데, 탈의실이나 샤워장 같은 시설은 되어 있을 지 궁금해집니다. 노동조합에서 조합원을 대상으로 조사를 한 적이 있습니다. 50% 정도가 휴게실이나 샤워실이 없었습니다. 심지어 40% 정도는 화장실도 없었구요. 안양시의 경우도 대기실이 없어서 새벽에 길거리에서 추위에 떨면서 수거차를 기다리고, 일이 끝날 때까지 아침식사조차 못하고 일하던 차림 그대로 집으로 돌아가는 노동자들도 많다고 합니다.

사고 위험은 더 심각합니다. 전체의 정확한 자료가 없기는 하지만, 최근 2년 동안 시설관리공단 지부 노동자 7명이 교통사고로 사망했다고 합니다. 노동자들이 일할 때 가장 시급하게 해결해야 할 문제로 꼽고 있는 것이 이 교통사고에 대한 대책입니다. 화면에서 보았던 노동자 중 한분은 쓰레기차에 치여서 산재요양을 하고 복귀한 지 얼마 안 됐다고 합니다.

산더미 같은 쓰레기를 던져 올리는데, 근골격계 질환도 심각합니다. 전체 응답자 82.6%가 10킬로그램 이상의 중량물을 다루고 있었고, 20킬로그램 이상의 극도로 무거운 물건을 다룬다고 응답한 경우도 30%나 되었습니다. 근골격계 증상을 묻는 설문에 응답한 조합원의 80% 가까이가 목과 어깨 통증을 호소하고 있었습니다. 100리터 짜리 쓰레기 봉투가 없어져야 한다는 말씀도 많이 들었습니다.

사고와 각종 질환은 구조조정과 무관하지 않습니다. 지방자치단체 업무 중에서 환경미화 부분이 민간위탁이나 외주 하청이 가장 많이 진행된 부분입니다. 경기도의 경우 47.0%가 민간위탁이나 외주로, 10.8%가 하청으로 바뀌었다고 합니다. 이는 당연히 비용절감을 요구하는 것이고, 이로 인해 충분하지 못한 인원으로 더 많은 일을 하려니 각종 사고와 직업병에 시달리게 될 수밖에 없습니다.

도로정비/보수

도로 정비는 뜨거운 여름이건 추운 겨울이건 도로에서 이루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특히 아스팔트를 새로 깔고 다지는 작업을 하다보면 알게 모르게 화상을 입기도 하고, 특히 작업을 하다가 넘어지기라도 하면 화상의 정도는 심각합니다. 아스팔트의 원료는 석유찌꺼기인데 이것이 어떠한 성분인지, 어떻게 유해한지 작업자는 알 수가 없습니다. 실외 작업으로 인하여 유해물질들에 대한 관리가 전혀 되고 않지 있다는 걸 볼 수 있었습니다.

하수도 정비/보수

하수관에 문제가 생기면 한 명 정도가 간신히 들어갈 수 있는 좁은 하수관 속으로 기어들어가서 일해야 합니다. 당연히 악취도 말도 못하게 심합니다. 상용직 조합원들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를 해보면 ‘악취’를 가장 나쁜 노동조건으로 꼽고 있습니다. 하수도 준설을 하고 있으면 종종 악취가 난다고 민원이 들어온다고 하는데요, 그 속에 들어가서 일을 하는 노동자들에게는 그 악취가 얼마나 더 심하겠습니까. 악취는 이비인후과나 안과 질환을 일으킬 수 있습니다. 비단 하수관에서 일하시는 분들 뿐만 아니라, 도시정비/관리 노동자 대부분이 춥거나 더운 대기환경, 먼지, 황사, 오존, 소음 등 유해한 도심의 대기 환경에 일상적으로 노출된 채 일하고 있습니다. 아무런 보호구도 없이 아주 오랫동안 일을 해왔습니다. 그런데 이러한 작업환경은 안과 질환이나 이비인후과 질환, 호흡기 및 심혈관계 질환의 위험요인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실제로 서울시 상용직 노동자에 대한 설문조사에서 50% 이상이 눈 따가움이나 시력 저하와 같은 안과 질환을 호소하기도 했습니다.

