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8/6월/현장의 목소리] 56일째 총파업 중인 비오이하이디스에선 지금까지 무슨 일이?

일터기사

56일째 총파업 중인
비오이하이디스에선
지금까지 무슨 일이?

전국금속노동조합 비오이하이디스지회 교육선전부장 김홍일

전국금속노동조합 경기지부 비오이하이디스지회는 경기도 이천에 위치하고 있다.

경기도 이천은 쌀과 도자기로 대표된다. 수도권임에도 불구하고 전원도시에 가까운 경기도의 변방(?)이다. 때문에 별도의 공단이나 제조업이 위치하지 않은 이천 경제는 하이닉스반도체로 대표되고 있다. 심지어 하이닉스반도체 공장의 증설을 위해 비대위를 구성하고 이천 시장 이하 수 백명의 시민이 단체로 삭발을 감행하고 정부 종합청사에서 관련법의 개정을 촉구하는 집회를 하고 도로 점거 등을 했다.
이천을 관통하는 3번 국도변이 하이닉스 증설을 위한 현수막으로 도배되는 등 수개월동안 이천 전체가 하이닉스 공장의 증설을 위한 몸살을 앓았다. 결과는 이천 공장의 증설이 이루어지지 않고 청주공장이 증설되는 것으로 방향이 정해졌지만 이 사건은 이천에서 하이닉스 반도체가 차지하는 비중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건이었다.

하지만, 이런 하이닉스반도체도 이천 경제의 발목을 잡았을 때가 있었다. 지금은 한해 수조원의 순이익을 내기도 하는 곳이 되었지만, IMF 구제금융 시기 이후 하이닉스반도체(구, 현대전자)는 계륵과 같은 존재였다. 반도체 산업 중복투자로 인해 경쟁력이 없다고 생각한 김대중 정부는 국내 3사이던 반도체 생산업체를 삼성, LG, 현대에서 빅딜을 통해 삼성, 현대 2개사로 재편하게 된다. 빅딜과정에서 과도한 채무를 가지게 되고 연이어 현대그룹의 유동성위기와 반도체 값 폭락으로 현대전자는 워크아웃에 돌입하게 된다. 한 해 수천억원의 적자를 기록하게 되고 현대전자 주식을 휴지조각 취급을 받을때가 있었다. 당연히 현대전자로 인해 이천경제도 큰 타격을 받게 되었다.

이런 와중에 채권단의 비반도체 부분 매각작업으로 반도체 생산 부분을 제외한 모든 사업부가 현대전자를 살리기 위해 매각되게 된다. 현대전자는 이런 과정에서 순수하게 반도체 기업이란 정체성을 가지기 위해 하이닉스반도체란 이름으로 개명하게 되고, 분사와 매각을 통해 30개 이상의 회사로 분할하게 된다. 물론, 다수의 기업들이 홀로서기에 성공하지 못하고 부도와 재매각 절차를 밝거나 파산절차를 밟게 된다. 비오이하이디스는 이런 하이닉스 반도체에서 2001년 분사한 사업장이다. 비오이하이디스는 최초 현대전자 LCD사업본부였다. 현대전자에서 LCD사업을 매각하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하이디스란 이름으로 분사하게 된다. 하이닉스에서 떨어져 나온 사업장들은 대다수가 아미리 산 136-1번지 현재위치에 그대로 존재하면서 자연스럽게 공단을 형성하게 된다. 아미공단이라고도 하고 하이닉스단지라고도 한다. 비오이하이디스는 그 업체 가운데 하이닉스, 스태츠칩팩코리아에 이어 3번째로 매출액과 사원수가 많은 사업장이다.

비오이하이디스는 몇 가지 불명예스러운 기록을 가지고 있는 사업장이기도 하다. 2001. 07 하이닉스반도체로부터 분사한 이후 계속되는 하이닉스반도체의 유동성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그들이 가진 100%지분을 중국 BOE그룹에 매각하게 된다. 2003. 01 중국BOE그룹이 100%지분을 인수하면서 회사이름은 비오이하이디스로 바뀌게 된다. 대한민국 1000인 이상을 고용한 대기업 가운데 최초로 중국에 매각된 기록을 가지게 된다. 쌍용자동차가 중국 상하이기차에 매각되기 수개월 전이었다. 또한, 첨단 IT기업중 최초로 중국에 매각된 기업이기도 했다. 매각될 당시만 해도 중국은 TFT-LCD사업에 대해 전혀 문외한이었다. 이는 하이디스를 인수한 비오이 역시 마찬가지 였다. 첨단 기술의 중국유출을 우려한 일부 여론이 있었지만 오히려 LCD부품사들이 중국에 진출할 수 있는 좋을 기회쯤으로 치부되고 말았다. 인수과정 역시 이해되지 않는 부분들이 있다. 인수대금현장의목소리 3억8천만 달러 가운데 2억1천만 달러는 산업은행등의 국내은행이 신디케이트론을 받아 조달하고 순수하게 중국 자본이 감당하는 돈은 1억 7천만 달러에 불과했다. 2억1천만 달러의 신디케이트론은 비오이하이디스가 고스란히 부담해야할 부채로 떠 넘겨졌다.

