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8/8월/노동자의 시] 삶은 변한다

일터기사

삶은 변한다

현대중공업사내하청지회장 조성웅

하루 종일 불안하다

몸이 너무 아파 무단결근 한 날
새벽까지 분노로 찌들다가 숙취에 끝내 일어나지 못하고 무단결근 한 날
오늘은 정말 일하기 싫어서 무단결근 한 날
하루 종일 불안하다
무엇을 해도 검은 그림자처럼 불안은 몸에 붙어 떨어지지 않는다
굳어진 반장 얼굴은 공포다
다음날 출근 시간
사무실 앞까지의 발걸음은 천근만근이다
반장에게 한 소리 듣고 나서야 비로소 속 편해지는
이 불안은 정신병이 아니다
어느 날 예고도 없이 밥줄 끊겨야 하는
두려움이다

등판에 온통 부항자국

월급 시급 계산서가 나오면
모두들 이번 달 얼마나 일했나 목이 빠진다
일하는 소, 승훈이 형님
모두들 야! 400시간이 넘네
이번 달 돈 좀 되겠는데
부러워하지만
목욕탕에서 본 승훈이 형님 등판은 온통 부항자국뿐

미포만은 말이 없다

용접공인 만석이 형님
허리디스크로 산재신청을 하려고 할 때 
업체에서는 증인을 매수하여 산재를 못 받게 했다
일하다 허리디스크가 생겼다는 증거가 없다는 것
중공업 박 부서장님 무재해 표창장 받고 이사로 승진해야 하기때문

억울하고 분하고 서러워
우리 만석이 형님 업체 대표 앞에서
산재 요구하며 독극물을 마셨다
하나 남은 목숨으로 산재를 요구할 수 밖에 없는 현실
산재승인을 하면 전산 클레임에 걸려 중공업에 다시는 취업하지 못하는 현실
눈도 감지 못하고 쓰러진 만석이 형님이 마지막 본 미포만은 말이 없다

삶은 변한다

우리 집 3층에는 아내가 다니던 현대자동차 하청업체 소장이 살고
그녀의 남편은 현대자동차 직영이다
집 두 칸을 터서 한 칸으로, 널찍하게 살고 있다
아내는 입사 초기 하청업체 관리자를 집 앞에서 보기가 껄끄러워
소장을 피해 출퇴근해야 했다

언니라고 부르라고, 사근사근, 새콤달콤, 달짝지근거리던 업체 소장
크리스마스이브 날, 성탄 선물처럼 아내에게 정리해고를 통보했다
이렇게 앉아서 당할 수만은 없지
업체 친구들과 집에서 보기로 한 날
소장은 친구들에게 일일이 전화 해
아내를 만나면 해고시키겠다고 협박했다
누가 이기나 해보자
이 악물고 아내가 출근하자 소장은 이미 해고되었으니 나가라고 했다
“한 번 끌어내 봐라, 시체 치우게 될 것이다”
소장은 대, 소위원 지지 성명서를 받으려는 라인까지 따라와서 방해하려 했다
한 소위원에게 “쓰레기 같은 짓 하다가는 몰매 맞는다”
한 소리 듣고서야 사라졌다
소장은 예상과는 다르게 일이 커지자
“차라리 내가 그만 둘께, 제발 조용히 좀 있어라 ”
애원 반, 협박 반 섞어가며 악어의 눈물을 흘렸다
“구역질 나니까 꺼져라”

우리 집 3층에 사는 아내 업체 소장은
아내가 아침 출퇴근 피케팅 하러 나가는 시간을 피해 출근한다
한 날은 집 앞에서 만났는데,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미안하다”란 말과 함께 허겁지겁 3층으로 사라졌다

그렇다
삶은 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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