서울시 같은 경우는 황사, 오존 등 기본적인 대기환경 물질에 대한 오염 측정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따라서 대기 오염 지수가 일정 기준을 넘어가면 작업을 중지하도록 할 필요가 있습니다. 또한 적정 온도 이상이나 이하에서도 작업을 중지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런 근무기준을 마련하려면 우선 먼저 작업환경에 대한 조사가 이루어져야 합니다. 직무별로 작업환경 측정을 수행하고 이를 기반으로 필요한 보호구와 장비를 지급해야겠습니다.

하지만 보다 중요한 것은 그런 보호 장구를 실제로 착용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입니다. 노동자들이 보호구를 하지 않는 가장 큰 이유는 보호구를 하면 충분히 빨리 일을 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그것을 노동자들은 불편하다고 표현합니다. 편하게 착용하고 일을 할 수 있도록 보호구를 개선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노동강도를 완화하는 것입니다. 인력충원을 해서 노동자들이 보호구를 착용하고 일을 할 수 있는 여유를 마련해주어야 한다는 겁니다.

녹지 관리

관련 업무 노동자들은 84%가 하루 중 4시간 이상 서서 일하고, 50% 이상이 하루 중 4km 이상을 걷습니다. 그리고 45% 정도는 20kg 이상의 중량물을 취급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기립 노동과 보행과정, 중량물 취급과정은 육체적 하중을 집중하게 하고 이로부터 근골격계 질환이 쉽게 발생할 수 있는 겁니다.

의외로 몸이 아파도 치료를 받지 않는다는 분들이 많습니다. ‘일이 바쁘고 내가 빠지면 동료들의 일이 많아지기 때문’이었다(43%). ‘해고나 임금상의 불이익 걱정 때문에’ 라고 대답한 경우(6%)까지 포함하면 약 절반의 경우가 직장의 문제 때문에 치료를 받지 못하는 겁니다. 또한 15%의 경우에는 치료비가 부족하다는 경제적인 이유로 치료를 받지 못했습니다. 실제로 몸이 아파서 조퇴나 결근, 휴직을 한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 증상이 있었던 노동자들 중 28%만이 ‘있다’고 답변하여 대부분의 노동자들은 몸이 불편해도 일을 쉴 수 없음을 보여주었습니다.

노동자에게 노동환경은 건강과 직결됩니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용자들은 개인의 질병은 그 자신의 잘못된 생활 습관이나 유전적 원인 때문이라고 주장하면서 노동자들이 건강하게 일할 수 있는 작업환경을 만드는데 관심을 기울이지 않습니다. 노동자는 일한 만큼 임금을 보장받을 권리를 가지고 있을 뿐 아니라, 건강하게 일할 권리가 있습니다. 그것은 노동자에게 건강한 육체와 정신만이 생존의 유일한 수단이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노동과정이 유해한 환경이라면 사용자에게 당연히 이를 시정하고 개선하도록 요구하여야 합니다. 이 일을 할 수 있도록 노동자들이 스스로를 조직하는 일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기라는 생각이 듭니다.

마치며

방송 촬영 등의 제한으로 도시환경/시설 노동자의 다양한 업무를 모두 취재하지는 못하였습니다. 앞서 밝힌 것과 같이 도시환경/시설 노동자의 노동은 마치 물과 공기와 같아 한시라도 존재하지 않으면 우리 모두가 정상적 생활을 영위하지 못합니다. 깨끗한 거리, 잘 다듬어진 가로수, 가끔 들러보는 인근공원, 말끔히 다듬어진 도로, 공공주차장, 잘 흐르는 하수도 모두 당연한 것처럼 보이지만, 모두 이들 노동자들의 노동을 통해서만 가능하다는 것을 잊지 마세요. 또 하나, 이들 노동자들의 노동환경이 바로 우리의 삶과 직결된다는 사실 역시 잊지 마세요. 다음호에 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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