나머지 하나의 불명예스런운 기록은 외국인 투자기업으로서 세금등의 특별한 혜택을 누리던 기업 가운데 최초로 법정관리에 들어간 기업이다. 비오이가 하이디스를 인수한 2003년만 해도 비오이하이디스는 한 해 매출 7965억원에 영업이익만 961억원에 달하던 건실한 기업이었고 고용인원도 2000명에 달하던 지역과 국가 경제에 이바지 하던 첨단 대기업이었다. 하지만 비오이가 인수하고 경영한지 3년 8개월 만에 회사는 법정관리에 들어가게 되었고 당시 부채비율만 20,000%가 넘었다. LCD산업은 사업의 특성상 꾸준한 시설투자가 이루어져야 하는 부분이다. 삼성의 탕정공장이나 LG의 파주공장이 모두 대단지 LCD공장인 이유가 여기에 있다. 하지만 이들에 이어 국내 3위의 LCD기업인 비오이하이디는 중국에 팔린 이후 전혀 시설투자가 이루어 지지 않았고 오히려 중국 공장만 신설하게 된다. 그것고 국내에 있는 우리 첨단 기술력과 인력에 의해서. 2007년 작년만 해도 중국 비오이공장은 1000억원 가까운 영업이익을 달성하고 있다. 국내 비오이하이디스는 법정관리 상태로 적자에 허덕이고 있는 동안……

흔히 우리가 알고 있는 먹튀들의 전형은 싼 값에 사서 회사 이익분을 배당형태로 받아가거나 유상증자 형태로 자본의 배만 불린 다음에 구입한 값 보다 훨씬 비싼 값에 회사를 되팔거나 아니면 정리하고 도망가는 것을 말한다. 하지만 중국 비오이자본은 또 다른 먹튀의 유형을 보여 주고 있다. 첨단 기업의 기술을 훔쳐가는 것이다. 돈을 먹는 것이 아니라 기술을 먹고 튀는 것이다. 비오이로 인해 중국은 한국과의 LCD산업 기술 격차가 2년 이내로 좁혀졌다고 평가하고 있다. 기술유출 결과로 한쪽은 법정관리 다른 쪽은 영업이익 1,000억원의 기업으로 극명하게 엇갈리는 것이다. 노동조합은 당시 기술유출의 책임을 물어 당시의 한국, 중국인 경영진을 검찰에 고발한 상태이다.

2003년 매각당시도 하이디스에 노동조합은 있었다. 하지만 당시 매각과정에서 별다른 합의서를 이끌어내지 못했다. 노사협의회를 통해 50%의 격려금을 받고 임단협 승계와 고용보장 2년을 약속 받은 것이 전부였다. 때문에 이후 중국에 대한 투자나 국내투자가 전혀 없는 것에 대해 노동조합 차원에서 문제제기할 수 있는 법적인 근거가 전혀 마련되지 않았었다.

2004년 현재의 지회장이 당선되면서 상급단체를 민주노총으로 변경하고 이후 금속노조로의 산별전환까지 결의하게 된다. 이후 회사의 기술유출과 구조조정을 막기 위해 노력했지만 시기적으로 회사가 기사회생하기에는 너무 늦었다. 2006. 09. 법정관리 돌입하게 되었다. 이후 임금은 아직 오르지 않고 있고 2,000명 가까이 되던 인원은 1,200명으로 줄어들었다. 당연히 상대적인 노동강도는 강화되었고 남들은 주5일제로 인해 쉬는 시간이 늘어났다고 하는데 우리는 아직 3조3교대 근무에 일년 365일 근무체계를 고수하고 있다.

법정관리 돌입 이후 하위직급 임금의 경우 법정최저임금을 밑돌게 되자 사측은 해당인원에 한해서 임금을 인상하게 되고 입사 1년차부터 4~5년차까지 기본급이 동일한 웃지 못할 일도 지금 벌어지고 있다.

법정관리 상태에서 회사는 제 3자 유상증자방식을 통한 M&A를 통해 법정관리 탈피를 준비해왔다. 2007. 09. 매각공고를 시작으로 매각절차를 진행해 최종적으로 대만 PVI컨소시엄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어 본 계약을 체결하고 유상증자대금도 모두 입금이 되어 채권단에 이미 지급까지 마친 상태이다.

비오이하이디스 지회에서는 2007. 09.부터 1) 07년 임금인상 2)중앙, 지부집단 교섭 참가 3) 매각요구안 등의 3대 요구를 걸고 주 1회 사측과 2007년 대각선 교섭을 진행해 왔다. 매각요구안의 경우 노동자들의 고용보장을 비롯해, 제 2의 비오이사태를 막기위해 기술유출 방지, 위로금 지급 등의 10가지 항으로 구성되어 있다. 하지만 사측은 30차례 이상의 교섭을 진행하는 동안 07년 임금 동결, 집단 교섭 참가는 차후 논의, 매각요구안 교섭불가의 원론적인 말만 되풀이 하고 있다.

사측의 입장에 인내하면서 끝까지 설득을 포기하지 않던 지회는 더 이상 입씨름이 의미 없다고 판단하여 2008. 4. 11 전면적인 총파업에 돌입했다 2008. 06. 06 기준으로 총파업 일수는 57일차에 다다르고 있다. 680명 조합원 70%이상이 여성이고 그 가운데 400명 이상이 참가하고 있는 강고한 총파업에 대해 사측은 불법이라고 매도하면서 쟁의행위금지가처분을 법원에 신청했다. 2007년에 지회조합원 총회에서 압도적인 결의로 쟁의행위가 가결되고 지방노동위원회의 조정까지 걸친 쟁의행위이다. 법원이 ‘회사매각관련요구안을 우선협상대상자로 하여금 수용하게 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쟁의행위를 하여서는 아니된다’라고 판결함으로 07년 임금이나 지부 집단 교섭 참가, 사측에 대한 매각 요구안 수용요구는 정당성을 확보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측은 지회 간부 20명에게 징계해고를 내리고 파업 참가하는 450명 조합원들에게 6월 30일 자로 복귀하지 않으면 해고하겠다는 예고 통보까지 우편으로 마친 상태이다. 더 어처구니 없는 것은 파업참가 조합원들을 대상으로 6월 1일 자로 후생복지부분에 대한 지원중단을 통보해왔다. 후생복지부분은 기숙사, 식당 등이 포함되어 있다. 노동자의 생존권에 대한 탄압뿐 아니라 인간의 기본권인 먹고 자는 권리까지 탄압하고 있는 것이다.

90년대 후반 구제금융시기를 거치면서 국내의 많은 사업장들이 외국인 투자를 촉진한다는 명목으로 수없이 해외로 매각되었고 또한 지금도 매각되고 있다. 10여 년 시간이 지난 지금 이로 인한 수많은 부작용과 병폐가 드러나고 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노동계와 일부 정치권에서도 관심을 가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비오이하이디스로 인해 산업기술 유출 방지법 등이 만들어진 것이 그 일례일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는 한 방편일 뿐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지는 못한다. 법정관리 돌입 이전 기술 유출 시비가 일었을 때나, 법정관리 이후 매각과정에서 해외로의 기술유출의 우려가 부각되었을 때 노조가 만나본 정부나 정치권 관계자가 이구동성으로 했던 말은 “이것을 막을 수 있는 곳은 노동조합 밖에 없다.” 였다. 노동조합이 이를 막아주어야 한 다는 것이었다. 뒤집어 해석해 보면 이는 자기들의 의무를 방기하겠다는 말로도 들린다. 어이없지만 사실로 현장의목소리 | 56일째 총파업중인 비오이하이디스에선 지금까지 무슨일이?들린다. 어차피 그들에게 기대하지는 않았다. 기업이 죽을 때도 노동자들을 희생양으로 삼고, 살아남기 위해서도 그들은 노동자들을 희생양으로 삼는다.

잘못된 매각으로 인한 기업의 부실은 곧 노동자들의 죽고 사는 문제로 직결된다. 비오이하이디스는 공교롭게도 두 번씩이나 중화권에 매각되는 경험을 하게 되었다. 한 번은 당했지만 두 번은 당하지 않기 위해 비오이하이디스 지회는 이번 2007 대각선 교섭의 가장 중요한 요구인 매각 요구안을 관철시키기 위해 목숨을 건 투쟁을 전개하고 있다. 많은 연대와 지지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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